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성과, 중국 규제. 국내 게임주 요동치게 만드는 '글로벌' 동향
국내 게임주가 혼돈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게임주들이 지난해 역대급 성과를 바탕으로 전체적으로 상승세를 보였으나, 엄청난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한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게임사 별로 엄청난 등락폭을 보이는 중이다.
리니지M과 리니지2M을 앞세워 영원히 군림할 것 같았던 엔씨소프트가 야심작 블레이드&소울2 발표에도 불구하고, 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그동안 중소게임사로 분류되고 있었던 위메이드는 미르4 글로벌 서비스가 화제가 되면서, 2주 만에 주가가 2배 이상으로 날아올라 단숨에 시가총액 2조 원을 돌파한 회사로 주목을 받는 등 전문가들도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존에는 국내 구글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를 바탕으로 게임사들의 주가 흐름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국내 매출 성적만으로는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됐다. 이제는 메인 무대가 국내가 아닌 글로벌이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드라마틱한 주가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곳은 위메이드다. 위메이드는 미르4에 블록체인을 결합한 미르4 글로벌 서비스를 선보인 후, 주가가 2주 만에 2배로 치솟아, 시가 총액 2조 기업에 등극했다. 또한, 위메이드 뿐만 아니라,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위메이드맥스까지 주가가 1만 원대 이상으로 급상승한 덕분에, 나란히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됐다.
미르4가 국내 시장에 처음 출시됐을 때만 하더라도, 어느 정도 성과가 기대되기는 하지만, 상위권에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고, 실제로 국내 매출 상위권에 오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해외에서 터졌으니, 국내에서는 몇 위를 기록하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게 됐다.
펄어비스 역시 게임스컴에서 공개한 도깨비 영상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한 때 주가가 10만 원이 넘기는 폭등세를 보였다. 올해 지난 4월 액면 분할을 진행할 때만 하더라도 5만 원대의 주가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검은사막 모바일의 판호 획득 소식이 전해지면서 7만 원대으로 한번 점프 하더니, 예상을 뛰어넘는 도깨비 영상에 전 세계가 환호하면서, 한 때 시가 총액 6조 원을 돌파해 카카오게임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2분기 적자 전환 이후 검은사막 모바일의 중국 서비스가 시작될 때까지 매출 증가 요인이 없는 상태이며, 이번 중국 게임 규제 여파에 대한 걱정까지 더해지면서 다시 하락세로 전환한 상태다. 붉은사막과 도깨비에 대한 기대감은 대단하나, 언제 출시될지가 관건이다.
높은 공모가와 중국 규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가 시작됐던 크래프톤의 주가의 흐름도 매우 흥미롭다. 상장 첫날에는 40만 원대 초반으로 하락했다가,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에 대한 기대감으로 다시 공모가 수준으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최근 중국 규제 소식에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국내보다는 배틀그라운드 IP의 해외 성과를 기반으로 코스피에 입성한 게임사이다 보니, 해외 시장의 동향에 더욱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발 규제 여파가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가 급격히 성과를 끌어올리고 있으며, 야심작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가 9월~10월경 출시를 앞두고 있어, 다시 상승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카카오게임즈는 리니지M을 제치고 매출 1위 자리에 오른 뒤, 한 때 주가가 10만 원을 넘는 엄청난 상승세를 보였으나, 경쟁작들을 꺾고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7~8만 원대로 하락한 상태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실적이 온전히 반영되는 3분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이미 예약한 상태이지만, 이것이 상승세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아무래도,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성과가 아직 국내에 한정되어 있으며, 퍼블리싱의 한계로 인해 영업 이익에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점이 향후 성장성에 대한 우려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검은사막의 이탈로 인해 해외 매출이 크게 감소한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는 성공 가능성 높은 신작 출시 뿐만 아니라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대만 진출 등 해외 시장 확대에 더 공을 들여야 다시 한번 상승세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외에도 블레스 언리쉬드로 주목을 받았던 네오위즈는 블레스 언리쉬드의 스팀 성적을 바탕으로 주가가 2배 이상 치솟았으나, 중국 규제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2주 만에 다시 예전 주가로 돌아가 주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처럼 국내 게임사들의 주가가 해외 소식에 급격한 변동을 보이고 있는 것은, 게임주들이 현재 실적 보다는 향후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초 쿠키런 킹덤의 성공에 힘입어 1만 원대에서 10배가 넘는 주가 상승을 보여줬던 데브시스터즈, 회사 매각 위기에서 배틀그라운드를 성공시키며 세계적인 게임사로 떠오른 크래프톤을 경험했기 때문인지, 게임 하나의 결과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바뀌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태다.
특히, 해외 시장은 하드코어 MMORPG가 주도하고 있는 국내와 달리 유행 장르 폭이 매우 다양하며, 한번 유행할 경우 빠르게 다른 국가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주목받기는 어려워도 한번 성과를 내면 더욱 크게 증폭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 정확한 출시 시기가 공개된 것은 아니나 하반기에도 엔씨소프트 리니지W, 썸에이지 크로우즈, 액션스퀘어 앤빌 등 기획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서 준비하고 있는 신작들이 다수 등장할 예정이다. 리니지W는 그동안 내수 시장에만 주력한다는 이미지가 강했던 엔씨소프트가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겨냥해 만든 게임인 만큼, 해외에서 리니지 IP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크로우즈는 텐센트가 개발사 로얄크로우의 최대 주주가 됐기 때문에, 한국 게임에 대한 견제가 심한 외자 판호가 아니라 내자 판호를 노릴 수도 있는 상황이라 중국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태다. 썸에이지는 여전히 로얄크로우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스팀을 통한 글로벌 서비스도 맡고 있어, 게임의 성과에 따라 주가에 큰 변동이 예상된다.
액션스퀘어는 텐센트 투자 소식이 루머로 드러나면서 주가가 폭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으나, XBOX 게임패스를 통한 콘솔 버전 글로벌 서비스는 이미 확정된 만큼, 콘솔 시장에서 어떤 성과가 나오는지에 따라 향후 주가 향방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다음 번에는 어떤 게임사가 기적의 주가 상승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하반기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