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셜록 홈즈가 이렇게 섹시했어? '셜록 홈즈: 챕터 원'

전 세계 추리 소설의 바이블로 꼽히는 작품이자, 무려 13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활발히 활동 중인 팬덤을 보유한 소설 셜록 홈즈의 IP(지식 재산권)을 활용한 신작 게임 '셜록홈즈: 챕터 원'이 지난 11월 정식 출시됐다.

셜록 홈즈 챕터 원
셜록 홈즈 챕터 원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이 게임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하게 게임으로 출시된 '프로그웨어즈 셜록 홈즈 시리즈'의 새로운 작품이다.

이 시리즈는 지난 2002년 첫 작품인 ‘셜록 홈즈: 미라의 미스터리’ 이후 약 10종이 넘는 게임을 선보인 바 있으며, 원작의 사건은 물론, 새롭게 창조한 시나리오까지 더해지며, 마치 셜록 홈즈 전집을 게임으로 옮길 듯한 기세로 꾸준히 출시되어 왔다.

다만 2016년 ‘악마의 딸’ 이후 5년간 이렇다 할 소식이 없어 이대로 명맥이 끊기는가 했지만, 지난 11월 16일 새로운 작품의 출시를 알리며,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가게 됐다.

프랑스 미남의 외모와 영국 영어의 사기 조합
프랑스 미남의 외모와 영국 영어의 사기 조합

이전 시리즈와 이번 작품의 가장 큰 차이는 20대 초반의 셜록 홈즈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게임은 술과 담배에 찌들어 있지만, 번뜩이는 재치로 사건을 해결하는 능숙한 탐정이 아닌 범죄를 해결하여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안달 나 있는 오만한 셜록 홈즈가 등장하며, 단짝인 존 왓슨을 만나기 전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20대의 셜록 홈즈를 다루는 만큼 모델링은 상당히 미형이다. 이전까지 30~40대나 노년을 다뤘던 이전 시리즈와 달리 게임 속 셜록 홈즈는 매력적인 흑발의 미청년으로 등장하며, 젊다고 푸대접을 받는 등 이색적인 상황이 자주 펼쳐진다.

외모를 보는 것만으로 훈훈
외모를 보는 것만으로 훈훈

이러한 모습은 게임에서 매우 세밀하게 다뤄진다. 게임 속 셜록 홈즈의 복장과 외형은 다른 NPC와 확연히 차이가 날 정도로 매우 많은 공을 들여 외모 전성기의 미남 배우를 보는 듯한 매력을 자랑하며, 잠입을 위한 변장 복장을 보는 맛도 살아있다.

여기에 아직 완성되지 않은 청년 탐정 셜록 홈즈의 오만한 대사와 상대를 거칠게 몰아붙이는 화법이 영국식 영어 보이스로 그려져 몰입도를 더하며, 셜록 홈즈를 “셸리~”라고 부르는 반전의 인물 왓슨과의 ‘브로멘스’는 그쪽(?)을 노린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아무리 봐도 노린 듯한 두 사내의 브로맨스
아무리 봐도 노린 듯한 두 사내의 브로맨스

이 게임은 어머니가 잠들어 있는 곳이자 홈즈 자신이 태어난 코르도바라는 섬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처음 방문한 호텔에서부터 살인 사건을 해결한 셜록 홈즈는 섬을 지배하는 검은 조직과 맞닥트리게 되고, 이들과 맞서 싸운다는 것이 게임의 주요 스토리다.

게임의 핵심인 추리 시스템은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중요 단서의 흔적을 찾는 세부 추리와 투시를 기반으로 사건이 벌어진 현장을 재구성하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 확인된 단서를 기반으로 결론을 도출해 내는 ‘마인드 펠리스’ 등 익숙한 시스템이 다수 등장한다.

실시간 배경 추리 시스템
실시간 배경 추리 시스템

또한,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사건의 형태와 진행 과정 역시 매우 흥미진진하게 그려지며, 게임의 볼륨 역시 제법 큰 규모로 되어 있어 플레이 타임도 만족할 만할 정도로 제공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전작보다 맵 크기가 넓어졌고, NPC들이 다수 등장하는 것과 비교해 추리 시스템은 크게 변하지 않아 게임의 핵심인 추리 과정이 상당히 번거로워졌다.

시리즈 특유의 추리 기법도 흥미롭다
시리즈 특유의 추리 기법도 흥미롭다

사건이 발생한 지역이 상당히 넓어진 만큼 단서를 찾고, 범인이 이동을 추적하는 공간도 늘어났는데, 맵의 크기에 비해 추적 반경이 상당히 좁은 경우가 많았고, 이동할 수 없는 공간도 많아 굳이 게임 속 맵을 크게 설계한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여기에 프로그웨어즈 작품 특유의 뻣뻣한 캐릭터 움직임과 생기 없는 NPC 캐릭터들의 표정도 여전하여 몰입을 깨는 요소로 등장한다. 무엇보다 추리에 따라 게임의 분기가 바뀌기는 했지만, 완전히 다른 결과로 이어지는 이전 작품과 달리 추리 선택의 결과가 다소 심심하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여전히 생기 없는 프로그웨어즈의 NPC
여전히 생기 없는 프로그웨어즈의 NPC

이처럼 '셜록 홈즈: 챕터 원'은 역대 홈즈를 다룬 게임 중 가장 미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청년 셜록 홈즈를 보는 맛과 20년 동안 축적된 시리즈 특유의 추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흥미진진한 스토리 등 나름의 장점이 있는 작품이다.

다만 여전히 어색한 캐릭터 움직임과 다소 공간은 늘어났지만, 쓸데없는 부분도 그만큼 늘어났다는 느낌이 드는 맵 구조 그리고 심심해진 분기 선택 등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사건집은 여전히 흥미진진하다
사건집은 여전히 흥미진진하다

만약 원작에 등장하지 않은 셜록 홈즈의 청년 시절을 감상하고픈 ‘셜로키언’(셜록 홈즈의 팬)이나 추리 어드벤처 게임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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