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동력 개발도 힘든데, 외부에서는 대형 폭탄이. 머리 아픈 게임업계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특수로 역대급 성장률을 기록했던 게임업계가 고난의 길을 걷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및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급격한 경제 불황으로 매출이 급감하고 있으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준비하고 있던 블록체인, 메타버스마저 앞날이 불투명해지면서 성장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던 2022년 대비 절반 이하의 주가를 형성하고 있으며, 새로운 매출원 확보를 위한 신사업 발표는 물론,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주주 배당 등 주가 회복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경기 불황으로 취미 생활에 쓰는 비용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개발자 몸값 상승으로 인한 임금 인상, 개발 기간 증가로 인한 개발비 증가 등 비용은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보니, 신작이 성공하더라도 예전처럼 드라마틱한 영업이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내부 상황도 골치 아픈데, 외부 상황까지 머리를 아프게 만들고 있다. 지난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게임사들의 중국 진출을 막아온 한한령이 드디어 조금씩 풀리는 기미를 보이고 있어 그나마 숨통이 틔이는가 했더니,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발언으로 다시 긴장감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쿠키런 킹덤’, ‘블루 아카이브’, ‘로스트아크’ 등 인기작들이 판호를 획득하면서 본격적인 출시 준비를 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로 한중 관계가 다시 악화된다면, 중국이 새로운 활로가 되길 바라고 있는 게임업계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이미 발급된 판호가 취소되는 일은 없겠지만, 최악의 경우 출시가 무기한 지연될 수도 있고, 다행히 출시가 된다고 하더라도, 반한 감정이 극대화되면 불매 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2020년 넥슨이 텐센트와 손을 잡고 출시를 준비하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사전예약 6000만이라는 엄청난 수치를 기록하며 흥행 기대감이 컸지만, 아무런 이유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갑작스럽게 출시가 취소된 후 아직까지도 출시되지 못하고 있다.
한동안 기억에서 잊혀졌던 게임질병코드 역시 슬금슬금 활동을 개시하면서 게임업계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에 질병 코드를 부여한 뒤, 줄기차게 질병 코드 도입을 외쳐온 의료 업계는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정신이 없어 그동안 잠잠한 모습을 보였으나,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한국표진질병분류가 개정되는 2025년이 점차 다가오면서 다시 활동을 개시하고 있다.
업계 소식에 따르면 게임 질병코드 도입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민관협의체가 게임이용장애 관련 후속 연구를 연내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이다. 또한,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의 국내 도입을 막고자 통계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정부에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헌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WHO의 국제표준분류(ICD)가 권고사항인 만큼 이를 참고만 하고 무조건 반영할 필요는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작성하지 않을 경우 한국표준분류가 국제표준분류와 괴리돼 국가 간 통계 비교 가능성이 저하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ICD에 수록된 질병코드는 하나도 빠짐없이 국내 표준분류에 적용된 만큼, 개정안이 이대로 무산되면 WHO의 ICD-11이 국내 반영되는 시점부터 게임 질병 코드가 적용된다.
이달 21일 정부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이 '게임산업 규제 개선 및 진흥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하면서, 여기에 게임질병코드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는 소문이 돌아 게임업계가 긴장하는 사건도 있었다.
정부가 이번 용역에 게임질병코드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향후에도 관련 내용을 검토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시름 놓기는 했으나, ICD가 국내 적용되는 시점까지는 계속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통계청은 게임질병코드 도입에 대해 민관협의체의 결정을 토대로 국가통계위원회 심의를 통해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의료계가 게임 질병 코드 도입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지금도 계속 다양한 연구 논문을 발주하고 있는 만큼, 게임업계에서도 확실한 반대 근거 마련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