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도전 ‘TL’의 첫 테스트가 보여준 것은?
엔씨소프트의 야심작 ‘TL’(쓰론앤리버티)의 첫 테스트가 지난 24일부터 일주일간 진행됐다.
엔씨소프트의 오랜 시간 준비한 야심작이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주목받을만한 상황이지만, 그동안 ‘리니지’ 시리즈에 너무 매몰되어 있어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던 엔씨소프트가 글로벌 콘솔 시장까지 노리고, 새로운 변화를 담았다고 강조했기 때문인지 이번 테스트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 더 높았다.
첫 테스트는 게임 초반부 흐름을 파악하는 수준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나, TL의 이번 테스트는 프리 클래스 기반 성장 시스템, 모험의 중심이 되는 코덱스 시스템, 보스전, 시즌 패스를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 등 게임의 핵심 콘텐츠를 모두 공개했다. 그동안 많은 비판을 받고 있었던 만큼, 이번 테스트를 통해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피드백을 바탕으로 정식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포부다.
이번 테스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방대한 오픈월드를 기반으로 한 수준 높은 그래픽과 모험의 재미다.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모든 MMORPG가 방대한 오픈월드와 수준 높은 그래픽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TL’의 그래픽은 그동안 엔씨소프트가 쌓아온 오픈월드의 노하우를 총집결시켜 그들보다 한 차원 위의 수준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하는 느낌이다.
동물 변신 시스템 덕분에 여러 가지 동물로 변신해서 방대한 자연을 질주하거나 날아가는 쾌감을 느낄 수 있으며, 모험의 재미를 강조하는 코덱스 시스템 덕분에 곳곳에 숨겨져 있는 요소들을 찾아 탐험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오픈월드를 너무 강조하다보면 이용자가 콘텐츠의 흐름을 잃고 엉뚱한 곳을 헤매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TL’은 흥미롭게 구성된 스토리 미션들과 매력적인 컷신들이 중심을 잡아주면서 자연스러운 성장과 모험의 흐름을 구성했다. 이전 ‘리니지’ 시리즈에서는 다소 약했던 부분이다보니, 더욱 눈에 띄는 요소다.
성장의 중심이 되는 전투 시스템은 프리 클래스 시스템으로 다양한 무기를 실시간으로 교체해가면서 자신만의 전투 스타일을 완성하는 형태로 구성했다. 마법봉을 들고 상대를 원거리에서 공격하다가, 적이 가까이 오면 단검으로 교체해 근접전을 펼칠 수 있으며, 반격 요소가 더해져, 적의 공격을 튕겨내서 그로기 상태를 만든 다음에 공격을 퍼붓는 수동 전투의 재미도 더했다. 비가 올 때 전격 마법을 쓰면 대미지가 강해지고, 화염 마법을 쓰는 도트 대미지가 들어가지 않는 등 자연 현상이 전투에도 영향을 주는 것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물론, 자동사냥이라고 할 수 있는 스텔라포스 모드를 지원하기 때문에 수동 전투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직접 조작해서 싸우는 것이 더 효율이 좋긴 하지만, 수십, 수백마리를 잡는 반복 의뢰를 수동 전투로 즐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 결국 방치 플레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스킬 종류가 많지 않다보니, 전투가 더 밋밋해 보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보스전은 튜토리얼에 등장하는 첫 번째 보스조차 힘들 정도로 반격과 회피 비중이 높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자동 전투의 밋밋함을 보완하고 있으며, 본격적인 PVP와 보스 레이드 등이 시작되면 수동 전투의 매력이 더욱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무기가 정해지지 않은 프리 클래스이다보니 숙련도 시스템을 통해 꾸준한 성장을 추구한 것도 눈에 띄는 요소다. 기존 ‘리니지’ 시리즈에서는 초반부터 돈을 써서 강력한 무기를 장착하면 레벨 차이를 무시할 정도로 강력한 모습을 보였으나, ‘TL’에서는 꾸준히 무기를 사용해서 숙련도를 올려야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무기의 성능을 올리는 것도 깨지는 것을 감수하고 강화석을 발라서 강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성장석을 먹여서 일정 수준 경험치가 넘어가면 레벨이 올라가는 구조다. 경험치 획득률에 확률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장비가 깨지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으니 이 정도 확률은 귀엽게 보인다.
엔씨소프트가 확률형 뽑기의 대명사가 되고 있기 때문에, 테스트임에도 불구하고 과금 정책에 시선이 집중된 것도 이번 테스트의 흥미로운 부분이다.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게임이라고 발표한 만큼, 해외 이용자들이 극혐하는 확률형 뽑기를 배제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변신과 펫 뽑기가 수익 모델의 핵심이었지만, ‘TL’은 시즌 패스와 성장 패스를 수익 모델의 중심으로 삼았다. 플레이를 통해 미션을 달성하면 장비 제작 재료, 장비 성장석 등 다양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으며, 많은 이들의 우려와 달리 변신과 아미토이(펫)은 확률형 뽑기가 아니라 게임 플레이를 통해 획득하도록 구성했다. 특별 상점에 가면 패스와 각종 영약 및 음식, 변신 꾸미기 요소만 나오니, 기존 ‘리니지’ 시리즈에 익숙한 이들은 상당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현재의 수익 모델이 정식 서비스 때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해외 시장을 노린 게임인 만큼 확률형 뽑기를 무리하게 넣기 보다는 시즌 패스를 통해 꾸준한 성장을 추구하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듯 확률형 뽑기 배제 등 기존 엔씨소프트 게임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시도를 많이 선보이긴 했지만, ‘TL’에 대한 반응은 현재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말해주듯이 부정적인 시선이 더 많은 편이다. 해외 시장을 노린 만큼 리니지에서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신작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리니지’ 스타일을 갈고 닦아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거기에 새로운 시도를 더한 모습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레벨 때문에 막힌 스토리 구간을 뚫기 위한 마을 반복 의뢰, 장비 콜렉션, 스킬보다는 평타 위주 사냥, 자동 전투 등 ‘리니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요소들이 게임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보니, 새로운 요소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전에 ‘똑같네’라는 판단을 내리게 만든다.
또한, 모바일로 즐기는 기존 ‘리니지’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편한 자동 전투와 콘솔 게임을 선호하는 이들을 위한 수동 전투가 혼재되어 있다보니, 어떤 이들에게는 수동 전투를 강제한 보스전이 어렵게 느껴지고, 어떤 이들에게는 켜두고 지켜보기만 하는 자동 전투가 너무 밋밋하게 느껴진다. 기존 이용자도 지키고, 새로운 이용자까지 흡수하려고 욕심을 부리다가 핵심 타겟층이 모호해진 느낌이 있다. 이번 테스트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남은 기간 동안 확실한 방향성을 잡을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