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랫폼 시대, AAA급 게임의 기본 요건은 최적화
최근 유명 게임사들의 차세대 게임기 시장을 노린 야심작들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많은 기대를 모았던 게임들이 예상과는 다른 결과로 참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퀘어에닉스의 기대작으로 꼽혔던 ‘포스포큰’은 갑작스럽게 이세계로 떨어진 주인공이 마법으로 적과 싸우는 스타일리시한 액션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막상 출시되고 나니 월드가 황량하게 느껴질 정도로 부족한 콘텐츠와 빈약한 타격감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혹평을 받아, 결국 개발사인 루미너스프로덕션이 폐쇄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주목할 것은 멀티플랫폼 출시가 기본이 되고 있다보니, 콘솔 버전과 PC 버전이 같이 출시되는 경우가 많은데, 평가가 안좋은 게임일수록 PC 버전 평가가 더 나쁘다는 점이다. 심지어 콘솔 버전은 괜찮다는 평가를 받아도, PC 버전의 혹평 때문에 전체적인 이미지가 안좋아져서 망한 게임 취급 받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올해 가장 망한 게임으로 꼽히고 있는 ‘포스포큰’은 메타크리틱에서 콘솔 버전보다 PC 버전의 평가가 더 나쁘며, 이용자 점수는 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출시 전부터 PC 버전의 과도하게 높은 권장 사양이 문제가 됐으며, 출시 후 PC버전의 심각한 프레임 저하와 각종 버그들이 문제가 되면서 전체적인 게임 평가를 더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몬스터헌터’가 이끌고 있는 헌팅 액션 장르의 새로운 기대주로 꼽힌 ‘와일드하츠’ 역시 마찬가지다. ‘몬스터헌터’에 ‘포트나이트’의 건설 요소를 섞은 듯한 ‘카리쿠리’ 시스템으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PC 버전은 엄청난 프레임 저하와 정상적인 게임 플레이를 할 수 없게 만드는 각종 버그들로 인해 스팀에서 평가가 ‘대체로 부정적’까지 떨어지면서 혹평을 받았다. 그나마 최근 패치를 통해 최적화 문제가 많이 개선되면서 평가가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초반에 워낙 많은 혹평을 받았기 때문인지 평가가 ‘복합적’에서 더 이상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PC 판의 최적화 문제가 게임 흥행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콘솔 버전의 경우 개발사 자체 Q/A뿐만 아니라 플랫폼 홀더의 Q/A 단계까지 2단계 검수 과정을 거쳐서 발매되지만, PC판은 개발사 자체 검수만 거친 상태에서 발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콘솔 버전이 주력 판매 버전이다보니 발매 직전까지 플랫폼 홀더 검수 통과를 위해 콘솔 버전 완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PC 버전은 급하게 마무리해서 출시하는 경우가 많아 자잘한 버그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패키지 위주로 판매되는 콘솔 버전은 실행에 문제없는 상태에서 패키지 제작이 이뤄져야 하지만, 다운로드 판매 위주로 변모한 PC 버전은, 발매 후 패치로 긴급대응할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몇 년간 가상 화폐 등의 문제로 가격이 급등한 그래픽 카드 등 컴퓨터 부품 가격의 상승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이전에는 최신 게임에 맞춰 그래픽 카드를 교체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컴퓨터 부품 가격이 너무 치솟아 최신 사양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그래픽 카드는 엔비디아 지포스 RTX 40 시리즈까지 발매됐지만, 스팀 통계를 살펴보면 여전히 GTX1650, GTX1060 등 3세대 이전 그래픽 카드 사용자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혹평받은 ‘포스포큰’의 경우 최소 사양이 GTX1060, 권장 사양이 RTX 3070이기 때문에, 스팀 이용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GTX10 시리즈 이용자들은 제대로 게임을 즐길 수 없다. 권장 사양에 해당되는 RTX 3070은 스팀 이용자 전체에서 2.91%에 불과하며, 현세대 기기인 RTX 40 시리즈 이용자는 4070TI, 4080, 4090 모두 합쳐도 1%가 안된다.
문제는 판매량 확대를 위해 멀티 플랫폼이 기본인 시대가 됐기 때문에, PC 버전도 전체 판매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PC 버전은 콘솔 버전과 달리 각종 모드 설치가 자유로우며, PS 플러스, XBOX 라이브 등 정기 요금제를 가입하지 않아도 무료로 멀티 플레이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콘솔 버전보다 PC 버전을 더 선호하는 이들도 많다.
요즘 차세대 게임기 등장 이후 개발비 상승으로 인해 게임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어 게임 구매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개발사의 안일한 준비 때문에 비싼 돈을 들여 게임을 구입한 이용자들이 베타 테스터가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해당 개발사는 물론, 그리고 AAA급으로 마케팅되고 있는 게임 전체에 대한 불신감만 계속 커질 수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