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키에이지 워, 속도감 있는 전투의 쾌감과 익숙한 시스템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가 야심차게 준비한 MMORPG(대규모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 ‘아키에이지 워’가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미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라는 성공작을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게임즈가 두 번째로 꺼내드는 대형 MMORPG이자, 2023년 대형 게임사들의 MMORPG 대전의 시작을 알리는 게임이라는 점 때문에 많은 관심을 모은 ‘아키에이지 워’는 사전 예약 200만명을 돌파하고,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32개 서버 모두 혼잡을 기록하면서 화려한 출발을 보였다.
‘아키에이지 워’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깔끔한 그래픽이다. 요즘 MMORPG들이 모두 언리얼 위주로 재편되면서 대부분 상향 평준화된 것은 사실이나, 정식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엄청나게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접속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레임 저하없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PC는 물론 모바일 환경에서도 상당히 깔끔한 그래픽을 경험할 수 있어, 이용자들의 안정적인 플레이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많은 관심을 모은 게임 플레이는 요즘 인기 있는 MMORPG과 거의 대동소이한 모습을 보여준다. 쉽게 말해 요즘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리니지M’,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 보여줬던 흥행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얘기다.
뭐 MMORPG라는 장르 자체가 후반부 핵심 콘텐츠에 진입하기 전까지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세계관만 조금 다를뿐 거의 비슷한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기도 하지만, 업적, 강화, 콜렉션, 직업 뽑기 등 육성 과정에서 경험하는 대부분의 콘텐츠를 동일하게 구성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인상을 받게 된다. 좋게 말하면 이미 검증된 흥행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똑 같은 시스템의 재탕이라고 할 수도 있다.
보통 신작 게임이 나오면 새로운 시스템에 대해 이것 저것 많은 설명을 하게 되지만, 이 게임은 워낙 익숙한 흐름을 보여주기 때문에, 별다른 설명이 필요가 없을 정도다.
현재 이용자들 중에 이점을 강하게 비판하는 이들이 많은데, 워낙 비슷한 게임들이 계속 나오는 것에 대한 실망감을 느낀 것도 있고, 원작인 ‘아키에이지’가 모험, 생활 콘텐츠를 강조하면서 차별화된 게임성을 보였다보니, 더욱 더 강하게 실망스러움을 표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캐릭터, 무역 등 몇가지 외에는 원작과 관련된 요소들이 많지 않은 편이다보니, 원작 팬들의 입장에서는 더 그렇게 느낄 수 있다.
다만 게임 플레이를 조금 더 하다보면 차이점이 느끼지긴 한다. 이전 MMORPG에서는 유료 결제를 해야만 획득할 수 있는 버프가 기본으로 적용된 듯한 느낌을 주는 전투 속도가 주는 쾌감 때문이다.
현재 매출 상위권에 있는 게임들은 대부분 가만히 서서 평타 위주의 사냥을 진행하게 된다. 당연히 스킬이 존재하긴 하지만, MP(아키에이지 워에서는 활력)가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열심히 평타로 싸우다가 물약 다 떨어지면 마을로 돌아가야된다.
‘아키에이지 워’ 역시 물약을 먹으면서 버티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활력이 꽤 여유롭게 주어지며, 자연 회복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전투에서 스킬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공격 속도도 빠르고, 공격 스킬도 자주 구사하기 때문에, 한 마리 잡을 때 걸리는 시간이 상당히 짧은 편이다. 이전 MMORPG의 전투에서 답답함을 느꼈던 이들이라면, 상당히 쾌적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게임 시스템도 거의 비슷하다보니, 이전 게임에서 높은 랭킹을 유지하고 있었던 이들이라면, 가이드를 보지 않아도 순식간에 레벨을 성장시킬 수 있다. 보통 MMORPG에서는 과금을 하지 않으면 넘기 힘든 벽이 느껴지는 레벨대가 존재하는데, ‘아키에이지 워’에서 무과금의 벽이라고 할 수 있는 40레벨을 많은 이들이 첫날에 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전투, 퀘스트, 업적 등을 통해 벌 수 있는 게임머니가 상당히 많다는 점도 다른 느낌을 주는 요소다. 이전 MMORPG에서는 벌어들일 수 있는 게임머니가 워낙 적다보니 물약값, 뽑기에 들어가는 비용 걱정 때문에 순간 이동 비용도 부담이 됐지만, ‘아키에이지 워’에서는 사냥으로 충분한 돈이 벌리기 때문에 더 편안하게 사냥을 할 수 있다.
물론 맞아가면서 싸우는 근거리 캐릭터의 경우에는 물약값 부담이 어느 정도 있기는 하지만, 원거리 캐릭터는 돈이 여유롭게 쌓이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초반에 근거리 캐릭터는 정말 답이 없다. 레벨이 높지 않다면 다시 키우는 것을 추천하며, 정 근거리를 하고 싶다면 원거리로 충분히 자본이 쌓인 다음, 직업 뽑기로 높은 등급이 나오면 그때 도전하는 것을 추천한다).
어느 정도 성장시킨 후에 경험하게 되는 후반부 콘텐츠는 여러 게임을 섞은 듯한 느낌이다. 어느 정도 성장을 하고 나면 무역선으로 여러 지역의 특산물을 운송하면서, 코인을 모아 다양한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으며, 40레벨 이상이 되면 전투선을 만들어 해상전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강력한 필드 보스와 싸우는 것도 ‘오딘 발할라 라이징’보다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면서, 향후에 있을 대규모 전투에 더 빨리 익숙해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아키에이지 워’는 ‘오딘 발할라 라이징’과 달리 캐릭터 충돌 효과가 적용되어 있기 때문에, 대규모 전투가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콘솔 게임 시장에 도전하는 게임사들도 많아졌고, 확률형 뽑기 위주로 설계된 이른바 ‘리니지’식의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보니 ‘아키에이지 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게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다만, 첫날 애플 앱스토어 1위에 이어,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도 15위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런 스타일을 원하는 이용자 층이 아직도 많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기존 인기 게임의 경우 육성을 위해 굉장히 많은 비용을 써야 하지만, ‘아키에이지 워’는 천장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영웅 등급까지는 상대적으로 더 적은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게 해뒀다.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기존 상위 게임에서 이탈한 이들을 잡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프라시아 전기’, ‘나이트 크로우’ 등 경쟁 게임들이 출격을 앞두고 있는 만큼, ‘아키에이지 워’가 현재의 상승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긴 하다. 현재 모든 서버가 혼잡으로 나올 만큼 이용자가 많기는 하나, 기존 게임과 워낙 유사하다보니 식상함 때문에 과금의 벽이 느껴질 때가 되면 이탈할 이들도 있을테고, 다른 게임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이탈하는 이들도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타 게임 대비 빠른 속도가 주는 전투 쾌감이 대규모 전투까지 이어진다면, 기존 상위 게임에서 이탈한 이들을 잡으면서 공존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아키에이지 워’가 ‘오딘 발할라 라이징’에 이어 카카오게임즈의 든든한 기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