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세기의 딜이 무산? 태클 계속되는 MS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
687억 달러(한화 약 95조원)이라는 거금이 투입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발표될 때만 하더라도 MS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인 게임패스 천하가 열릴 것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핵심 타이틀인 ‘콜오브듀티’를 뺏기는 것에 반발한 소니의 방해 공작이 계속되면서 지지부진해지고 있는 것.
특히, 영국 경쟁시장청(CMA)가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게임 콘솔과 구독형 게임 서비스, 클라우드 게임 시장의 경쟁을 해칠 것이 우려된다며 심층 조사를 진행하고,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까지 반독점 소송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점점 더 앞날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주가는 이 소문으로 인해 전날 대비 4%가 넘는 주가 하락을 보였으며, MS 역시 전날 대비 0.04%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 논쟁의 쟁점은 액티비전블리자드의 대표작인 ‘콜오브듀티’ 시리즈가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게임이냐는 것이다. ‘콜오브듀티’를 소유하게 된 MS는 자신들이 시장 3위 업체에 불과하기 때문에 ‘콜오브듀티’를 보유하게 된다고 해서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가지게 될 리가 없으며,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소니는 ‘콜오브듀티’ 외에도 강력한 독점작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소니는 북미, 유럽 시장에서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콜오브듀티’를 MS가 독점 보유하게 된다면 자신들에게 치명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사 모두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의 건실함을 극찬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MS 측은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 후 ‘콜오브듀티’를 플레이스테이션 플랫폼에 3년간 제공하겠다는 초기 계획을 밝힌 후, 이번에 그 기간을 10년까지 늘리는 추가 제안을 내놓았으나, 소니 측은 여전히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MS가 ‘콜오브듀티’ 프랜차이즈를 확보하는 것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게이머들의 여론은 그동안 수많은 독점작으로 시장 지배적인 위치에 서 있던 소니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의견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영국 경쟁시장청(CMA)에 이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까지 움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을 보면 소니가 지속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 효과를 봤을 수도 있고, MS가 액티비전블리자드를 인수하면서 덩치를 더욱 키우는 것을 정치권에서도 불편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소니 입장에서는 지금의 상황에 환호를 보낼 수 밖에 없다. 어차피 인수가 확정되면 ‘콜오브듀티’를 무조건 잃게 되는 상황이었는데, 잘만 하면 인수를 무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고, 지금 같이 질질 늘어지는 상황이 계속될수록 ‘콜오브듀티’가 게임패스에 입점하는 시기가 더 늦춰지게 되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자”의 물고늘어지기 전략이다.
물론, 아직까지 유럽연합위원회의 심층 조사가 완료된 것도 아니고,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직접적으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것도 아니니, 아직은 이번 인수건이 완전히 무산됐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인수건을 여기까지 늘어지게 만든 것 자체만으로도 소니의 치밀한 방해공작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