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2023] 2년 연속 매출 1조. 카카오게임즈, 도약을 위한 무기를 꺼낼 시기
2021년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성공에 힘입어 매출 1조 기업으로 도약한 카카오게임즈는 2022년에도 그 기세를 이어가 2년 연속 매출 1조원 이상을 기록한 대형 게임사로 안착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 인건비 상승 등으로 게임업계 전체가 힘든 시기를 보낸 상황에서 상당히 선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총 매출액은 약 1조 1,477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13% 증가하며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며, 영업이익도 약 1777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59% 증가했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대만 출시 성과와 양대마켓 1위를 달성하며 기대에 부흥한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의 성과 덕분이다.
각 분기별 매출과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1분기는 매출 2663억, 영업이익 421억, ‘오딘 발할라 라이징’ 대만 출시와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런칭이 있었던 2분기는 매출 3388억, 영업이익 810억,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대만 출시 효과가 제거됐지만,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출시 성과가 온전히 반영된 3분기 매출 3069억 영업이익 437억으로 3000억대 매출 수준을 유지했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4분기는 전체적인 경기 불황 및 신작 출시 일정 지연 등이 겹치면서 매출 약 2,357억 원, 영업이익 약 108억 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약 18%, 약 76% 감소했다.
1~3분기까지 나름 선방하던 모습을 보였던 실적이 4분기에 하락한 이유는 주력 매출원인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경우 대만 출시에 집중하면서 국내 업데이트 시기가 늦어졌고, 4분기 매출을 견인해야 할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가 9월에 운영 논란이 터지면서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의 운영 논란은 그동안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 등을 통해 쌓아둔 카카오게임즈의 운영 실력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나락으로 떨어트리면서 매출 감소 이상의 피해를 안겨줬다. 사태가 커지기 전에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일한 대처를 보인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신작 개발이 대폭 지연되면서, 원래 나왔어야 할 신작들이 못나왔으며, 북미, 유럽 시장에서 ‘검은사막’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준비했던 ‘엘리온’도 결국 포기 선언을 했다. 나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었던 블록체인 게임 분야도 ‘버디샷’ ‘아키월드’ 등을 선보이긴 했으나, 전 세계적인 블록체인 혹한기 여파로 인해 조용히 묻혔다.
다만, 이런 실적 감소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오랜 기간 기다려온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공성전이 4분기에 드디어 업데이트되면서 다시 1위를 노려볼 수 있는 도태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또한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사태도 많은 상처가 남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수습하면서, “이렇게 할 수 있으면서 왜 안하고 있었냐”라는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신작 출시가 지연된 것은 문제이긴 하나,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로 불만이 극에 달해있는 상황을 피하게 된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렇게 상장 이후 가장 험난한 시기를 보낸 카카오게임즈의 2023년은 맞아야 할 매를 2022년 4분기에 먼저 다 맞았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앞만 보고 달리면 되는 상황이다. 주력 매출원인 ‘오딘 발할라 라이징’은 여전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과 북미, 유럽 진출도 앞두고 있다.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는 출시 초기만큼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니나, ‘키타산 블랙’, ‘크리스마스 오구리 캡’, 육성 메타의 변화가 시작되는 신규 시나리오 ‘메이크 어 뉴 트랙’ 등 이용자들의 뽑기 소비가 극대화될 이벤트가 계속 이어지는 만큼, 깜짝 순위 상승을 기대해볼만 하다.
또한, 상장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꾸준히 투자해온 것이 드디어 빛을 발할 시기이기도 하다. ‘에버소울’을 시작으로, ‘아키에이지 워’,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 ‘가디스 오더’ 등이 올해 연이어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그동안 뿌려둔 씨를 드디어 수확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올해 주력 신작들은 대부분 카카오게임즈가 설립 초기부터 지분 투자를 진행한 곳들이기 때문에, 제2의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같은 성과를 기대해볼 수 있는 곳들이다. 실제로 ‘에버소울’은 1월 출시 후 구글 매출 4위까지 오르고, 북미, 유럽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으며, 서브컬쳐 장르 본고장 일본 진출을 준비 중이다.
‘아키에이지 워’ 역시 엑스엘게임즈가 카카오게임즈 품에 안긴 이후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야심작으로, 사전 예약 15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키에이지 워’가 인상적인 성적을 거두며 내년으로 예정된 ‘아키에이지2’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훌륭히 해낸다면 카카오게임즈는 글로벌에서도 통하는 강력한 MMORPG IP를 무려 2개나 보유한 게임사가 된다.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 ‘가디스 오더’도 지난해 지스타에서 반응이 상당히 뜨거웠기 때문에, 올해 라인업만 보면 다른 게임사가 전혀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이외에도 ‘스타크래프트’ 개발진이 설립한 프로스트 자이언트, ‘울티마 온라인’, ‘메타플레이스’ 개발진이 주축으로 설립한 플레이어블 월즈 등 해외 개발자 투자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카카오게임즈의 ‘비욘드 코리아’ 전략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높은 성장 기대감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 주가는 카카오게임즈의 2023년 최대 숙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최대 매출원인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개발사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의 상장 추진이 카카오게임즈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이다.
라이온하트 스튜디오가 상장한다고 해도 카카오게임즈의 매출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고, 내부에서 분리시킨 법인이 아니라 투자한 회사가 상장을 추진하는 것인 만큼 자회사 중복 상장 개념도 아니다. 하지만, ‘더블 카운팅(기업 가치 중복 계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카카오게임즈의 주가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유럽 법인이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지분 30.37%를 인수할 당시 투자 금액이 1조2041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오딘 발할라 라이징’ 단일 IP를 가진 회사에 너무 과한 금액을 지불했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현재 상황으로는 라이온하트 스튜디오가 코스닥 상장 심사 기한 내 코스닥 입성에 실패하면서 다시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입장이 됐기 때문에, 당분간은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의 코스닥 상장 추진은 없을 예정이다.
하지만 라이온하트 스튜디오는 경기가 풀리고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 제대로 된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기가 된다면 다시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여전히 카카오게임즈 주가 관리에 ‘시한 폭탄’으로 남아있다.
결국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는 라이온하트 스튜디오가 코스닥에 상장하더라도 카카오게임즈의 기업 성장 가치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오딘 발할라 라이징’ 외에 새로운 주력 매출원을 만들거나,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의 기업 가치를 카카오게임즈가 투자할 당시 금액보다 더 크게 만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