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제 톰 클랜시 이름은 빼자 '레인보우식스 익스트랙션'
2000년대부터 시작되어 이제는 FPS(1인칭 총싸움) 장르의 원로 게임의 행보를 걷고 있는 레인보우식스 시리즈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바로 지난 1월 20일 출시된 레인보우식스 시리즈의 신작 ‘톰 클랜시의 레인보우 식스 익스트랙션’(Tom Clancy’s Rainbow Six Extraction / 이하 ‘익스트랙션’)이 그 주인공이다.
사실적인 정통 밀리터리 FPS를 표방하는 레인보우식스 시리즈 중에서도 ‘익스트랙션’은 여러모로 독특한 방식의 게임이다. 테러와 이에 맞서는 특수부대의 전투 등을 다뤘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외계인에게 점령된 도시를 구한다는 SF 요소가 강하게 묻어 있기 때문.
이 게임은 정체불명의 외계 바이러스 감염 사태가 발생한 봉쇄 지역에서 ‘Archæans’이라 불리는 괴생명체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조직된 ‘REACT (Rainbow Exogenous Analysis & Containment Team)’에 소속된 특수부대(이용자)의 활약을 다루고 있다.
SF 요소가 강하게 들어간 세계관을 지닌 작품이지만, 게임의 실제 플레이는 현재 유비소프트를 먹여 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레인보우식스: 시즈’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우선 ‘익스트랙션’에 등장하는 총기와 격발 모션은 총을 격발했을 때 화면이 흔들리거나, 움직이면서 총을 쏘면 초점이 흔들리고, 총기 반동이 존재하는 등 ‘레인보우식스: 시즈’와 거의 유사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흡사하다.
여기에 등장하는 캐릭터 역시 ‘레인보우식스: 시즈’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다수 등장하며, 창문을 막거나, RC 드론으로 적을 정찰하는 등의 액션 역시 똑같다. 사실상 적이 외계인으로 바뀐 것 외에 게임 플레이에서 다른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이처럼 전투의 기본적인 틀은 ‘레인보우식스: 시즈’와 크게 다른 것이 없지만, ‘익스트랙션’의 콘텐츠는 ‘레프트4 데드’, ‘페이데이’, ‘더 디비전’ 등의 게임과 유사한 3인 코옵(협동플레이)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익스트랙션’은 총 18명의 오퍼레이터를 직접 육성하고 다양한 방면으로 강화할 수 있는 지속적인 육성 요소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이용자 레벨업을 통해 마일스톤 등급이 높아지면, 새로운 격리 구역, 오퍼레이터, 치장 아이템, 특수 기술, 스토리 등을 잠금 해제할 수 있는 등 플레이를 할수록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늘어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특히, 한번 출전한 캐릭터가 크게 대미지를 받거나 외계인에게 감염되어 치료가 필요할 경우 일정 시간 동안 플레이할 수 없으며, 캐릭터마다 돌격, 저격, 유틸리니티 등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캐릭터를 바꾸어 가며 플레이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협동 요소가 강조된 만큼 게임 내 플레이 역시 이용자들의 협력이 없으면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난도가 높다. ‘익스트랙션’의 임무는 총 3단계로 나뉘어 있으며, 희귀종 표본 획득, 요인 구출, 지역 정화 등 입장 할 때마다 역 36개에 달하는 맵의 위치와 임무가 랜덤으로 달라진다.
게임 속 미션은 한마디로 “무조건 협력하라”라는 개발자의 의지가 담겨 있는 듯한 모습이다. 대부분의 미션이 3인이 협력하지 않으면 실행하기 불가능한 미션으로 되어 있다. 일례로 요원 구출의 경우 두 명이 둥지와 연결된 촉수를 제거하고, 한 명의 이용자가 요원을 꺼내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앞에서 외계인을 도발하고, 다른 이용자가 뒤로 돌아가 암살을 하거나, 둥지 제거에 3개의 에너지원이 필요해 3명이 동시에 에너지원을 이동시켜야 하는 등 협력이 게임 플레이의 전부라 할 정도로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특히, 마구 뛰어다니거나 외계인의 시야에 감지되면, 동료를 부르거나 둥지에서 새로운 적이 튀어나오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은신 플레이를 지향해야 하지만, 매칭된 동료 이용자가 무작정 플레이를 하면 몰려오는 적에 금세 전멸할 정도로 매칭된 이용자에 따라 난도가 들쑥날쑥해질 정도.
더욱이 등장하는 외계인의 수도 상당히 많고, 탄약도 한정적으로 지급되는 만큼 전투 실력보다는 이용자들의 협력이 게임의 플레이에 더 큰 영향을 미치며, 게임의 맵과 미션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다른 이들이 상당한 불편을 겪기 때문에 가급적 랜덤 매칭보다는 친구들과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한번 매칭되면 온갖 짜증을 참고 플레이해야 하는 다른 코옵 게임과 달리 ‘익스트랙션’은 매칭된 이용자의 상태가 영 아니다 싶으면 게임을 포기하고, 곧바로 다음 게임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일례로 작전 지역에서 벗어나는 퇴각은 시작과 동시에 진행할 수 있고, 다음 미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3명의 동의가 모두 필요해 “어? 얘 좀 이상한데?” 싶으면 별다른 페널티 없이 다른 매칭을 빠르게 이어갈 수 있는 식이다.
이처럼 ‘익스트랙션’은 ‘레인보우식스: 시즈’ 특유의 전투 시스템과 다양한 형태의 외계인을 협력하여 처치하고, 미션을 수행하는 코옵 플레이를 접목한 게임이다.
다만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계속 드는 생각은 “재미있다”라는 것보다 “이 게임이 ‘톰클랜시’와 무슨 상관이 있지?”라는 것이었다.
우선 냉전 대결과 테러 등 극사실주의에 가까운 밀리터리 소설을 주로 선보인 ‘톰 클랜시’의 작품과 외계인이 등장하고, 표본을 수집하는 이 게임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스토리를 아무리 살펴봐도 전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아무리 '톰 클랜시' 소설의 저작권을 유비소프트가 지니고 있다지만, 원작도 없고, 세계관도 맞질 않는 이른바 ‘근본이 전혀 없는’ 이 작품에 ‘톰 클랜시’ 이름을 붙이는 것을 보고 연예 시뮬레이션이든, 전략 시뮬레이션이든 총만 나오면 ‘톰 클랜시’ 이름을 붙일 것 같은 유비소프트의 미래가 그려질 정도였다.
더욱이 외계인이 등장하고, 기이한 현상이 반복되는 세계관이지만, 무기 시스템과 플레이는 현실적인 밀리터리 FPS를 추구하는 ‘레인보우식스: 시즈’와 똑같은 모습이라 게임을 하면서 느껴지는 이질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차라리 ‘엑스컴 시리즈’ 같은 사용하는 무기나 장비에 외계인에 특화된 대미지를 줄 수 있거나, 레이저, 이동 지뢰 같은 SF 요소를 더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