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땅 미국에서 금지된 게임이 있다?

모든 국가에서는 생산품에 대한 규제가 존재한다. 이는 게임도 마찬가지로 대부분 국가에서는 그 나라의 환경과 문화 그리고 정책이 반영된 나름의 규제가 존재하며, 이에 따라 게임의 심의를 진행해 등급을 매긴다.

미국 패키지 게임의 경우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등급 위원회'(Entertainment Software Rating Board / 이하 ESRB)라는 심의기구가 존재한다. 이 'ESRB'는 미국 소프트웨어 연합인 'ESA'의 산하기구로, 정부가 아닌 게임사들의 협의를 통해 게임을 심사하는 일종의 자율 심의 기구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반인륜적인 요소나 및 특수 성범죄, 포르노 등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은 한, 어지간한 게임은 출시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성인 등급으로 나온 게임에 대해 'ESRB'의 심의는 상당히 관대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관대한 'ESRB'의 등급 분류에도 출시가 금지되거나 더 생산되지 못하는 게임들이 있다. 더욱이 이 게임들은 성적인 요소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았음에도 19세 게임에 미성년자가 등장하거나 심지어 게임 엔진 라이선스를 따지 못하거나 개발자를 협박해 출시가 금지되는 등 다양한 사례가 존재해 흥미를 자아낸다.

The Guy Game
The Guy Game

지난 2004년 발매된 'The Guy Game'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탑헤비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이 게임은 노출도 높은 옷을 입은 모델들과 각종 미션을 진행하고, 이에 따라 여러 보상(?)을 받는 미국의 성인 리얼리티 프로의 분위기를 게임으로 구현한 작품이었다.

실제 모델이 영상으로 등장하는 '실사'로 개발된 이 게임은 퀴즈를 풀거나, 정답과 맞추면 흐릿한 여성의 상의 이미지가 점차 또렷해지는 등 자극적인 장면이 그대로 보여 미국에서도 큰 논란에 휩싸인 작품이기도 했다. 이런 게임이 PC, PS2, Xbox 버전으로 정식 출시됐다는 사실 자체로도 놀랍지만, 'The Guy Game'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사례는 따로 있었다.

대충 이런 분위기 게임이다
대충 이런 분위기 게임이다

바로 이 게임에 등장한 여성 모델 중 한 명이 17세 미성년자였다는 것. 'The Guy Game'은 한 모델이 자신이 촬영한 영상이 비디오 게임으로 출시되는 것을 몰랐으며, 무엇보다 출연 당시 17세였다고 밝혀 출시 4개월 만에 소송에 휘말렸다. 성인 등급 게임에 미성년자를 등장시킨 이 사건에 법원 역시 게임의 판매 금지 및 해당 모델의 음성, 촬영본을 파기하라고 판결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게임을 출시한 탑헤비 스튜디오는 게임의 판매가 금지되자 기존 촬영 영상과 추가 콘텐츠 및 보너스 기능을 더한 후속편을 내놨다는 것이다. 물론, 노출이 높은 게임이 대부분 그러하듯 원작과 후속작 모두 혹평 일색이었지만 말이다.

투휴먼 이미지
투휴먼 이미지

게임 출시까지는 성공했지만, 라이선스를 확보하지 못해 기껏 만든 게임이 모두 회수된 사례도 존재한다. 2007년 실리콘 나이츠에서 개발한 '투 휴먼'(Too Human)은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로키의 기계군단(!)에 맞서 싸우는 사이버 인간의 이야기를 다룬 3인칭 액션 RPG 장르의 작품이었다.

1999년 출시 예정이었던 이 게임은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며 거의 10년 만에 출시되었는데, 출시 이후 개발사 측에서 언리얼 엔진3의 개발 지원을 해주지 않아 개발이 연기되었다고 에픽게임즈를 고소해버리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다. 이에 화가 난 에픽게임즈도 '저작권 침해, 계약 위반 및 영업 비밀 유출'로 맞고소를 시전했고, 결국 5년에 걸친 지루한 소송전 끝에 개발사가 패소하면서 언리얼 엔진3를 통해 개발한 실리콘 나이츠의 프로젝트 전체가 폐기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더욱이 소송 중 실리콘 나이츠는 엑스맨 IP를 활용한 '엑스맨: 데스티니'를 출시했는데, 이 게임도 언리얼 엔진3로 개발된 지라 출시 이후 판매 금지 조치를 당하고 말았고, 실리콘 나이츠는 결국 파산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모든 사태를 촉발한 '투 휴먼'은 Xbox 하위호환 타이틀 목록에 포함되어 지금도 잘만 플레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슈퍼 세듀서2
슈퍼 세듀서2

ESRB 심의와 별개로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자체적으로 게임을 철수시켜 버린 사례도 있다. '슈퍼 세듀서3'가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에서도 많은 인플루언서가 플레이하며, 유명세를 탄 '슈퍼 세듀서'는 이른바 '픽업 아티스트'가 여러 상황에서 대화를 선택해 여성과 데이트를 이어가는 일종의 실사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었다.

게임 자체의 수위는 낮았지만, 몇몇 지문의 경우 성희롱에 가까울 정도로 노골적이었고, 실제 모델들의 특정 부위가 강조되는 식의 연출이 많은 데다 머리카락 냄새를 맡는 등의 음란한 장면이 다수 등장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에 벨브는 "실제 인물의 성적인 이미지 표시 위반"을 내세워 전 시리즈를 스팀에서 퇴출시킨 상태다.

Paranautical Activity(자료출처-스팀)
Paranautical Activity(자료출처-스팀)

벨브의 창립자 게이브 뉴웰의 살해 협박으로, 게임이 퇴출당한 황당한 사례도 있다. 코드 에버리스가 개발한 인디 게임 스타일의 1인칭 슈팅 게임이었던 'Paranautical Activity'는 선정성이나 잔혹성에서 별다른 이슈가 없었으나 협박으로 게임이 퇴출된 매우 드문 사례로 등극했다.

사건은 이렇다. 'Paranautical Activity'의 수석 개발자였던 '마이크 몰벡'은 스팀이 얼리억세스를 거부하자, 트위터에 "나는 게이브 뉴웰을 죽일 것이다. 그는 죽을 것이다"라는 살해 협박을 담은 글을 올렸다.

이 같은 발언이 개발과정에서 화가 난 개발자의 장난인지 아니면 진심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이를 확인한 벨브는 곧바로 스팀에서 해당 게임을 퇴출시켰고, '마이크 몰벡'의 관리 계정을 막아버렸다.

“화가 났으면 SNS 말고 메모장을 켜라”라는 업계의 격언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 이 황당한 사건은 개발사 측에서 게임의 판권을 다른 회사에 넘겨 퍼블리싱 형태로 다시 출시하는 것으로 일단락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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