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추억팔이도 해본 놈이 잘한다” ‘파판 픽셀 리마스터’
최근 자사의 고전 명작 게임의 리마스터로 큰 재미를 보고 있는 스퀘어에닉스가 또 하나의 대형 리마스터 작품을 출시했다. 지난 4월 20일 출시된 ‘파이널판타지 픽셀 리마스터 시리즈’(이하 ‘파판 픽셀 리마스터’)가 그 주인공이다.
‘파판 픽셀 리마스터’는 1987년 발매된 파판 1편부터 1994년 출시된 6편까지 리마스터 버전이 모두 포함된 작품이다. 특히, 모든 판매 사이트에서 품절이 발생할 만큼 실물 패키지 자체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며, 세간의 엄청난 관심을 받기도 했던 것이 사실.
파판 시리즈의 리마스터는 이미 스팀, 모바일 버전으로 다양하게 발매된 전적이 있으나 이번 작품이 이토록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원작의 감성을 최대한 보존하며 진행된 꼼꼼한 그래픽 개선 작업에 더해 다양한 편의 기능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고전 게임기로 구분되는 패미컴 / 슈퍼 패미컴으로 발매된 작품이 다수인 만큼 이전에 등장한 파판 리마스터는 어떤 기종으로 나온 버전을 기준으로 했느냐에 따라 작품마다 퀄리티가 들쑥날쑥했다.
더욱이 리마스터 작업을 별도 회사에서 진행하다 보니 원작의 콘텐츠가 부실하게 구현되거나, 90년대 원작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성의없는 작품들도 존재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이번에 출시된 ‘파판 픽셀 리마스터’ 시리즈는 스퀘어에닉스가 직접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원작 개발자들의 감수 속에 리마스터를 진행했고, 그 결과 원작의 감성을 그대로 구현한 것은 물론, 새로운 편의 기능들이 큰 버그 없이 게임 속에 녹아들어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이번 ‘파판 픽셀 리마스터’의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개선된 그래픽이다. 이미 ‘라이브어라이브’ 등의 작품으로 입증된 스퀘어에닉스의 2D 그래픽 개선 작업이 전 시리즈에 고루 적용되어 픽셀 그래픽을 처음 접한 이들도 큰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수준을 보여준다.
게임의 리뷰를 위해 가장 먼저 플레이한 1편에서 이러한 부분은 더욱 도드라지는데. 뚜렷해진 픽셀 그래픽으로 캐릭터(NPC)와 상호작용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배경 속 숨겨진 아이템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이렇게 개선된 그래픽은 1~6편까지 모든 작품에 적용되었으며, 6편의 작품 속 모든 던전과 맵에 리마스터 작업이 제대로 들어가 “아니 여기까지 건드렸다고?”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다양한 편의 기능도 ‘파판 픽셀 리마스터’의 가치를 높여주기 충분했다. 이번 리마스터 버전에서는 경험치, 자금을 몇 배로 늘려주는 부스터 기능과 ‘인카운터(전투 발생) ON/OFF’ 등의 편의 기능이 추가됐다.
이 편의 기능은 게임에 실로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가장 편리했던 것은 ‘인카운트 ON/OFF’ 기능으로, 길을 찾다가 전투가 계속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어 아주 쾌적하게 게임의 스토리를 즐길 수 있었다.
여기에 레벨업이 필요할 때 인카운트를 켜 ‘레벨 노가다’를 진행하는 등 레벨업과 길찾기를 온전히 이용자의 판단으로 진행할 수 있어 지루한 부분을 느끼기 힘들 정도였다.
특히, 최종 보스전에 다가갈수록 세 걸음에 한 번씩 전투가 벌어져 눈물을 흘리며, 마을로 복귀하길 반복했던 과거의 악몽에서 벗어나 오롯이 스토리에만 집중할 수 있어 과거 원작을 플레이했던 이들에게 남다른 감동(?)을 줄 정도였다.
또한, 경험치, 자금 부스터의 경우 레벨 / 자금 노가다가 필요한 구간이 발생하지 않아 게임 플레이 시간이 훨씬 짧아지는 결과로 나타났다. 더욱이 1~4배까지 이용자가 직접 부스터 단계를 설정할 수 있어 이용자의 취향이나 신념(?)에 따라 게임의 난도를 자체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던전 및 전체 필드 맵을 별도로 제공한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사실 예전 JRPG의 난관 중 하나는 바로 길 찾기였다. 베베꼬인 던전이나 공략집이 없으면 찾기조차 힘들었던 퍼즐 요소 덕에 게임을 포기한 이들이 부지기수였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 ‘파판 픽셀 리마스터’는 던전 맵을 상단에 곧바로 확인할 수 있어 수월하게 던전을 헤쳐 나갈 수 있었으며, 한번 방문한 방의 문이 열려있는 것까지 표시되어 길찾기나 퍼즐도 상당히 쾌적하게 풀어갈 수 있다.
실제로 던전 맵을 살펴보다가 “이딴 식으로 만들어놨으니까 내가 게임을 접었지”라고 할 정도로 매우 직관적으로 맵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여기에 던전 및 마을에서 얻지 못한 아이템이 표시되거나, 길을 막는 NPC와 1초 이상 부딪히면 곧바로 자리를 비켜줘 ‘길막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등의 편의 기능도 함께 도입된 것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아울러 시리즈마다 아마노 요시타카의 손에서 탄생한 원본 일러스트를 별도로 볼 수 있는 갤러리까지 구현되어 있어 이를 보다 보면 “역시 리메이크도 해본 놈이 제대로 한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물론, ‘파판 픽셀 리마스터’가 마냥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높은 가격으로, 이번 작품은 각 편마다 1만 원이 넘는 높은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PSN 기준 6편 번들 가격이 9만 원을 훌쩍 넘겨 추억으로 커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격이 상당히 만만찮다.
여기에 스위치 버전의 경우 하나의 클라이언트가 아닌 시리즈마다 별도로 다운로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게임 목록이 순식간에 가득 차 버리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하나의 클라이언트에 롬을 넣는 식으로 게임을 구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게임 목록 관리가 난해해지기도 했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출시된 ‘파판 픽셀 리마스터’ 시리즈는 1편부터 6편까지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대대적인 픽셀 그래픽 작업과 다양한 편의 기능을 통해 쾌적한 게임 플레이 환경을 지원하는 등 상당한 강점이 있는 작품인 것은 확실했다.
만약 원작의 추억을 가진 이들이나, JRPG가 과연 어디서부터 왔는지가 궁금한 이들에게 ‘파판 픽셀 리마스터’ 시리즈는 충분히 구매할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