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고교 배구의 풋풋함! 스포츠 탈을 쓴 전략RPG ‘하이큐 터치더드림’
일본 유명 배구 만화이자 애니메이션으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하이큐!!’가 모바일 게임으로 등장했다.
‘하이큐!!’는 후루다테 하루이치가 소년 점프에 연재해 시리즈 누계 발행 부수 5500만부를 돌파한 작품으로, 키는 작지만 엄청난 순발력을 자랑하는 주인공 ‘히나타 쇼요’가 팀원들과 함께 전국 대회 우승을 목표로 성장해 나가는 청춘 배구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축구나 야구, 농구 같은 메이저 스포츠를 소재로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세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배구의 매력을 잘 묘사해 소년 점프 스포츠 만화 중 역대 판매량 4위에 오를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주인공인 히나타 쇼요’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주인공 같은 코트의 제왕 ‘카게야마 토비오’, 그리고 ‘오이카와 토오루’, ‘코즈메 켄마‘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가득하며, 주인공이 속한 카라스노 고교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들의 스토리까지 매력적으로 다뤄 호평받았다. 국내에서는 배구 여제 김연경 선수가 ‘하이큐!!’ 감상 소감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과거 ‘갓오브하이스쿨’을 개발했던 김동균 PD가 설립한 다야몬즈에서 개발한 ‘하이큐!! 터치 더 드림”은 ‘하이큐!!’의 캐릭터들이 귀여운 SD 캐릭터로 등장해 배구 대결을 펼치는 모바일 게임이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스토리 모드를 필두로, 데일리 매치, PVP 매치, 토너먼트, 스페셜 이벤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갖추고 있으며, 스토리 모드에서는 원작의 주요 장면들을 실제 시합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원작 팬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고 있다.
순식간에 공격이 이뤄지는 배구 경기는 모바일 게임으로 표현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울 수 밖에 없지만, ‘하이큐!! 터치 더 드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스포츠 게임처럼 보이긴 하지만 사실상 전략RPG(역할 수행 게임)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들로 팀을 구성해서 시합을 시작하면, 화면 하단에 각종 스킬 카드를 확인할 수 있다. 서브를 넣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서브 관련 스킬들이 뜨고, 블로킹 상황에서는 블로킹 관련 스킬이, 리시브 상황에서는 리시브 관련 스킬들이 배치돼, 그 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스킬 카드를 고르게 된다. 과거 캡틴 츠바사 게임을 즐겨본 사람들이라면 매우 익숙한 방식이다.
물론 상황에 맞는 스킬을 선택했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이 사용한 스킬의 위력과 이용자가 선택한 스킬의 위력을 비교해서 더 우위에 있는 스킬이 승리를 거두게 되며, 속공 타이밍에 예측 블로킹을 사용하는 등 스킬의 상성 관계에 따라 성공 여부가 나뉘기도 한다. 선수별로 가위, 바위, 보 속성을 가지고 있어 이것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단순히 등급과 오버롤이 높은 캐릭터로 팀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특성에 따라 인원을 교체하는 전략적인 재미를 추구했다.
스파이크 같은 공격은 워낙 순식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 스킬을 고르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스킬을 고르는 상황이 발생하면 순간적으로 느려지면서 스킬을 고를 여유를 주기 때문이다. 느려진 상황에서도 스킬을 고르지 않으면 AI가 무난한 스킬을 골라주기 때문에, 순발력이 모자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1장을 모두 클리어하면 아예 자동으로 시합이 진행되는 오토모드도 지원한다.
고교생들의 성장 스토리를 다루고 있는 원작을 소재로 만든 게임인 만큼 성장 요소도 잘 준비되어 있다. 사실 성장 요소라기보다는 과금 요소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긴 하지만, 같은 캐릭터라도 얼마나 잘 육성하는가에 따라 성능이 크게 달라진다.
초반에는 서브조차 제대로 못받는 녀석들로 팀을 구성해야 하지만, 해당 고교 유니폼을 맞춰서 장비 등급을 올리고, 스킬 카드 레벨을 올리다보면 점점 더 시합다운 시합이 펼쳐지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유료 뽑기로 획득할 수 있는 아이코닉 등급 이상의 캐릭터는 원작에서 사기 소리를 들었던 특별한 스킬을 사용하며, 그때 매력적인 SD 캐릭터가 짧은 팔다리로 펼치는 화려한 연출도 감상할 수 있다.
물론 뽑기 게임인 만큼 아무리 잘 육성한다고 해도 등급의 한계는 존재한다. 선수는 노멀, 버프, 아이코닉, 스페셜, 레전드 등 여러 등급으로 나뉘어 있으며, 높은 등급일수록 기본 능력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더 강력한 보너스 효과도 받기 때문이다. 버프 등급은 시합 조건에 따라 능력치 추가 효과를 받으며, 팀을 구성할 때 특정 고교를 선택하면, 해당 고교의 아이코닉 등급 선수가 컨디션이 상승하는 등 여러 가지 추가 효과를 받게 된다.
뽑기로 획득할 수 있는 아이코닉 등급은 확률이 0.033% 정도이기 때문에 획득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편이다. 개발사도 이점을 의식했는지 아예 리세마라(원하는 캐릭터가 나올 때까지 게임을 다시 시작하는 것)를 하라고 튜토리얼 스킵, 데이터 초기화 기능까지 넣어뒀다. 리세마라 한번 돌리는데 1분도 안걸리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받고 시작하라는 배려로 느껴진다.
다만, 리세마라가 쉽다는 것이 원하는 캐릭터를 바로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 게임에서도 세터가 가장 중요한데, 정말 잘 안나오며, 특히 이 작품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카게야마 토비오’는 정말 안나온다.
원작에서 사기 캐릭터로 나오는 ‘오이카와 토오루’처럼 다른 고교 세터들도 좋은 선수가 많이 있기는 하지만, 스페셜 미션으로 ‘히나타 쇼요’ 스페셜 등급이 지급되고, 팀랭크 보상으로 ‘사와무라 다이치’ 레전드 등급, 스페셜 이벤트 보상으로 ‘니시노야 유’ 레전드 등급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왕이면 카라스노 고교를 초반에 맞추는 것이 유리해보인다.
이전까지 배구 게임이라고 하면 연식이 있는 사람들만 알 수 있는 배구 게임의 시조새 ‘해변의 배구’나, 과거 오락실에서 즐기던 ‘파워 스파이크’ 정도만 떠올릴 수 있는 정도로 배구 게임이 희귀한 상황이다(물론 피카츄 배구나 데드 오어 얼라이브 익스트림 비치 발리볼 같은 사도가 있기는 하지만).
‘하이큐!! 터치 더 드림’ 역시 스포츠의 탈을 쓴 수집형RPG이니 역시 정통 배구 게임이라 하기에는 미묘하긴 하다. 하지만, 직접 조작하면서 상황에 맞는 스킬을 선택해서 공격을 성공시키면 원작 팬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배구의 역동적인 재미를 맛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단 과금은 상당히 매운 편이니 상위권에 오르려면 어느 정도 각오는 필요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