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 필요한 메타버스, XR 등 신기술과의 융합이 정답될까?
코로나19 전 세계 확산과 더불어 미래 산업으로 각광받던 메타버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가상 현실과 현실의 만남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기존에 많이 볼 수 있었던 온라인 게임과의 차별화된 느낌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MS 게임 사업 분야의 수장 필 스펜서는 “현재의 메타버스는 부실하게 만들어진 비디오 게임”이라고 평가했다. 애플의 그렉 조스위악 글로벌마케팅 부사장은 “지금까지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말할 일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화제가 됐다.
재미있는 점은 MS가 메타버스에 상당히 적극적이었으며, 애플 역시 AR, MR 기기를 계속 개발 중이라는 점이다. 이 두 사람의 발언은 회사 차원에서 메타버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현재 단계에서 보여지고 있는 메타버스 결과물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메타버스 시장 선점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메타(구 페이스북)가 내놓은 결과물에 대한 조롱도 어느 정도 담겨 있고.
다만, 중요한 것은 필 스펜서의 발언처럼 “현재 공개된 메타버스가 영화 레디플레이어원 등을 통해 상상하던 모습과 수준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을 모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메타버스가 미래를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MR(혼합현실), XR(확장현실) 등 신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온라인 게임들과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선보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메타버스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메타는 사명 변경 이후 1년만에 VR 기기 신제품 ‘퀘스트 프로’를 공개했다. 이전에 399.99 달러라는 놀라운 가격과 성능으로 주목받았던 오큘러스 퀘스트2에 이어 선보이는 이 기기는 가격이 무려 1499달러(약 219만원)다.
오큘러스 퀘스트2의 경우 VR의 대중화를 목적으로 가격을 극한으로 떨어트렸지만, 이번에 발매된 ‘퀘스트 프로’는 완전히 전문가용으로 첨단 기술이 대거 집약된 것이 특징이다.
내부 카메라를 통해 이용자의 시선과 표정, 얼굴 근육의 움직임까지 추척할 수 있어, 눈을 깜빡이는 등 이용자의 표정 변화까지 아바타가 재현해준다. 메타의 메타버스 서비스인 ‘호라이즌 월드’가 기존 온라인 게임과 별 차이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호라이즌 월드’에서 좀 더 현실 세계에 가까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기기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VR은 이용자가 직접 가상 현실 세계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전달하기 때문에 그래픽이 업그레이드돼서 현실에 가까워질수록 더 충격적인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
포켓몬고로 새로운 희망을 봤지만, 그것은 신기술이기 때문이 아니라 포켓몬 때문이었다는 잔인한 현실을 깨닫게 된 AR도 메타버스와의 융합을 통해 도약을 꿈꾸고 있다.
포켓몬고 이후에 등장한 새로운 AR 게임들이 모두 망하면서 다소 시들해지긴 했지만, 현실에 가상의 데이터를 띄울 수 있는 AR 기술을 메타버스에 활용하면 쇼핑 등 다양한 곳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에서 곧 더 업그레이드된 성능의 AR 기기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AR 기술이 한단계 더 진화하면 메타버스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
국내 메타버스 개발사인 허니플러그의 경우에는 인천테크노파크와 함께 지역 관광 활성화 목적으로 개발 중인 ‘동화 마을 메타버스’에서 AR과 XR 기술을 도입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인천의 유명 관광지인 동화마을을 메타버스로 재현하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그것만으로는 기존 온라인 게임과 크게 차별화된 느낌을 주기 힘드니, 메타버스에서 다양한 미션을 통해 동화마을을 경험해본 뒤, 직접 방문해서 AR과 XR을 활용해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획 중이다.
예를 들어 실제 동화마을의 주요 명소를 다니면서 AR 미션을 수행하면 스탬프를 획득하게 되고, AR 기능을 활용해 나무에게 말을 걸면 나무의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식이다. 메타버스라고 하면 보통 현실 세계를 가상 세계로 가져오는 것에 집중하는데, 메타버스 내에서의 경험을 AR 기술을 활용해 현실 세계인 동화마을에서 새로운 재미로 연결하는 것이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어 보인다.
물론 아직까지 영화 레디플레이어원의 오아시스처럼 들어가자마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정도로 수준 높은 메타버스 세상이 구현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들이 계속 쌓이게 되면 메타버스가 마케팅 허상이라는 오명을 벗고, 진정한 미래 산업으로의 모습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날이 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