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까지 D-1” 게임으로 구현된 정치판은 어떤 모습일까?
5년간 나라의 국운을 좌우할 '대통령 선거' 이른바 '대선'이 이제 D-1로 다가왔다.
코로나 시국 속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사전투표 참여자가 37%에 이르면서 역대 최고 투표율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2030 세대가 선거의 향방을 가를 핵심 타겟층으로 떠오른 이번 선거에서는 각 정당의 대선 후보자들이 게임 이용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게임 관련 공약을 잇달아 내걸며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대선이 D-1일 남은 지금.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지는 현실 정치는 과연 게임에서 어떻게 다뤄지고 있을까?
한국 최초의 정치 시뮬레이션 게임 ‘헬로우 대통령’
지금으로부터 무려 25년 전인 1997년 지오마인드에서 개발한 '헬로우 대통령'은 무려 ‘대통령 선거’를 소재한 국내 최초의 대선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이 게임의 내용은 지금 봐도 상당히 놀라운데, 바로 14대 대선 당시 후보에 올랐던 ‘故 김영삼’, ‘故 김대중’, ‘故 김종필’ 등 한국 근현대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정치인들이 모두 실명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지금 이런 게임이 출시되면 댓글과 커뮤니티가 뜨겁게 달아오르겠지만, 이때 당시는 군인 출신 아닌 민간인 출신이 처음 대통령이 된 ‘문민정부’ 시절이다 보니 이런 게임이 용납될 정도로 사회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헬로우 대통령'은 선거 운동을 벌여 다른 후보의 지지율을 낮추는 식으로 하나의 도시를 자신의 영향력으로 통일하는 코에이의 삼국지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더욱이 실제 정치인의 얼굴이 그대로 게임 속에 등장하고, 호남은 ‘故 김대중’, 영남은 ‘故 김영삼’ 등 실제 지역별 선호 후보가 존재하는 등 나름의 현실성을 갖춰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특히, 이 게임은 각종 게임잡지는 물론, 유명 신문사에도 소개됐을 정도로 큰 화재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으며, 게임 자체는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더 알려진 게임으로 남게 되었다.
20세기 정치 거목들의 피 터지는 혈투! ‘YS는 잘맞춰!’
이 문민정부 당시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발맞춘 또 하나의 게임도 존재한다. 바로 세계 각국 대통령들이 대결을 펼치는 ‘YS는 잘맞춰!’가 그 주인공이다. 도스게임으로 등장했던 ‘YS는 잘맞춰!’는 ‘故 김영삼’ 대통령을 모티브로 제작한 게임으로, 클린턴, 마가릿 대처, 등소평, 후세인 등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등장하여 대결을 펼치는 아주 파격적인 작품이었다.
이 게임은 일종의 스테이지 진행 형태로 나아가면서, 각 스테이지의 미니 게임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퍼즐이 나오면 퍼즐을 풀고, 퀴즈가 나오면 퀴즈를, 격투 게임이 나오면 격투 게임으로 승리해야 하는 보드, 퀴즈 및 대전 격투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가 한 번에 등장하는 셈.
이 ‘YS는 잘맞춰!’는 출시 당시 MBC 9시 뉴스에서도 소개될 만큼 이슈를 불러일으켰는데, 실제로 출시 당일 1만 장이 팔렸을 만큼 당시 PC 패키지 게임으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피처폰 타이쿤의 열풍이 대선에까지? ‘대통령 타이쿤’
피처폰 게임이 전성기를 달리던 2000년대 당시 가장 큰 인기를 누리던 장르는 ‘경영 시뮬레이션’ 즉 ‘타이쿤’이었다. 목장, 식당, 논밭 등 별의별 소재의 타이쿤 게임이 쏟아지던 시기에 피엔제이에서 개발한 ‘대통령 타이쿤’은 남들과 차별화된 대선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전면에 내세웠다.
‘대통령 타이쿤’은 대통령을 꿈꾸는 주인공이 대통령의 비서가 되어 후보를 당선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되며, 스토리 모드와 미니게임 모드 등 다양한 콘텐츠가 등장하는 것은 물론, 분기 이벤트를 통해 여러 엔딩을 가진 것도 이 게임의 재미 요소 중 하나였다.
특히, 경제, 복지, 외교, 기타 4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고, 경기, 강원, 충남 등 각 지역을 선택하여 미니게임을 통해 지지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등 나름의 구색을 갖춘 것도 이 게임의 특징 중 하나였다.
“케네디냐 닉슨이냐? 주사위를 굴려 대통령을 뽑아라!” ‘1960 대통령 만들기’
국내보다 게임 소재 선택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미국에서는 미국 대선 역사상 가장 치열한 접전을 벌어졌던 1960년 대선을 소재로 한 보드게임 ‘1960: 대통령 만들기’가 존재한다.
사실 민주당 후보인 케네디와 공화당 후보인 닉슨이 맞붙었던 1960년 미국 대선은 여러모로 큰 이슈를 낳았는데, 바로 TV 토론회가 최초로 도입되었으며, 이를 통해 미디어 홍보의 개념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게임 속에 그대로 담겨 있다. 이 게임은 각 후보(이용자)는 턴 당 여러 장의 카드를 받고, 그 카드를 통해 캠페인, 광고 또는 여러 이슈를 획득하여 장소를 선점하는 식으로 진행되며, 실제 벌어졌던 논란과 이슈가 그대로 이벤트로 등장해 재미를 더한다.
일종의 부루마블처럼 장소를 선점하는 게임인 만큼, 우리 후보의 땅을 지키고, 상대 후보의 세력을 깎는 다양한 장치도 등장하며, 타이밍을 맞춰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이 존재하는 것도 이 게임의 특징 중 하나다.
물론, 1960년대 미국이 등장하는 게임인 만큼 해당 시기에 정보가 없으면 플레이 자체가 어렵고, 부루마블 이외에 세력 대결형 보드게임이 드문 국내에서는 재미를 느끼기 힘든 게임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