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키류, 아니 료마가 한글로 말한다. ‘용과 같이 유신 극’
세가의 대표 게임으로 자리잡은 용과 같이 시리즈의 신작 ‘용과 같이 유신 극’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신작은 아니고 지난 2014년에 PS3, PS4 플랫폼으로 출시된 ‘용과 같이 유신’의 리마스터 작품이지만, 시리즈의 아버지 나고시 토시히로가 떠난 뒤 새롭게 출발하는 ‘용과 같이’ 시리즈의 첫작품이기에 의미가 깊긴 하다.
‘용과 같이’ 시리즈는 새로운 주인공의 출발을 알린 7편의 카스가 이치반을 제외하고는 키류 카즈마가 대대로 주인공을 맡아왔지만, 이번 ‘용과 같이 유신 극’에서는 키류가 아닌 사카모토 료마가 주인공이다.
기존 ‘용과 같이’ 시리즈는 또무로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친숙한 카무로쵸를 배경으로 키류가 활약하는 내용을 이야기를 담고 있었지만, 이번 작품은 신선조와 유신 지사들의 치열한 대립이 일어났던 일본 에도 시대 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외전 작품이기 때문이다. ‘용과같이’ 개발진들은 이전에 ‘용과같이 켄잔’이라는 작품에서 일본 유명 무사인 ‘미야모토 무사시’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등 외전에서는 실존 인물들 이야기를 각색한 스토리로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물론 사카모토 료마라는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긴 했지만, 본래 알맹이는 키류 카즈마이기 때문에 시대만 바뀌었지,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얼굴도 똑같고, 하는 행동도 키류 그 자체이기 때문에, 사카모토 료마라는 인물 자체를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이야기를 즐기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정도다.
2014년에 국내 출시돼 이미 엔딩까지 본 사람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스포일러 방지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전체적인 스토리는 토사번의 향사(하급 무사)인 사카모토 료마가 아버지처럼 따르던 토사번의 참정 요시다 토요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사이토 하지메라는 가명을 쓰고 신선조에 잠입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선조의 대장으로 큰 활약을 한 사이토 하지메가 사실은 신선조의 1순위 척살 대상이었던 사카모토 료마였다는 설정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내용은 창작소설에 더 가깝다.
특히 용과 같이 제로 등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을 선보였지만 미소년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마지마 고로가 신선조 1번 대장이자 미소년 검사로 유명한 오키타 소지로 등장하고, 용과 같이 1편에서 키류를 끝까지 방해하던 니시키야마 아키라가 여기서는 근왕당의 오키다 이조로 등장하는 등 기존 시리즈의 인기 캐릭터들이 그대로 등장해 친숙함을 느끼게 한다. 신선조의 회의 장면을 보면 신선조 복장을 하고 있긴 하지만, 여기가 신선조인지, 동성회인지 헷갈릴 정도다.
무려 턴제RPG라는 충격적인 변화를 선보였던 ‘용과 같이7’과 달리 ‘용과 같이 유신 극’은 ‘용과 같이5’와 ‘용과 같이 제로’ 사이에 출시됐던 작품의 리마스터인 만큼, 시리즈 전통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매력적인 메인 스토리 외에 마을 주민들의 다양한 부탁을 들어주는 서브 스토리, 다양한 미니 게임들, 농장 경영까지, 시리즈의 대표적인 콘텐츠들이 일본 에도 시대 느낌으로 구현되어 있다.
또무로초에서 하던 것을 에도 시대에도 똑같이 하는 것을 다소 식상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용과 같이 유신’이 시리즈 중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용과같이 제로’의 기틀을 마련한 게임이기 때문에 완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메인 스토리만 직진하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풍부한 서브 콘텐츠가 엄청난 플레이 타임을 보장한다. 필자는 잘 모르겠지만 이름만 들어도 대부분 안다는 유명한 그분들도 나오고!(다만 에도시대이니 세가의 예전 명작들을 만나볼 수 있는 오락실은 없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전투다. 이전 시리즈에서는 상남자 키류답게 오로지 주먹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전투를 선보였지만, 암살 위험 때문에 항상 권총을 휴대했고, 서양 문물에 관심이 많았던 사카모토 료마의 성격을 반영해서 주먹, 칼, 권총을 사용할 수 있다.
상남자식 주먹 전투는 익숙하니 별 느낌이 없지만, 칼을 쓸 때와 권총을 사용할 때의 느낌은 기존 시리즈와 확실한 차이를 준다. 권총을 계속 업그레이드하면 나중에는 기관총 느낌이 되기 때문에 게임의 재미를 위해서는 약간 자제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밸런스가 무너져 있긴 하지만, 졸개들을 싹 쓸어버릴 때나, 엄청나게 잘 피하는 보스를 상대할 때는 “역시 총이 짱이다”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시리즈 전통이었던 드래곤 엔진을 버리고 언리얼 엔진으로 갈아탄 그래픽은 이전 PS4 시절보다 확실히 좋아졌다. 최근 같은 일본 역사를 다뤄 화제가 됐던 ‘고스트 오브 쓰시마’ 같은 게임과 비교한다면 당연히 수준 차이가 느껴질 수 밖에 없지만, 원작보다는 배경이나 캐릭터 묘사가 확실히 나아진 느낌이다. 여전히 주요 캐릭터와 NPC의 모델링 차이는 엄청나서 아쉬움을 주지만, 주요 인물들이 등장하는 시네마틱 연출은 업그레이드된 그래픽 덕분에 더 몰입감을 준다. 덕분에 출시 당시 화제가 됐던 사나이들의 전혀 숨기지 않는 목욕탕 혈투 장면을 쓸데없이 더 적나라하게 감상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완전한 신작이 아니라 리마스터 게임이고, 이전에 같은 일본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엄청난 게임성을 선보인 ‘고스트 오브 쓰시마’가 있기 때문에, 다소 낡은 느낌을 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용과 같이 유신’이 출시 당시 일본어 그대로 출시됐기 때문에 매력적인 스토리를 커뮤니티 공략을 보고 파악하느라 고생했던 팬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작품일 수 밖에 없다. 신선조와 유신 지사 관련 역사 지식이 있어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어려움이 될 수는 있지만, 의리와 배신, 음모 등 시리즈 전통의 시나리오 전개 방식에 충실히 따르고 있기 때문에 역사를 잘 모르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