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국 드라마인줄 알았네! 변호사가 연애하는 이야기. ‘미해결사건부’
붕괴3rd와 원신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국내 미소녀 게임 마니아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미호요가 이번에 새로운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미호요가 지난 7월 29일 출시한 ‘미해결사건부’는 연애 추리 시뮬레이션 모바일 게임이라는 거창한 장르의 신작으로, 멋진 남성과 로맨틱한 연애를 꿈꾸는 여성들을 타겟으로 한 여성향 게임이다.
플레이어가 신입 변호사가 되어 '미림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해결해 나가게 되며, 사립 탐정 강혁, 엘리트 변호사 백은후, 정신과 의사 윤노아, 그룹 후계자 유신우 등 개성 넘치는 4명의 남자 주인공들과 함께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며 로맨틱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우스개 소리로 일본에서 수사물 드라마를 만들면 주인공이 수사를 하고, 의사 드라마를 만들면 환자만 치료하지만, 한국에서는 수사물 드라마를 만들면 형사가 연애를 하고, 의사 드라마를 만들면 의사가 병원에서 연애를 한다는 얘기가 있다. 이 게임도 변호사가 사건을 해결하면서 연애를 하는 이야기이니, 중국 게임사가 만들었지만, 한국 게임사가 만든 게임보다 더 한국적인 이야기를 담은 게임인 것 같기도 하다.
여성향 게임이고, 연애가 중심이다보니 수사쪽은 그냥 흉내만 내는 수준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꽤 본격적이다.
3D로 구성된 사건현상을 살펴보면서 증거물을 찾고, 증인들과의 여러 대화를 연결해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게 되며, 어느 정도 사건의 실체가 파악되면 재판에서, 수사 과정에서 찾아낸 여러 단서들을 제시하면서 상대를 궁지로 몰아가야 한다. 거짓말 안 보태고, 이 분야에서 최고 정점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역전재판이 생각날 정도다(자신의 추리만으로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낸다면 더욱 쾌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충분한 힌트도 주어진다).
역전재판에서는 상대방의 거짓된 증언이 나올 때마다 삿대질을 하면서 ‘이기아리’(이의있음)를 외쳐야 하지만 이 게임에서의 변론은 주인공 대신 듬직한 남성들이 나선다. 이 게임의 주된 과금 요소인 남성 캐릭터 카드 수집 요소를 이 게임의 전투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변론에 접목시켰기 때문이다.
미해결사건부의 변론은 카드 형태로 구현된 생각을 동원해서 상대의 주장을 무력화시키는 방식이다. 생각 카드는 논리, 공감, 직감 3가지 속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논리는 공감에 강하고, 공감은 직감에 강하고, 직감은 논리에 강한 물고 물리는 상성 관계를 가지고 있다.
즉, 상대방이 논리 속성으로 발언을 내세울 때 직감 카드를 꺼내면 상대에게 더 많은 피해를 주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상대의 주장을 모두 반박해서 체력을 0으로 만들면 변론에서 승리하게 된다.
또한, 게임 속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들의 멋진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는 생각 카드들은 일반적인 수집형RPG처럼 뽑기로 획득할 수 있으며, 경험치를 먹여서 레벨업을 시키고, 윗등급으로 업그레이드하면 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상대가 어떤 논조로 나올지 알 수 없으니, 최대한 높은 등급, 그리고 다양한 속성의 생각 카드를 확보하는게 더 유리하다는 얘기다.
연애가 중심인 게임이니, 연애 관련 콘텐츠도 충실히 갖췄다. 사립 탐정 강혁, 엘리트 변호사 백은후, 정신과 의사 윤노아, 그룹 후계자 유신우 등과 따로 시간을 내서 미니 게임, 스킨십, 문자메시지 등 상호작용을 통해 호감도를 올리면 각 캐릭터와 관련된 새로운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정식당 독극물 중독 사건부터 시작되는 다양한 사건 관련 메인 스토리 뿐만 아니라 각 캐릭터별 스토리도 꽤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마치 게임이 아니라 완성도 높은 비주얼 노벨을 읽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특히, 김지율, 장민혁, 한신, 민승우 등 국내 정상급 성우진들의 매력적인 목소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더욱 달콤하게 만든다.
요즘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이용자들의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는 게임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게임들과 비교하면 미해결사건부는 밋밋한 게임일 수도 있다. 엄청나게 부담될 정도의 결제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남들과의 숨막히는 경쟁도 없다. 전투 역시 단순히 상성을 고려해 카드를 내는게 끝이라, 특별한 게임 실력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뽑기를 하는 것도 강력한 카드 수집이 목적이 아니라, 매력적인 남성 캐릭터의 색다른 일러스트를 가지려는 목적이 더 크게 느껴질 정도다.
다만, 이런 부분이 경쟁에 지친 게이머들에게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른 여성향 게임처럼 부담스러운 연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추리 부분도 생각했던 것보다 더 뛰어난 완성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을 타겟으로 만든 게임이기는 하나, 굳이 여성이 아니더라도 적당한 추리와 알콩달콩한 로맨스가 결합된 소설 한편 읽는다는 생각으로 느긋하게 즐긴다면 꽤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