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게임이 있었어?' BIC2022에서만 볼 수 있던 독특한 게임들
국내 최대 인디게임행사 부산인디커넥트 페스티벌 2022 (이하 BIC 2022)에서 독특한 아이디어와 기능을 가진 게임들이 선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9월 1일(목)에 부산항공국제컨벤션센터(BPEX)에서 개막한 BIC 2022는 올해도 130여 개의 인디 게임이 출품되어 많은 게임 매니아들에게 호평받고 있는 상황. 인디 게임인 만큼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진 게임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충격적이라고 할만큼 개성적인 게임들이 있어 소개해본다.
온 몸 스피커로 즐기는 게임 'POOPCOLLECTOR'
BIC 2022 복도 쪽 부스에 마련된 '발틱 익스플로러' 부스는 한국에서 맛볼 수 없는 감성의 게임들을 다수 선보이고 있었다. 좌측에 간단한 원버튼 형태의 자동차 게임이나 오른쪽 전략 게임도 눈에 띄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임은 부스 가운데 위치한 'POOPCOLLECTOR'였다.
이 게임은 온 몸에 스피커를 부착하는 것이 특징으로, 게임을 즐기려면 헤드셋 뿐만 아니라, 조끼를 착용하듯 온 몸을 스피커로 감싸야 했다. 그리고 이렇게 온 몸에 스피커를 장착하는 것도 특이했는데,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서 그래픽이 전혀 없다는 점에 또 놀랐다.
한 마디로 이 게임은 80년대 말에 유행하던 그래픽이 없는 초창기 어드벤처 게임 형태를 띄고 있었다. 국내에서 머드(multiuser dungeon(dimension)) 게임을 즐겼던 세대의 이용자라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까만 화면에 '걷다' 등의 명령어를 입력하면 온 몸 스피커로 뚜벅 뚜벅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집이 나왔다는 결과에 '문을 연다'라고 입력하면 끼이익 하고 문이 열리는 방식으로 상상력이 극대화되는 게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실제 모스 부호를 활용한 게임 '모스'
B2C 부스 안쪽에 위치한 모스 부스도 특이한 형태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우선 자체 제작한 컨트롤러가 눈에 띄었다. 실제 모스 부호를 보내는 것 같은 나무 박스가 눈에 띄었고, 이 기기를 조절해서 게임을 즐기는 형태였다.
모스 부호는 말 그대로 모스 부호(글자를 단음과 장음으로 표현하는 간단한 부호)다. 하나의 시간 단위로 단음을 표시하고 시간단위 세 개로 장음을 표시하는 모스 부호의 원리를 대입하여, 이용자들은 몰려오는 적의 위치를 전달해서 폭격을 가해야 하는 방식이다.
인디 게임으로써 특이성으로는 원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UI(사용자 환경)이나 진입 장벽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큼 어려운 느낌이 있었다. 특히 적의 움직임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폭격을 해야하는 위치를 설명해주기가 쉽지 않았다.
CRT 모니터에서, 직접 동전을 넣고 즐기는 '닌자 일섬'
감각있는 횡스크롤 2D 플랫폼 게임으로, 개발사 아스테로이드제이에서 출품한 '닌자 일섬'. 이 부스에서는 타 부스에서 볼 수 없는 CRT 모니터가 배치되어 주목을 끌었다.
90년대 유행하던 삼성 평면 CRT 모니터에 시연된 '닌자 일섬' 게임은 과거 오락실 느낌을 물씬 풍겨냈다. 점프하는 닌자가 적의 공격을 뛰어넘고 공중을 돌며 나아가는 모습은 과거 콘솔 게임 '닌자용검전'이나 '시노비' 등의 게임을 정신적으로 계승한 듯한 느낌이었다.
특히 깜짝 놀랐던 것은 실제 100원 을 넣어야 하는 동전통이었다. 소니의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에 과거 오락실용 동전체크 기를 부착하여 오락실 느낌을 그대로 재현했던 것. 많은 관람객들이 오락실 감성에 대해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는 모습이었다.
이 게임의 테마가 '차원을 넘어 미래와 맞서는 닌자의 복수극'이었는데, 그렇게 20여년 전의 감성을 구현한 모습에 차원을 넘었다는 표현이 와 닿았다. 현재 이 게임은 1인 개발로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시절에 PC 패키지를 출시했다고? '보이스'
개발사 WTFMAN은 이번 BIC 2022에 특유의 천막으로 부스를 가리는 모습이었다. 이유는 이 회사에서 발표한 게임 '보이스'가 18금 성인용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12월 9일에 PC 스팀으로 출시된 '보이스'는 자신이 선택하는 모험퍼즐비주얼 노벨2D+ 장르를 채택하고 있다. 말하기가 금지된 미래의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어드벤처 게임으로, 이용자들은 독재자에게 순응하는 모범 시민으로 살아갈지, 스피커가 되어 저항의 불씨가 될지, 아니면 다른 길을 선택할지 선택해야 한다.
'보이스'는 22만 개의 글자, 총 3막으로 구성된 어두운 스토리, 다양한 퍼즐, 9개의 멀티 엔딩 등 다양한 특징이 있는 게임이었지만, 정말 놀랐던 것은 WTFMAN 에서 이 게임의 PC 패키지를 출시했다는 사실이다. 대행 업체에 맡기면 비용이 많이 들어서 전부 손수 수작업으로 작업했다는 후문이다.
BIC 2022에 참여한 관람객들은 이 PC 패키지를 보며 '2022년도에 인디 PC 게임 패키지가 출시되다니..' 라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고, 몇몇 하드코어 PC 패키지 콜렉터들이 패키지를 구입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WTFMAN 관계자는 "누군가는 좋아해줄줄 알았다"라고 PC 패키지 제작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