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 유혹하는 게이밍 모니터의 세계. 뭘 사야 안성맞춤인가?
차세대 게임기의 등장으로 이전보다 훨씬 향상된 그래픽을 자랑하는 게임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어, 게이머들의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 이전에는 그 게임을 제대로 돌릴 수 있는 컴퓨터 사양만 고려하면 됐지만, 이제는 그것을 제대로 표현해줄 수 있는 모니터까지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전에는 해상도와 몇 인치 화면인지, 그리고 가격과 어느 회사 제품인지 정도만 고려하면 됐지만, 이제는 화면 패널 종류, 반응 속도, 화면 비율 등 용도에 따라 제품 종류가 엄청나게 많아졌으며, 가격도 싼 것은 20~30만 원대도 있고, 비싼 것은 200만 원에 육박하는 제품까지 있을 정도로 천차만별이다.
특히, 요즘에는 아예 게이머들을 노리고 만든 게이밍 모니터 제품들이 별도로 나오고 있으며, PC뿐만 아니라 콘솔 게임기까지 겸용으로 사용하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어 더욱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
현재 게임을 즐기기 위한 모니터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해상도다. 해상도는 같은 화면 크기에서 얼마나 더 세밀한 그래픽을 표현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전에는 FHD(1080P) 해상도가 일반적이었으나, 이제는 QHD(1440P) 해상도를 넘어 4K 해상도까지 지원하는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해상도가 높을수록 더 좋은 제품처럼 느껴지겠지만, Hz(주사율)까지 고려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Hz는 1초에 화면이 몇 번 깜빡거리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더 빠르게 화면이 전환된다. 이는 게임의 속도를 나타내는 FPS(1초당 프레임)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수치이기 때문에, FPS(1초당 프레임)가 높아야 유리한 게임이라면, Hz가 높은 제품을 쓰는 것이 좋다.
다만, FPS(1초당 프레임)가 높게 나오려면, 그만큼 컴퓨터 사양이 높아야 하며, 모니터도 4K 해상도와 144Hz 이상을 모두 지원하는 제품은 가격이 엄청나게 뛴다. 요즘 비트코인 때문에 그래픽 카드만 하더라도 100만 원이 훌쩍 넘는 시대이니, 4K 해상도에 144Hz 이상으로 게임을 즐기려면 비용 부담이 엄청 커질 수 밖에 없다.
때문에 FPS(1초당 프레임)가 높을수록 유리한 1인칭 슈팅 장르 등 PC 게임을 주로 즐기는 이들이라면 해상도를 QHD 정도로 타협하고, 144Hz를 우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가장 인기가 많은 게이밍 모니터 제품군이 대부분 이런 형태다.
반면에, PC와 콘솔 게임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이들이라면, 해상도가 우선이 된다. 현재 대부분의 콘솔 게임이 4K 해상도를 지원하고 있지만, FPS(1초당 프레임)는 대부분 60이 한계이기 때문이다(PS5의 성능은 최대 120Hz까지 지원하긴 하지만, 60 FPS(1초당 프레임) 이상을 지원하는 게임이 드물다. 참고로 PS4 등 이전 세대 게임기는 최대 30 FPS(1초당 프레임)까지만 지원했다).
즉, 콘솔 게임기 입장에서 봤을 때 60Hz 이상의 주사율은 사치가 된다. 그리고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모니터는 HDR(화면의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을 모두 잘 표현해주는 기술) 기술 덕분에 더욱 사실적인 그래픽을 즐길 수 있으니, PC와 콘솔 게임기 겸용일 때는 4K 해상도와 60Hz 이상을 갖춘 모니터가 최적의 제품이 된다.
다만, 게이밍 모니터로 나온 제품 중에는 QHD 해상도이면서 다운 스케일링 기능으로 4K 해상도와 HDR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쪽을 선택하는 이들도 많다.
다음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은 패널이다. 패널은 모니터 화면의 종류를 말하는 것으로, 크게 TN, VA, IPS로 나뉜다.
TN 패널은 저렴한 가격과 빠른 응답 속도가 강점이다. 응답 속도는 사용자가 키보드와 마우스, 혹은 게임패드로 입력한 동작이 모니터 화면에 반영되는 속도로, 빠르면 빠를수록 좋기 때문에 1인칭 슈팅 장르를 즐겨 하는 이들이 TN 패널을 선호했다. 다만, 시야각 문제로 인해 인치가 커질수록 화면이 왜곡되어 보일 수 있어 요즘은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VA 패널은 TN 패널에 비해 응답 속도는 다소 느린 편이지만, 광시야각과 뛰어난 명암비, 그리고 색 재현력이 장점이기 때문에, 사진 편집 같은 정적인 작업을 할 때 매우 적합한 패널이다. 가성비가 좋은 편이며, 응답 속도도 이전보다 많이 개선돼 요즘 나오는 중저가 게이밍 모니터들이 대부분 VA 패널을 선택하고 있다.
IPS 패널은 VA 패널보다 더 뛰어난 광시야각과 무난한 응답 속도로 범용성이 뛰어난 패널이다. VA 패널에 비해 명암비가 다소 떨어진다는 평이 있었으나, 요즘에는 명암비, 응답 속도 등을 개선한 나노 IPS 패널이 나오면서 고가의 게이밍 모니터 제품군에 탑재되고 있다. 모든 면에서 가장 뛰어나긴 하지만, 많이 비싼 게 단점이다.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모니터로 쓰는 경우도 있다. OLED는 가장 색감이 뛰어난 패널로, PC 모니터보다는 주로 대형 TV에 사용되는 패널이다. 요즘 TV 해상도가 4K 이상으로 올라갔고, PC 모니터의 크기도 점점 커지고 있다 보니, 비교적 작은 40인치대의 TV를 PC 모니터 대신 사용하는 것이다. 다만, OLED는 가격이 엄청나며, 번인(Burn-in, 같은 이미지를 장시간 켜뒀을 때 화면이 꺼져도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는 것) 현상이 있을 수 있어, 추천하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인치 수, 화면 비율, 커브드 등이다. 사실 이 부분은 극히 개인적인 취향 문제이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대로 고르는 게 맞다. 요즘 추세는 PC와 콘솔 게임기 겸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32인치 이상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으며, 너무 큰 크기가 부담되는 사람은 27인치를 더 선호하기도 한다.
화면 비율 역시 과거에는 4:3이 기본이었지만, 요즘은 와이드 스크린인 16:9, 심지어 21:9, 32:9 비율을 가진 제품까지 나오고 있다. 가장 엽기적인 해상도로 잘 알려진 삼성의 오디세이 G9은 32:9 화면 비율 덕분에, 피파 시리즈 같은 축구 게임을 즐길 때 아군 골대에서 상대편 골대까지 한눈에 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와이드 화면으로 갈수록 좌우로 더 많은 정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게임할 때 유리할 것처럼 생각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해상도를 지원하는 게임이 많지 않아서 게임용 모니터로 적합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또한, 해상도가 지원하지 않을 경우 남는 영역이 검은색으로 표시되며, 좌우가 넓어지는 만큼 위, 아래 폭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어, 게임에 따라서는 오히려 손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지인 중에 오디세이 G9으로 LOL(리그오브레전드)를 즐겨본 이가 있는데, “G9 덕분에 적 정글이 오는 것을 더 먼 곳부터 볼 수 있지만, 먼저 봤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커브드 모니터는 화면이 휜 모니터를 말하는 것으로, 호불호가 심하게 갈린다. 화면 좌우가 넓은 와이드 모니터의 경우에는 사용자 중심으로 화면이 휘어 있는 커브드 모니터가 좌우 끝을 확인할 때 훨씬 편하지만, 평면 모니터만 사용하다가 커브드 모니터를 처음 접하면 적응이 쉽지 않다. 또한, 휘어져 있기 때문에 바로 정면 외에 각도에서는 화면이 왜곡되어 보이며, 충격에 매우 약한 편이다.
이처럼 모니터를 선택하는 조건이 다양해지고, 가격대도 늘어났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게임 위주로 즐길 것인지를 정하고, 그에 맞는 가성비 제품을 고르는 것이다. 돈이 많다면야 4K 해상도에 32인치 이상의 화면 크기, 144Hz를 지원하는 나노IPS 패널의 대기업 게이밍 모니터 제품을 고르면 되지만, 모든 이들의 지갑이 그렇게 풍족한 것은 아니다.
PC 게임을 위주로 즐긴다면 QHD 해상도에 144Hz를 지원하는 VA 패널의 게이밍 모니터 제품군이 가장 가성비 좋은 선택이지만, 요즘은 나노IPS 패널을 사용한 게이밍 모니터 신제품이 많이 출시되면서, 도전해 볼 만한 가격대가 됐다.
PC와 콘솔 게임기 겸용으로 사용하려고 한다면, 무조건 32인치 이상, 그리고 4K 해상도가 중요하며, VA보다 응답 속도에서 유리한 IPS 쪽이 나은 선택이다. 다만, 나노IPS까지 가게 되면 가격이 엄청나게 올라가니 게이밍 모니터 제품군 보다는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IPS패널 제품 중에서 응답 속도가 괜찮은 모델을 찾는 것이 가성비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