[창간] 게임 업계 코로나19 이후 호황 이어갈 수 있나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덮은지 1년 반, 비대면과 비접촉의 시대가 열리면서 게임업계도 급진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본지에서는 창간 17주년을 맞이해 총 12부작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게임사의 대응과 시장 분석, 그리고 미래 변화에 대해 심도 있는 고찰을 해봅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의 유행은 우리 삶의 많은 모습을 바꿨다. 재택근무, 화상회의 등 비대면이 우리의 일상 한가운데로 들어왔으며, 사람들의 여가 활동에도 변화가 생겼다. 외부 활동이 힘들어지면서 오프라인 활동은 줄고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나 게임 등이 코로나19 시대 여가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팬데믹의 대표적인 수혜 업계로 꼽힌 게임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호황을 누리며 크게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뉴주는 2020년 세계 게임 시장 규모를 전년 대비 9.3% 성장한 1593억 달러(약 183조 원)로 추산했고, 앱애니도 IDC와 제휴를 통해 분석한 '2021 게임 스포트라이트' 보고서에서 2021년 게임 관련 소비자 지출이 총 2040억 달러(약 234조 원)에 달할 것이라 분석했다.
이러한 게임 시장의 성장은 세계 각국이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나 이동제한 권고, 심지어는 도시 봉쇄 등의 명령 등으로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게임 이용도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웹인덱스가 조사한 결과 전 세계 평균 36%가 이전보다 게임을 더 많이 이용한다고 답했다. 국내에서는 2020년 기준 10명 중 7명이 게임을 즐긴다.
국내 게임 시장도 큰 성장이 기대된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모바일 게임 앱 거래액은 5조 3291억 원으로, 2019년보다 24% 증가했다.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는 2020년 국내 게임 시장규모를 약 17조 원으로 추정했고, 2021년 18조 2683억 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수혜를 본 게임업계는 이제 다음을 위한 준비에 돌입해야 한다. 백신 등의 보급으로 다시 일상이 돌아온 코로나19 이후의 세상 말이다.
코로나19 이후의 게임 시장 모습을 그려보기 위해서는 높은 백신 접종률로 가장 빠르게 일상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스라엘의 사례를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7일 진행된 앱 마케팅 전문 업체 아이언소스의 '레벨업2021' 세미나에서 김세준 한국지사 대표는 미국, 이스라엘 등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벗어나고 있는 국가들에서 주말과 주중에 이용자 지표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주중과 주말의 격차가 있는 편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 격차가 줄었으며,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안정화된 이후에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모바일 환경에 접근하는 패턴과 캐릭터 자체가 바뀌었다는 분석도 더했다.
즉 코로나19로 인해 게임을 접한 이용자들이 기존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게이머로 남아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게임업계는 코로나19 상황 중 유입된 신규 게이머들 공략에 꾸준히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재택, 격리 시간 증가로 기존에 게임을 접하지 않았던 이들도 게임을 접하는 계기가 마련됐고, 이는 게임 이용자 저변의 확대로 이어졌다.
특히, 코로나19의 유행 아래 캐주얼 게임 시장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 업계가 주목할 대목이다. 모바일 분석 플랫폼 앱애니에 따르면 새롭게 유입된 게이머 중 상당수는 모바일게임을 즐기고 있다. 같은 기간 RPG, MMORPG 등 기존 강세 장르보다 하이퍼 캐주얼 장르와 샌드박스 장르가 100%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샌드박스 게임인 로블록스의 경우 21년 1분기 일일 이용자(DAU)가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한 4210만 명이다.
50세 이상 중장년층의 게이머도 주목해야 할 고객층으로 꼽힌다. 20~30대보다 상대적으로 경제 상황이 여유로운 40~50대는 이미 게임 시장의 핵심 고객층이 됐으며, 2021년을 기준으로 20대에 비디오 게임을 접한 경험이 있는 1960년대생이 60대에 들어섰다. 60세 이상에서도 게임을 접한 세대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 연령층에도 게임은 일상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공동으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게임 가치의 재발견' 연구를 진행한 연구 책임자 연세대학교 윤태진 교수는 "기존의 게임문화가 소수 하드코어 게이머의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많았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얕고 넓게 게임을 즐기는 라이트 게이머의 게임 경험이 보다 더 중요해졌다.”라며,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의 일부로 스며든 게임은 이제 특별한 무엇이 아니며, 일상 곳곳에 흩어져 있고 누구나 어디서나 접근 가능한, 삶의 당연한 일부로 자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도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게임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상향된 수준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운다. 다만, 백신의 보급 등으로 몇 년 새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여행이나 레저 등에 보복 소비가 시작되면서 게임에서 이탈하는 금액이 상당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이때 발생할 충격에 대비해 여러 방면에서 대응 중이다.
먼저 글로벌 시장 진출이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활발하다. 특히, 코로나19 시대에는 게임 개발이 기존만큼 수월하지 않아 한 작품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 작품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 게임을 선보이는 추세다. 개발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게임도 많다.
대표적인 회사 중 하나는 크래프톤으로, 인도와 같은 신흥 시장에 진출해 '배틀그라운드 인도' 서비스 1주일 만에 3,400만 이용자를 돌파하는 등의 기록을 세웠다. 이에 그치지 않고 중국, 인도, 베트남 등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배틀그라운드: NEW STATE' 도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에서도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이 외자 판호를 발급받는 등의 희소식도 있다. 시장 확대를 위한 국내 게임사들의 노력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게임 외 다양한 투자를 통해 역량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부터 게임사들이 눈길을 돌렸던 분야로 코로나19 시대에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컴투스는 웹콘텐츠 전문 제작사 케냐즈와 합작회사 정글스튜디오를 설립해 웹콘텐츠 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으며, '승리호'로 유명한 VFX와 CG 전문 기업 위지윅스튜디오, 스토리 콘텐츠 기업 엠스토리허브, 콘텐츠 기획사 클레버이앤엠, 콘텐츠 제작 및 방송 미디어 기업 미디어캔 등에 인수 및 투자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 방면에서 주도권을 가져간다는 계획이다.
엔씨소프트도 진작부터 웹툰 플랫폼인 레진 엔터테인먼트, 만화 기회 및 제작사인 재담 미디어, VFX 업체인 포스크리에이트, 웹소설 업체인 문피아, 영화 투자 배급사인 메리크리스마스 등에 투자해왔다. 또 K팝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유니버스'를 선보였으며, CJ ENM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연내 합작법인 설립도 예정이다.
넷마블도 코웨이를 인수해 화제에 올랐으며, 게임 사업을 통해 쌓아 온 IT 기술과 노하우를 접목해 스마트홈 구독 경제 비즈니스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스마일게이트도 영화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처스와 손잡고 스마일게이트 리얼라이즈를 설립했다. 이외에도 많은 회사가 다양한 방면으로 활발하게 투자를 펼치는 중이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분야인 메타버스로의 진출도 업계에서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임사는 위메이드로, 블록체인 자회사 위메이트 트리를 설립해 기술을 개발하고, 토큰을 만들어 거래소 상장에까지 성공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빗썸의 주요주주인 비텐트에 전략적인 투자까지 펼쳤다. 위메이드는 이러한 것을 기반으로 메타버스시대 가상자산 회사로의 발전을 꿈꾸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예상치 못한 호황을 겪고 있는 게임산업이 코로나19 이후 시대에도 영리하게 이어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