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단 한 건의 범죄라도 생기면 모두가 죽는다!” ‘포가튼시티’

모종의 이유로 강제로 모여 살게 된 마을에 단 한 건의 범죄도 없을 수 있을까? 그것도 기독교인들과 기존 지역 신앙의 갈등이 극렬해진 서기 100년대 로마에 말이다.

이 흥미로운 소재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추리 어드벤처 게임이 있다. 바로 지난 5월 H2 인터렉티브를 통해 발매된 ‘더 포가튼 시티’가 그 주인공이다.

포가튼시티
포가튼시티

사실 이 게임은 ‘엘더스크롤 스카이림’의 ‘모드’(Mod)로 처음 등장했다. 수많은 ‘스카이림’의 모드 중에서도 독보적인 인기를 자랑한 ‘포가튼 시티’는 3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것은 물론, 특유의 흥미진진한 전개와 탄탄한 시나리오를 인정받아 ‘호주작가조합 시상식’에 수상을 받았을 만큼, 게임 모드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렇듯 ‘‘스카이림의 모드’로 출발하여 독립 게임으로 출시된 독특한 이력을 지닌 ‘포가튼 시티’는 이전보다 더욱 풍성한 콘텐츠와 기존 설정을 새롭게 재해석한 치밀해진 시나리오를 선사한다.

인물들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인물들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이 게임은 현대에 살고 있던 주인공이 낯선 여성을 만나 이탈리아의 한 도시 유적을 조사하던 중 유적 지하로 떨어져 시간여행을 하게 되면서 시작한다. 서기 100년 로마의 외딴 도시로 떨어진 주인공은 주민들과 대회를 하던 중 하나의 큰 의문점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마을에 사는 주민들 상당수가 다른 지역에서 이곳으로 오게 되었으며, 이 마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한 주민의 안내로 만나게 된 지역의 책임자이자 로마의 치안판사 ‘센티우스’는 더욱 황당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 마을은 ‘황금률’이 적용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모두가 파멸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황금률’은 마태복음 7장 12절에 등장하는 문구로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라는 문장이다.

마을에 일이 터질 때마다 자신을 희생하는 센티우스
마을에 일이 터질 때마다 자신을 희생하는 센티우스

하지만, 이 마을의 ‘황금률’은 다소 다르다. 바로 마을의 주민 단 한 명이라도 범죄를 저지르게 되면 모두가 황금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 황금률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마을을 탐험하다 보면 사람이 황금으로 변한 듯한 황금 동상이 곳곳에 서 있어 설득력을 더해준다.

주인공은 이 행정관의 부탁을 받아 마을에서 범죄를 일으킬 만한 사람을 찾게 되며, 이 과정에서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인물을 범인으로 지목할지 선택하는 여정에 나서게 된다. 주인공은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사건과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이렇듯 ‘포가튼 시티’는 단 한 건의 범죄로 모두가 파멸하게 되는 기묘한 마을을 배경으로 독창적인 시나리오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게임의 진행은 인물들 간의 대화로 진행되며, 이 대화 속에 힌트를 얻어 인물들 간의 관계에 적용할 수 있다.

단서를 찾아 확인할 수 있다
단서를 찾아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투표를 통해 기존 행정관을 끌어내리려는 신규 세력과 이를 막으려는 세력들 간의 알력 싸움과 의문의 사망사건, 그리고 인물들의 숨겨진 비밀까지 굉장한 몰입감을 주는 사건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이 게임의 특징 중 하나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마을의 범죄를 이용자가 직접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창고에 놓인 돈을 훔치거나, 무력으로 대화를 이어갈 때 멋모르고 상대에게 해를 입히면 황금 동상들이 되살아나 마을 주민들과 주인공을 공격한다. 이 공격은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으며, 오롯이 도망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시장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시장

물론, 그렇다고 게임이 완전히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황금 동상이 일어나면 ‘센티우스’가 신전으로 달려와 자신을 희생해 이를 잠재우는데, 이때 생긴 포탈에 주인공이 입장하면 처음 마을에 방문한 시점부터 다시 게임이 진행된다.

더욱이 훔친 돈이나 아이템은 그대로 가지고 다시 스토리가 시작되기 때문에 돈을 훔치고, 게임을 시작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아이템을 모으는 플레이도 가능하다.(물론, 그럴 때마다 ‘센티우스’는 계속 사망한다)

응~ 어차피 다시 마을 오면 그만이야~
응~ 어차피 다시 마을 오면 그만이야~

여기에 게임의 엔딩 역시 다양해 퀘스트 몇 번 만에 엔딩을 볼 수도 있으며, 잘못된 판단을 해도 이를 확인할 수 없어 여러 차례 게임을 진행해 진 엔딩을 찾아갈 수 있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포가튼 시티’는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의 문구처럼 생각보다 심오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단순한 게임 엔딩 이상의 느낌을 준다.

마을 곳곳에 있는 황금상들
마을 곳곳에 있는 황금상들

비록 그래픽은 상당히 떨어지고, 대화를 별도로 기록하는 시스템이 없어 추리 과정이 상당히 불편하다는 단점도 존재하지만, ‘포가튼 시티’는 기존 게임과 다른 화법과 콘텐츠 그리고 묵직한 주제의식을 전달한 의외의 수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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