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영역에 본격적인 확장 나서는 게임
2020년 이후 게임의 미디어 진출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전까지 영화나 드라마 등의 미디어가 게임으로 출시되어 호평받은 사례는 많았지만, 게임이 영화나, 드라마 등의 미디어로 제작된 작품들은 졸작의 범람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차마 영화라고 평가하기도 힘든 졸작들이 범람해 팬들의 실망감만을 안겨주었을 뿐 대중적인 성공이나 작품성을 가진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하드웨어 기술의 급격한 발전 속에 그래픽과 영상 연출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고, 소설이나 영화 못지않은 스토리를 통해 작품성까지 갖춘 게임이 일반 대중들에게도 호평을 끌어내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특히, 소재 고갈에 시달리던 대규모 영화 및 드라마 제작사들이 게임 IP(지식 자산권)에 눈을 돌리면서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들이 다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초 출시된 영화 '언차티드'가 그 대표적인 예다. 게임 하나를 위해 플레이스테이션(PS)을 구매하는 이들이 생겨날 정도로 뛰어난 작품성을 자랑하는 명작 게임 시리즈 '언차티드'를 원작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스파이더맨'으로 유명한 톰 홀랜드를 주연으로 내세워 개봉 전부터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더욱이 코로나 이슈로 대부분의 영화가 개봉이 미뤄진 연초 개봉된 '언차티드'는 미국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진입한 것에 이어 3월 말 무려 3억 7천 30만 달러(한화 약 4,577억 원)에 달하는 글로벌 박스오피스 수익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을 가뿐히 넘어섰다.
비록 원작의 구현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기는 했지만, 어드밴처 액션이라는 요소는 확실히 살렸다는 호평을 이끌어낸 '언차티드'는 속편 제작까지 검토될 정도로, 대중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현재 미국에서 개봉 중인 '소닉 더 헤지혹2'(이하 '소닉2') 역시 흥행 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세가의 아이콘과 같은 캐릭터 '소닉'을 전면에 내세운 이 영화는 개봉 첫주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했다.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전 연령 등급으로 개봉한 '소닉2'는 닥터 이블로 열연한 짐 캐리의 활약과 소닉 특유의 속도감 넘치는 연출이 더해져 개봉 직후 1억 800만 달러(한화 약 1,334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둬 게임 원작 영화 역사상 가장 높은 개봉 첫 주 수익 기록을 세웠다.
이와 함께 전 세계 초등학생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마인크레프트 역시 영화 제작에 돌입해 주연으로 '아쿠아맨'으로 활약한 '제이슨 모모아'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또한, 2K의 액션 게임 '보더랜드'의 영화가 2022년 하반기 개봉일이 공개되는 것은 물론, 최근 1990년대 초 오락실을 뜨겁게 달군 액션 게임 '베어너클'의 실사 영화 제작이 발표되는 등 게임의 영화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이 게임의 미디어 진출은 비단 영화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바로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왓챠 등 OTT 서비스 업체에서 게임 원작 드라마의 제작 소식도 잇따르고 있는 것.
실제로 MS의 인기 게임 시리즈이자,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히어로 '마스터 치프'가 등장하는 게임 '헤일로'의 드라마가 호평 속에 방영 중이다. 미국의 거대 영화사 파라마운트에서 제작한 '헤일로' 드라마는 우주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거대한 전투를 사실적으로 구현한 것은 물론, 원작의 스토리를 이어가는 전개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이와 함께 21세기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너티독의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가 HBO의 드라마로 돌아온다. 이 '라스트 오브 어스'의 드라마는 인기 드라마 '체르노빌'의 작가가 제작에 참여했으며, 만달로리안의 주연배우 '페드로 마스칼'이 조엘 역을 왕좌의 게임에 출현한 벨라 램지가 엘리 역을 맡을 예정이다.
다만 잇따른 망언 속에 속편을 제대로 망쳐버린 너티독의 디렉터 '닐 드럭만'이 공동 제작을 맡고 있어 드라마 제작 소식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는 중이다.
여기에 그릇된 지도자가 만들어낸 뒤틀린 도시를 배경으로 숨 막히는 액션을 선보인 2K의 인기 게임 시리즈 '바이오쇼크'의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통해 제작되고 있으며, 베데스다의 명작 오픈월드 게임 시리즈 '폴아웃' 역시 드라마 제작이 확정된 상태다.
이처럼 저예산으로 제작되어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졸작이 범람했던 이전의 게임 원작 작품들과 달리 최근 제작되는 게임 기반의 영화, 드라마 등의 미디어는 거대 제작사의 투자와 인기 배우들이 대거 참여하는 등 그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더욱이 새로운 소재와 독특한 컨셉의 작품이 다수 등장하는 OTT 서비스의 시장이 날로 커지는 만큼, 게임 IP는 소재 고갈에 시달리는 미디어 제작자들에게 매력적인 콘텐츠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 과연 앞으로 어떤 게임이 뛰어난 작품으로 대중에게 선보이게 될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