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블록체인] 블록체인 게임에서의 ‘P2E’
<<최근 메타버스와 가상화폐의 부각으로 블록체인 게임 시장의 가능성에 기대감이 커지면서 많은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생소하고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에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막막하죠. 이에 게임동아에서는 [WITH 블록체인] 기획을 통해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시장 현황과 미래를 조명해보고 각종 문제점들을 해결할 방법이 있는지, 마지막으로 이 시장이 정말 기대할 만한 신천지가 될 것인지 집중 조명해보려 합니다>>
P2E(Play to Earn / 돈을 버는 게임)는 블록체인 게임의 핵심 기능으로 손꼽힌다. P2E는 가상화폐(코인)을 기반으로 한 거래 시스템과 NFT(Non-fungible Token / 대체 불가능 토큰) 등의 블록체인 기술에 더해, 게임을 통해 얻은 재화나 아이템을 가상화폐로 거래해 이용자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 P2E가 도입된 게임은 장르와 특징에 따라 조금씩 형태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게임 내 통화 또는 게임 플레이를 주도하는 핵심 블록체인 기능인 '유틸리티 토큰'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를 암호화폐로 전환하여 몇 단계 과정을 거쳐 거래소에서 현금으로 교환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이전까지의 게임이 재화나 아이템이 게임 내에서만 통용되어 '돈을 쓰는' 형태의 생태계였다면, P2E는 거래소 등 외부와 연결된 블록체인 화폐를 통해 이용자가 게임으로 '돈을 버는' 것으로 생태계가 완전히 바뀐 셈이다.
더욱이 P2E 게임은 '확률형 뽑기' 등의 과도한 과금 유도로 큰 비판을 받는 부분유로화(F2P / Free to play) 형태의 과금 요소와 달리 이용자 간의 거래 단계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을 받았고, 이는 국내 게임사 대다수가 블록체인 게임 개발에 뛰어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P2E 게임은 어떻게 구동되는 것일까? 전 세계에 P2E 게임 열풍을 불러일으킨 '엑시 인피니티'의 사례를 살펴보면 대략 그 흐름을 알 수 있다. 2018년 베트남의 스타트업 스카이마비스가 출시한 '엑시인피니티'는 게임에 P2E 기능을 접목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게임에서 이용자는 캐릭터('엑시')를 수집하고, 전투를 벌여 랭크를 높이거나 교배를 통해 유틸리티 토큰(AXS, SLP)를 확보할 수 있다. 이 '엑시인피니티'의 캐릭터와 토큰은 게임 내 마켓인 '엑시 인피니티 마켓'을 통해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판매 혹은 구매할 수 있으며, 이용자는 자신의 '코인 지갑'으로 들어온 '이더리움'을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에 판매할 수 있다.
캐릭터를 육성하고, 교배를 통해 확보한다는 기존 게임의 콘텐츠에 유틸리티 토큰이라는 블록체인의 기능을 더하고,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 획득한 토큰을 암호화폐로 교환할 수 있는 지금의 P2E 게임의 기본 형태를 구현한 셈이다.
이 '엑시인피니티'는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 가격 폭등의 혜택을 고스란히 받아 게임의 ‘유틸리티 토큰’ 2종의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등의 효과와 맞물려 베트남의 스타트업이었던 스카이마비스의 시가 총액이 한때 300억(한화 약 35조 원)으로 상승할 만큼 엄청난 파급력을 보여줬다.
'엑시인피니티'와 조금 다른 개념의 P2E 게임으로 국내에서 성공을 거둔 작품도 존재한다. 바로 국내에 블록체인 게임 광풍을 이끈 위메이드의 '미르4'다. 사실 '미르4'는 처음부터 블록체인 기능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작품은 아니었으나, 글로벌 서비스에서 도입한 '흑철' 중심의 채굴 시스템으로 대박을 쳤다. '미르4'는 '흑철'이라는 광물이 존재하는데, 이 '흑철'을 10만 개 모으면 일종의 '유틸리티 토큰'이라 할 수 있는 '드레이코' 1개와 교환할 수 있으며, 이 '드레이코'는 위메이드에서 발행하는 암호화폐인 '위믹스' 혹은 '위메이드 크레딧'으로 교환할 수 있다.
운이 강하게 작용되는 '교배'의 결과가 중요한 '엑시인피니티'와 달리 '흑철'을 채굴하는 이용자의 노력이 수익으로 이어지는 '미르4'의 P2E 기능은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고, 이는 지난해 위메이드가 매출 3,373억 원과 영업이익 1,009억 원이라는 역대 최다 실적을 기록한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2월 출시된 조이시티의 ‘건쉽배틀 크립토 컨플릭트’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이 게임은 조이시티의 대표 IP(지식 재산권) ‘건쉽배틀’에 P2E 요소를 더한 작품으로, 건물을 짓고, 병력을 육성하여 전쟁을 벌이는 SLG(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특성과 광물을 수확하고 이를 통해 암호화폐를 교환하여 수익을 올리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게임에는 위믹스와 연동된 신규 재화 '티타늄'과 '밀리코'가 등장한다. 이용자는 게임 플레이를 통해 채굴한 ‘티타늄’을 게임의 유틸리티 토큰인 ‘밀리코’로 교환하고, 이를 위믹스로 전환하여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건쉽배틀 크립토 컨플릭트’는 RPG, 육성 시뮬레이션 등에 집중되어 있던 기존 P2E 게임과 달리 집단 단위의 경쟁이 중요한 SLG 장르의 재미 요소를 P2E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다수의 성공사례를 통해 게임의 새로운 미래로 떠오르고 있는 'P2E'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듯" 그 단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P2E 게임에서 ‘돈을 벌게 해주는’ 원동력인 암호화폐의 가치 하락이다.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P2E 게임’은 게임 내에서 거래되는 ‘토큰’의 거래량에 따라 시세가 움직인다. 시장에 유통되는 모든 상품은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만큼 가치가 오르지만, 사는 사람이 없고, 파는 사람이 많아지면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이렇게 수요보다 공급이 많을 때 재화의 가치가 하락하는 인플레이션 현상은 P2E 게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이러니하게도 P2E 게임의 성공사례로 소개된 ‘엑시인피니티’에서 바로 이 인플레이 현상이 극심하게 발생했다. ‘엑시인피니티’에서 발행하는 ‘SLP’ 토큰은 지난 2021년 개당 36센트를 기록했지만, 1년 만인 2022년 3월 1,6센트로 폭락했다. 외부 거래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SLP’은 게임 내 캐릭터를 육성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토큰이다. 게임 생태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토큰이 1년 만에 가치가 없어지다시피 한 것이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에 가까운 이 현상의 원인은 다름 아닌 게임사의 공급 정책이었다. 스카이마비스는 이 ‘SLP’ 토큰을 거의 무제한으로 찍어내고 있었다. 게임의 또 다른 토큰인 AXS가 2억 7천 만개 정도로 수량이 제한되어 있던 것에 비해 무한에 가깝게 생산되고 있던 ‘SLP’는 이용자들 대다수가 이를 그대로 외부 거래소에 판매하면서 가치가 곤두박질쳤다.
P2E 게임 생태계의 핵심인 암호화폐는 자체 ‘디파이’(De-Fi /'탈중앙화된 금융시스템)를 통해 발행되거나, 타 회사의 ‘디파이’ 기반의 암호화폐를 통해 설계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에 게임 내 토큰이 시장에 과도하게 공급되어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 이용자의 수익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엄청난 수익성으로 한때 필리핀 국민들의 새로운 일자리로 불렸던 ‘엑시인피니티’는 현재 초기 투자금액인 천 달러를 회수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익성이 극도로 낮아졌고, 2022년 최초로 이용자가 줄어들어 토큰 거래량이 70% 이상 줄어들기도 했다.
이 인플레이션 현상은 현존하는 대부분의 P2E 게임이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P2E 게임'이 활성화된 지역을 살펴보면 동남아, 남미 지역 등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낮게 평가받는 국가들이 많다. 이는 이 지역 이용자 중 대다수가 게임을 즐기기 위해 ‘P2E’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Earn’에 집중하는 이른바 투자자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고자 게임 내 경제 시스템에 사용되는 토큰 혹은 암호화폐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발행에 제한을 두거나, 과도하게 생산된 토큰을 소각하는 등의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P2E 게임의 암호화폐 상당수가 서비스 초반 급격히 가치가 오른 이후 급강하하는 지표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
여기에 P2E 게임은 코인 시세와 생태계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디파이, 스테이킹(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한 대출), 타 암호화폐의 시세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일례로 지난달 전 세계를 뒤흔든 ‘루나 코인’ 폭락 사태로 암호화폐 시장 전체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많은 P2E 게임의 수익성이 하락하기도 했을 정도로, 현재까지 P2E 게임의 경제 시스템은 안정적이라고 보기 힘든 모습이다.
또한, 암호화폐 지갑을 만들고, 게임 내에서 획득한 토큰을 암호화폐로 교환한 뒤 이를 다시 기존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으로 다시 바꾸는 식의 복잡한 거래 과정과 ‘가스 비’(Gas Fees) 등의 수수료가 발생하는 P2E 게임의 거래 시스템 역시 대중화에 큰 걸림돌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P2E 게임의 생존을 위해서는 자체 생태계를 갖춘 별도의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뛰어난 게임성과 재미 요소를 갖춘 콘텐츠를 통해 게임 내 경제 시스템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지속성’을 갖춘 작품이 필요하다는 시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거대 게임사들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위메이드의 경우 자사의 위믹스를 암호화폐 전 분야로 확장하기 위한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 플레이‘를 통해 게임에서 번 자산을 게임에 재투자하는 ‘P&E’(Play & Earn / 플레이 앤 언)'을 선보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자체 메인넷 ‘위믹스 3.0’의 테스트넷을 오픈했으며, 위믹스 플레이에서 서비스하는 다양한 게임 중, 리플렉트 얼라이언스에 포함된 다양한 토큰을 융합(Fusion)해 받을 수 있는 유틸리티 ‘코인 리플렉트 코인’을 선보일 것을 밝히는 등 자체 생태계 조성을 위해 나서고 있는 중이다.
컴투스 역시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인 ‘C2X’ 설계에 나섰다. ‘C2X’는 C2X 게임과 C2X 스테이션이라는 지갑을 따로 개발하여 ‘C2X’ 암호화폐를 지닌 이들이 팬카드(베타 게임 이용권)를 구입해 게임 베타에 참여할 수 있고, 실제로 게임에 런칭될 경우 초기 투자자로 나서는 독특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특히, 루나 코인을 메인넷으로 설계한 덕에 현재 C2X의 메인넷을 재개발하는 단계이지만, 컴투스는 별도의 수수료와 복잡한 재화 이전 등 웹 3.0에 익숙치 않은 이들의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C2X SDK’을 올 연말 출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현재 ‘P2E 게임’은 다양한 단점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일각에서 큰 우려를 받고 있지만, 게임에 새로운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이끌린 수많은 게임사들이 새로운 형태의 시스템 구축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중이다.
과연 ‘Earn’에 모든 시선이 집중됐던 초기 시장의 흐름을 벗어나 ‘Play’가 중심이 되는 시장으로 변모할 수 있을지 기로에 서있는 ‘P2E 게임’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