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판호 열렸다? 기대감 크지만, 중국 게임 시장도 부진 깊어져
올해 1월 중국 국가신문출판서가 8종의 국산 게임에 대해 판호를 발급했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M'을 필두로, 넷마블의 '제2의 나라: 크로스월드', 'A3: 스틸 얼라이브', 카밤의 '샵 타이탄'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와 '에픽세븐', 엔픽셀의 '그랑사가', 밸로프가 글로벌 서비스 중인 ‘뮤레전드’가 그 주인공이다.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허가인 판호 발급이 필요하다. 중국 자국 게임을 위한 내자 판호, 해외 수입 게임에 대한 외자 판호가 존재한다. 이번 외자 판호 발급에 앞서 ‘이터널리턴’, ‘스톤에이지’ 등이 판호를 받기는 했으나 중국 내에서 중국 개발사가 개발한 게임에 대한 내자 판호였다.
이 정도 대규모 수준의 판호 발급은 지난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약 5년 만이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은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를 사실상 내주지 않는 등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졌으나 오랜만에 중국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다만, 이번 판호 발급이 조건 없는 중국 시장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엄청난 성장세를 보여왔던 중국 게임 시장은 최근 부진의 늪이 깊어지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 게임이 압도적인 퀄리티를 자랑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 중국 자체 개발 게임 퀄리티가 상당한 수준이라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 게임 시장은 21년까지 어마어마한 폭풍 성장을 이어왔다. 중국음악디지털협회 게임실무위원회(GPC)와 중국게임산업연구원이 공동으로 발표한 2021 중국게임산업보고서에 따르면 21년 중국 게임의 매출은 2,965억 1,300만 위안(약 54조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20년 대비 약 6.4% 증가한 것으로 우리 돈 3조 2,400억 원에 달하는 시장 규모가 확대된 것이다.
코로나19 특수로 20.71% 이상 상승한 2020년 비해서는 미비하지만, 2018년과 2019년의 성장률인 5.32%, 7.66%와 비교하면 무난한 성장을 이어갔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최근에는 성장이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GPC와 시장 조사기관 감마 데이터가 발표한 2022년 1~6월 중국 게임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1,477억 8,900만 위안(약 26조 9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 수도 0.13% 줄어 6억 6,600만 명으로 집계됐다.
중국 게임 시장 중 74.75% 비중으로 최대 규모를 보여주는 모바일 게임 시장만 봐도 22년 상반기 매출이 1,104억 7,500만 위안(약 20조 1,11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4% 감소했다.
성장의 부진은 하반기에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중국 게임 산업 연구소와 감마 데이터가 내놓은 22년 11월 중국 게임 시장 데이터를 보면, 11월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191억 6,800만 위안(약 3조 4,9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3.04% 떨어졌다. 전년 동기 대비는 무려 19.23% 하락했다.
게다가 22년 하반기 중국 게임 시장은 연휴가 포함됐던 10월을 제외하고는 6월부터 11월까지 계속해서 성장률이 하락했다. 어마어마한 시장 규모와 성장세로 국내 게임 업계의 희망으로 꼽혀온 중국 게임 시장이 예전만큼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모습에 대해 22년 상반기 중국 게임 시장 보고서는 “상반기 중국 게임 산업은 미성년자 보호, 해외 시장 개척 등 견고한 진전을 이루며 발전했으나, 전염병으로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임 시장의 매출과 이용자 규모는 쇠퇴하고, 기존 시장 선도 제품과 기업이 오랫동안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신제품 개발 및 혁신의 추진력이 부족했다.”라고 분석했다.
단순히 시장 규모만 줄어든 것만이 아니다. 이제는 중국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는 중국 게임들의 퀄리티가 상당히 올라왔다.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는 이야기다. 이미 중국은 22년 상반기 기준으로 중국 게임 시장 총매출의 84% 이상을 중국 자체 개발 게임이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15% 정도의 틈을 뚫고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중국 자체 개발 게임을 통한 수출액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중국 게임의 재미와 퀄리티가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22년 상반기 중 게임의 수출액은 89억 8,900만 달러(약 11조 1,104억 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6.16% 상승했다.
수출액 중 절반에 가까운 매출은 세계 최대이자 최고인 게임 강대국 미국과 일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미국이 31.72%, 일본이 17.52%다. 우리나라도 중국 게임 수출의 6.28%를 차지한다.
해외 수출 게임을 장르적으로 보면 전략 게임 장르가 35.81%로 가장 크며, 다음은 16.38%의 RPG 장르, 슈팅 장르다 11.33%로 뒤를 따른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RPG 장르에서도 중국이 이미 큰 경쟁력을 쌓았다. 이번 1월에 판호를 발급받은 게임들이 대부분 RPG 장르인 것을 고려하면 출시 후 중국 내 경쟁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중국 게임 시장의 규모가 감소한 것에는 신규 판호 발급 제한, 청소년 보호 등 중국 당국의 게임 규제 정책도 영향을 크게 미쳤다. 올해는 연초부터 내외자 판호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 기대해볼 포인트가 있다. 그리고 앞서 다양한 게임들이 판호 획득이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줬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 과정을 가져야 할 것이며, 중국은 최근 게임 퍼블리셔에 대한 브랜드 가치가 중요해졌기 때문에 검증된 현지 퍼블리셔와 호흡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