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게임오디션] 펌킨이엔엠 최영윤 PD "하드코어 MMORPG에 질릴 때도 됐잖아요"
[뛰어난 가능성을 지닌 게임사들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경기도가 매년 개최하고 있는 ‘경기게임오디션’이 지난 12일 성황리 막을 내렸다. 올해는 지원 자격을 전국으로 확대했으며, 수도권 최대 규모 게임쇼인 ‘플레이엑스포’와의 연계를 통해 더욱 규모를 키운 덕분에 이전보다 더 수준 높은 작품들이 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게임동아에서 올해 수상작들을 만나봤다.]
"아하, 창구 프로그램 심사에서 뵌 적이 있어요. 당시에 저는 드럭하이라는 개발사에서 '톤톤 용병단' 등 '톤톤' 시리즈를 출시하고 있었거든요. 정말 반가워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인디 게임사 펌킨이엔엠의 한 회의실. 엄용준 펌킨ENM 대표와 함께 들어온 최영윤 PD를 보자 묘하게 구면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몇 년 전 창구 프로그램 심사 때 만났다는 것을 서로 알게 되었고, 최 PD는 이렇게 만난 것이 인연인 것 같다며 새삼 반가워했다.
"국내도 그렇지만, 전 세계적으로 MMORPG는 큰 인기를 얻고 있죠. 다만 국내의 MMORPG는 대부분 실사 풍의 하드코어 방식이 대부분이에요. 이런 게임이 국내는 잘 될지 몰라도 해외에서는 절대 쉽지 않거든요. 저희는 철저히 해외, 그중에서도 북미 유럽 시장에서 성공하고 싶어요."
캐주얼향 MMORPG(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 '원더랜드-퀸즈커스'(이하 원더랜드)를 개발 중인 최영윤 PD는 '글로벌 시장 공략'이 펌킨이엔엠이 추구하는 전략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엔씨소프트의 '길드워' 등을 보면 북미 게이머들도 MMORPG에 대한 니즈가 충분하다면서, 최근 '로스트아크'가 글로벌 흥행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고 했다.
국내의 '리니지 라이크' 류 게임들이 그들의 성향에 맞지 않아서 인기를 얻지 못하는 것일 뿐, 그들의 성향만 잘 맞추면 '노다지'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사형에, 부분유료화가 꽉 짜인 MMORPG, 게다가 계속 경쟁을 강요하는 게임은 북미나 유럽에 잘 맞지 않아요. 그래서 저희는 '원더랜드'를 패키지처럼 혼자 모험을 떠날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그래픽도 캐주얼하게 꾸며서 접근성을 높였죠. 세계관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작가분을 새로 섭외했고요."
엄용준 대표도 거들었다. 엄 대표는 퍼블리셔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이 'MMORPG 같지 않다'라는 얘기였다고 했다. 초반에 꽤 오랫동안 패키지 게임처럼 세계관에 녹아들며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게임이다 보니, 투자자로부터 국내 MMORPG와는 결이 너무 다르다고 자주 지적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엄 대표는 북미와 유럽에서 성공하려면 그래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원더랜드'가 해외의 퍼블리셔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원화가가 유럽사람이냐?'일 정도로 북미 유럽 취향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지난 5월 14일까지 진행된 플레이엑스포에서 많은 불특정 다수의 관람객들이 자사 게임을 좋아하는 것을 보고 '우리가 생각했던 방향이 틀리지 않았구나'라고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북미와 유럽 쪽의 유명 게임사와 새로운 투자에 대한 얘기가 진행되고 있어요. 현재는 모바일뿐이지만, 만약 투자가 진행되면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 PC로도 함께 출시하고 싶어요. 과금도 굉장히 라이트 하게 준비하려고 하고요."
현재 '원더랜드'의 완성도는 50% 수준. 지난해 5월부터 개발에 착수한 이후 기본적인 시스템이나 구성은 다 완성이 됐고, 이제부터는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늘려나갈 시기가 됐다고 한다. 최 PD는 17년에서 23년의 MMORPG 경력을 가진 팀원들이 대부분이어서 이렇게 단시간에 이만큼이나 구현할 수 있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우리는 작품성과 사업성, 규모도 있는 RPG를 만들자고 뭉친 회사예요. 정말 차별화되고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캐주얼 MMORPG를 만들려고 합니다. 펌킨이엔엠의 '원더랜드'를 꼭 기억해 주세요. 북미와 유럽에서 한 번 승전보를 울려보겠습니다."
지난 5월 12일에 열린 경기 게임오디션에서, 펌킨이엔엠은 TOP3 선정과 함께 소니로부터 '플레이스테이션 픽'을 받는 겹경사를 누렸다. 이번 선정으로 펌킨이엔엠은 소니와 보다 원활하게 게임 개발을 이어갈 수 있게 됐으며, 현재 진행 중인 투자가 잘 마무리된다면 더 많은 인원 확충을 통해 한 번 더 퀀텀점프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될 수 있다고 한다.
좀처럼 국내 MMORPG가 뚫지 못하고 있는 북미와 유럽 시장, 내년 초에 실질적인 테스트에 돌입할 '원더랜드'에게 더 관심이 가는 이유는 펌킨이엔엠이 국내의 3N도 못한 것을 야심 차게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펌킨이엔엠의 건승을 기원해 보며 인터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