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장르 원조의 품격 '메트로이드 드레드'
'메트로배니아' 장르를 만든 '메트로이드' 시리즈의 최신작 '메트로이드 드레드'가 지난 10월 8일 정식 발매됐다. 이 게임은 2002년 게임보이 어드밴스로 등장한 '메트로이드 퓨전' 이후 약 19년 만에 스토리가 이어지는 후속작이다. '메트로이드 II 사무스의 귀환'을 리메이크한 2017년 작품 '메트로이드 사무스 리턴즈'를 기준으로 보면 4년 만에 출시된 신작이다.
참고로 '메트로배니아'는 '메트로이드' 시리즈와 '캐슬바니아' 시리즈의 이름을 더해 만든 액션 게임 장르다. 처음에는 갈 수 없던 곳도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템을 획득해 돌아오면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는 등 탐험의 재미가 살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인디 게임 개발팀들이 우수한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메트로이드 드레드'는 기존 시리즈의 팬이 충분히 환영할 만한 모습을 보여준다. 먼저 게임의 스토리는 기생 생물인 'X'를 행성 'SR388'과 함께 전멸시키는 데 성공한 주인공 '사무스 아란'이 새로운 행성 'ZDR'에 진입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ZDR'은 무슨 일인지 'X'의 반응이 나타난 행성으로, 연방에서는 'ZDR'의 조사를 위해 'E.M.M.I.(에미)' 7체로 이뤄진 특수부대를 파견했었다. 하지만, 이내 소식이 끊겨 버렸다. 이에 앞서 사건을 거치며 'X'에 내성이 생긴 주인공 '사무스 아란'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것이다.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는 '메트로배니아' 시리즈를 탄생시킨 원조답게 흥미롭고 다양한 재미가 있다. 원조다운 품격이 느껴진다.
게임을 시작하면 주인공은 사건을 거치며 대부분의 능력을 잃고, 'ZDR' 행성 곳곳을 누비며 잃어버린 능력을 찾게 된다. 이 과정에 기생 생물 'X'와 '조인족', 거대 보스가 등장해 주인공의 앞길을 막고, 모종의 이유로 앞서 파견된 '에미'도 주인공을 노린다. 이용자는 이를 극복해 행성 'ZDR'을 탐험하고 탈출해야 한다.
이용자는 게임의 맵 곳곳을 누비면서 다양한 스킬을 얻고, 미사일의 추가 장착, 에너지 확대 등 여러 부분에서 주인공 캐릭터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그리고 점점 캐릭터를 강력하게 키워가면 만나게 되는 적들도 점점 강해져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긴장을 늦추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탐색이라는 장르 특유의 재미도 고스란히 살렸다. 처음에 갈 수 없었던 곳도 무한 점프가 가능한 이후에는 도달할 수 있고, 너무 뜨겁거나 추운 곳도 슈트의 배리어를 업그레이드해 이동이 가능하다. 좁은 길도 공으로 변신해 이동할 수 있다. 캐릭터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면 전투는 물론 탐색의 재미도 함께 올라가는 셈이다.
액션 게임다운 전투의 재미도 강점이다. 전투는 원거리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근접 공격에 성공하면 미사일이나 에너지 등 더 많은 자원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거대 보스와 치르는 보스전이 상당히 재미있다. 처음에는 깨지 못해도 계속해서 도전하다 보면 패턴을 파악하고 공략법을 터득해 보스를 물리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수십 번 도전해 보스를 물리치면 나도 모르게 환호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 작품의 핵심 중 하나인 '에미'와의 신경전도 백미다. '에미'는 일반적인 무기로는 물리칠 수 없다. 게다가 '에미'에게 포획되면 한 번에 목숨을 잃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에미'는 공포의 존재다. '에미'가 주인공을 포획할 때 타이밍을 맞춰 탈출할 수도 있지만, 타이밍이 계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에 거의 목숨을 잃는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이유로 '에미'가 등장하는 '에미존'에서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긴장감이 배가된다. 다만 일시적으로 장착하는 특수한 무기인 '오메가 캐논'을 획득하면 '에미'에 맞서 싸우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에미'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는 등의 전략적인 플레이가 필요하다.
게임 내에 '에미'는 7개가 등장하며 보통 한 구역에서는 하나의 '에미'만 나온다. 해당 구역에서 '에미'를 물리쳤다면 속이 편하게 맵을 탐색할 수 있다. '공포'와 '탐색'이라는 이번 작품의 두 슬로건이 제법 잘 느껴지는 부분이다.
또 게임을 전부 클리어했다고 해도 다음번에 플레이하면 새로운 요소를 만나볼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놓치고 지나갔던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보스와의 전투에서 보지 못했던 연출을 볼 수도 있다. 이용자의 실력에 따라 다르지만, 10시간 정도면 넉넉히 즐길 수 있으며, 숙련도가 오르면 플레이 타임은 점점 줄어든다. 여러 차례 플레이를 통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 본다.
'메트로이드 드레드'는 다른 부분에서도 만족스럽다. 그래픽도 닌텐도 스위치를 활용해 한층 강력해졌고, 스위치의 휴대 모드와 독(dock) 모드에서 모두 훌륭한 화면을 보여준다.
특히, 독 모드로 게임을 즐기면 더욱 깔끔한 그래픽과 안정적인 초당 프레임이 나온다. '메트로이드 드레드'의 경우 시네마틱 연출은 초당 30프레임, 일반 게임 플레이 장면은 초당 60프레임을 목표로 동작한다. 대부분은 초당 프레임을 유지하지만, 간혹 프레임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긴 하다.
아울러 휴대 모드로 즐기면 잘 느낄 수 없는 사운드도 독 모드에서는 진가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일반적으로 물리치는 것이 불가능한 '에미'와 즐기는 신경전이 게임의 큰 축이자 게임의 공포감을 더해주는 요소인데, '에미'가 등장하는 '에미존'에 입장했을 때 들려온 '뚜뚜' 소리가 게임의 긴장감을 크게 불어넣어 준다.
이번에 등장한 '메트로이드 드레드'는 닌텐도의 독점 IP(지식 재산)라는 명성에 비해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동안 서양권을 중심으로 탄탄한 팬층이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작품은 플레이 난이도와 재미가 모두 적당해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이용자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리즈에 입문할 수 있는 좋은 게임이 되리라 본다.
다만,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게임의 조작 부분이다. 이용자는 전투할 때 많게는 3개의 버튼과 아날로그 스틱 조작까지 동시에 해야 한다. 조작에 대한 피로감이 상당하다. 조금만 이용자들의 부담을 줄여 주는 방식을 도입했다면 어땠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