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SF 호러의 명맥이었으나 남는 아쉬움, 크래프톤 ‘칼리스토 프로토콜’

크래프톤 산하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가 개발한 AAA급 PC 및 콘솔 게임 야심작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지난 12월 2일 발매됐다.

칼리스토 프로토콜
칼리스토 프로토콜

인상적인 조명 활용.
인상적인 조명 활용.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는 SF 명작 호러 게임 시리즈인 ‘데드 스페이스’의 개발자 글렌 스코필드가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글렌 스코필드는 이번 작품인 ‘칼리스토 프로토콜’에 디렉터로 참여했고, 게임은 ‘데드 스페이스’의 정신적 후속작으로 전 세계 게이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다.

크래프톤의 경우 온라인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강점을 보여온 국내 게임사와 달리 PC와 콘솔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둔 ‘배틀그라운드’를 선보인 회사다. 이에 크래프톤과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가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에 많은 관심이 몰렸다.

먼저 플레이스테이션 5로 만나본 게임의 그래픽은 상당한 수준이다. 언리얼 엔진을 활용해 만든 목성의 위성이자 이번 작품의 배경인 죽음의 달 ‘칼리스토’와 교도소 ‘블랙 아이언’의 분위기가 정말 압권이다.

교도소에 수감된 주인공
교도소에 수감된 주인공

힘을 모아 탈출하자
힘을 모아 탈출하자

‘칼리스토’ 곳곳을 탐험하면서 만나게 되는 시설이나 몬스터 등의 묘사가 정말 뛰어나다. 또 게임을 진행하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목성의 모습이나, 게임 초반 등장하는 목성의 또 다른 위성 ‘유로파’의 분위기도 좋다. 주인공 캐릭터의 사망 신은 정말 눈을 가리게 할 정도로 잔인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됐다.

그래픽과 관련해서는 플레이스테이션 5의 버전의 경우 퍼포먼스 모드를 지원한다. 퍼포먼스 모드는 초당 프레임이 높아 한층 부드러운 화면을 보여준다. 기자의 경우 평소 그래픽보다는 부드러운 화면을 선호하지만,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경우 액션이 빠릿빠릿한 느낌보단 묵직함에 가깝기에 해상도가 더 뛰어난 모드로 즐겼다. 묵직한 느낌이 더 잘 살았다.

게다가 ‘데드 스페이스’에서 이어진 간략한 UI(유저 인터페이스)가 게임의 집중도를 더욱 높여준다. 이것저것 복잡한 UI 없이 캐릭터의 목 주변과 총기 주변 숫자만 보면, 남은 HP와 탄환의 수를 파악할 수 있다. ‘데드스페이스’의 정식적 후속작을 플레이하고 있다는 느낌이 온다.

좌우로 피해 근접 접투
좌우로 피해 근접 접투

전략적 조준 시스템
전략적 조준 시스템

게임의 전투는 근접 전투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전투 자체는 상당히 묵직하고 재미가 있다. 근접 위주의 전투 하나만으로도 ‘데드 스페이스’와는 확실히 다른 재미를 전한다. 적을 마무리하는 형태로 사용했던 ‘데드 스페이스’와 달리 근접 공격을 기본으로 활용하고, 근접 공격을 2~3회 이어 틈을 만들고, 이 틈에 원거리 무기를 발사해 부위를 파괴하거나 틈을 더욱 키워 적을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전투를 펼친다.

그리고 근접 전투의 핵심은 회피와 막기다. 마치 ‘뎀프시 롤’처럼 적의 공격을 좌우로 피하면서 적에게 공격을 먹이거나, (무기 업그레이드가 필요하지만) 근거리 무기로 공격을 막아 상대에게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근접 전투 자체는 상당히 묵직한 맛과 적의 머리를 절단하거나 터트려 버리는 쾌감이 있다. 또 회피 시스템 자체도 1대 1로 붙을 때는 리듬 게임을 하는 것처럼 제법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정말 컨트롤러를 꽉 쥐고 플레이했다.

다만, 1대 1을 넘어간 1대 다수 상황에서는 전투를 풀어가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전투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게임에서 근접 공격을 펼치면 카메라 시점이 1대 1 전투에 집중하는 형태로 초점이 맞춰진다. 이때 갑자기 뒤에 자리한 적에게 공격이라도 당하면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다.

뒤를 조심해
뒤를 조심해

목성이 정말 아름답다
목성이 정말 아름답다

적에게 1~2대만 맞아도 빈사로 이어지는 게임이기 때문에 적에게 둘러싸인다면 게임 오버로 이어지기가 십상이다. 물론 극한의 환경에서 생존의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이기에 전투 난도 자체가 높을 수는 있지만, 불합리하다는 인상은 지우기가 힘들 수 있다.

정말로 전투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플레이해야 하고, 중력을 조절해 적을 날리는 그립 등도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한다. 그립의 경우 다가오는 적을 집어 밀치는 형태의 플레이도 가능하고, 거대한 모터나 톱니바퀴 등에 빨려들게 만들어 말 그대로 적을 갈아버릴 수도 있다. 그립을 잘 활용하면 전투를 풀어가기 한층 수월하다.

전투 부분에서 아쉬운 점은 게임 진행 과정에서 초반에는 근접 전투가 강조되지만, 막상 보스급 몬스터나 최종 보스전에는 근접 전투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보스급 몬스터는 다른 3인칭 액션 게임처럼 원거리 무기를 쏘는 형태의 전투가 중심이 된다. 또 부위 파괴가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는 것이다. 팔 하나를 잃은 적이 연속 공격을 하지 못하는 정도다. 다시 1대 1구도의 전투를 펼친다. 다리를 잃고 기어 오는 적을 괴롭히는 재미를 원했던 게이머라면 조금 아쉬울 수 있겠다.

적의 뒤를 노리자
적의 뒤를 노리자

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는 부가 요소
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는 부가 요소

참고로 게임에 등장하는 원거리 무기의 경우 소총 형태의 주 무기와 권총 형태의 보조 무기 2개의 모듈을 활용해 다양한 형태의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샷건이나 돌격 소총 간 변환이 필요하면 하부 모듈은 그대로 두고 상부 모듈을 교체해 활용하는 형태다. 권총 간 전환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 교체가 동작 애니메이션으로도 그대로 구현됐기 때문에 생존이 급박한 상황에서 총기를 교체하기가 쉽지는 않다. 게임 자체가 이용자의 편의성보다는, 치열한 생존의 재미에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다.

아울러 근접 무기와 총기, 중력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인 그립 등은 리포지에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며, 외형적으로도 변화가 생긴다. 다만, 근접 무기의 경우 변화가 없어 아쉬운 부분이 있다. HP 증가나 인벤토리 증가 등의 성장 요소는 없다. 평범한 화물선 파일럿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당연한 요소일 수 있겠다.

부족한 인벤토리 공간 활용은 게임의 강점으로도 단점으로도 느낄 수 있다고 본다. 게임 초반부에는 인벤토리가 딱 6칸이다. 게임 중반부에 돌입하면, UJC 슈트 착용 후 인벤토리가 증가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총기가 많아지면서 여전히 인벤토리 자체는 넉넉한 편은 아니다. 전투 적응이 필요한 초반에는 회복 아이템이 상당히 부족하다. 때문에 회복 아이템을 들고 다닐지, 또 탄환을 들고 다닐지, 아니면 업그레이드를 위한 크레딧 획득을 위한 아이템을 들고 다닐지 계속 판단해야 한다.

장비 업그레이드
장비 업그레이드

화물선의 파일럿인 주인공
화물선의 파일럿인 주인공

인벤토리는 생존 측면에서는 재미가 있고, 이용자 편의성 측면에서는 불편하다.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리포지를 좀 더 효율적으로 배치했으면 좋았을 거 같다. 어느 시점에는 굳이 필요 없는데 연이어 나올 때도 있고, 정말 필요할 때는 한참 플레이해도 나오지 않는다.

게임의 스토리 부분은 엄청난 반전이나 이야기 숨어있진 않지만, 게임을 끌어가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음성 등 추가 요소도 준비돼 있다. 다만, 인물 간 연대가 게이머가 이해하기 힘든 속도로 펼쳐진다. 주인공 ‘제이콥 리’와 원수에 가까웠던 모습으로 그려진 ‘다니 나카무라’가 어느샌가 몇십 년을 함께한 동료처럼 유대 관계가 형성된다.

분명히 원수 같았던 둘인데
분명히 원수 같았던 둘인데

둘의 유대가 급격하게 증가한다.
둘의 유대가 급격하게 증가한다.

게임 설정상 코어를 활용해 기억을 나눌 수 있지만, 게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에 비해 캐릭터 간 유대 관계가 너무 빠르게 돈독해진다는 느낌이다. 게임의 중간에 등장하는 유로파 회상 장면 분량을 좀 더 늘려줬다면 좋았을 것 같다. 출시를 예고한 스토리 DLC가 어떤 이야기를 그릴지 모르겠으나. 다니의 이야기를 그려도 괜찮을 것 같다.

게임을 즐기는 과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현지화다. 국내 회사인 크래프톤이 선보였음에도 상당히 부족한 편이다. ‘리포지를이’는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고, 더빙 문제가 심각하다. 버그로 특정 구간에서는 목소리가 안 들린다. 더빙 작품의 경우 자막 한국어 버전과 몰입도 자체가 다르기에 자막을 안 켜고 플레이했는데, 일부 대사를 아예 듣지 못했다. 또, 주인공 캐릭터가 당황하면 교포처럼 영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몰입감이 갑자기 확 떨어지는 부분이다.

슈트 장착이후 인벤토리도 확장된다.
슈트 장착이후 인벤토리도 확장된다.

♥ 유로파
♥ 유로파

현지화에서 발생한 문제를 제외하면 사운드 부문 자체는 합격점을 주기 충분하다. 특히, 게임의 OST인 ‘LOST AGAIN’의 경우 이야기 전체를 가로지르는 가사가 준비되어 있어 게임을 즐기고 난 뒤 게임을 다시 돌아보는 여운을 선사한다. 사운드 부문에서 딱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공간과 공간의 경계를 너무 정확하게 나눠놨다는 것이다. A라는 공간에서 적의 괴성이 들리고 있는데 한 발짝만 더 나아가면 적의 소리가 노이즈캔슬링을 켠 것처럼 사라진다.

크래프톤이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와 선보인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데드 스페이스’와는 다른 SF 호러물의 재미를 전하려고 노력한 것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다만, 플레이스테이션 버전임에도 발생하는 튕김 버그, 현지화 오류, 이해할 수 없는 달리기 버튼 배치, 그리고 짧으면 6시간 반, 보통 10시간 정도에 그치는 플레이타임 등 전체적인 완성도 측면에서 점수가 깎일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 있다.

잔인한 장면을 실을 수가 없다.
잔인한 장면을 실을 수가 없다.

만만치 않은 적
만만치 않은 적

아쉬운 요소들이 게임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현재 준비하고 있는 스토리 DLC와 꾸준한 패치를 통해 게이머들이 아쉬워하고 있는 부분을 달래 줬으면 한다. 아울러 국내 기업으로 쉽게 도전하기 힘든 장르를 과감하게 선택해 결과물을 만들어낸 크래프톤에는 박수를 보낸다. 계속된 도전을 이어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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