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갱신되는 똥겜 레전드!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만들어야 하나?
미국 영화 시상식 중에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이라는 것이 있다. ‘아카데미’, ‘칸‘ 등 유명 영화 시상식들이 그해 최고의 영화를 선정하는데 반해,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은 영화 티켓값 1달러도 아까운 최악의 영화를 뽑는 시상식이다.
‘캣우먼’으로 2005년 최악의 여배우상을 수상한 뒤 명연설을 남긴 할리 베리처럼 이것마저도 즐기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수상자들이 시상식 참가를 거부할 정도로 최악의 불명예로 여겨진다.
올해 출시되고 있는 게임들을 보면 게임업계에서도 ‘골든 라즈베리상’ 같은 시상식을 하나 만들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젤다의 전설 더 티어스 오브 킹덤’처럼 엄청난 게임들도 등장하고 있지만, 최악이라고 생각했던 게임을 능가하는 더 대단한(?) 게임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어 사전구매 신청을 하던 과거의 자신을 용서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주식 시장에서도 항상 나오는 얘기처럼 바닥 밑에는 지하가 있다.
올해 초 스퀘어에닉스가 PS5 시장을 주도하고 위해 야심차게 준비했던 ‘포스포큰’이 출시될 때만 하더라도 올해 최악의 게임은 ‘포스포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출시 전에는 갑작스럽게 이세계로 떨어진 주인공이 마법으로 적과 싸우는 스타일리시한 액션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막상 출시되고 나니 월드가 황량하게 느껴질 정도로 부족한 콘텐츠와 빈약한 타격감, 최적화 문제 등 총체적인 문제를 노출하면서 곧바로 혹평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출시일을 두 번이나 연기할 정도로 완성도에 공을 들이면서 개발비를 무려 1000억 넘게 썼으나, 현재 예상되는 최종 판매량은 100만 장도 안된다. 스퀘어에닉스가 개발사인 루미너스 프로덕션을 폐쇄했기 때문에 사이버펑크2077처럼 업데이트로 반전을 노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갑작스럽게 발매됐지만, 놀라운 게임성으로 ‘포스포큰’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던 ‘하이 파이 러쉬‘ 덕분에 기세 등등했던 XBOX 이용자들은 베데스다 산하 아케인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레드폴’이 ‘포스포큰’보다 더한 게임성으로 등장하면서 고통을 받고 있다.
‘디스아너드’, ‘프레이’ 등 인상적인 작품을 만들었던 아케인 스튜디오에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뱀파이어와 싸우는 오픈월드 루트슈터 장르에 도전한다고 해서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실제로 등장한 결과물은 ‘디스아너드’ 때 빛났던 모습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엉망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어설픈 오픈월드와 루트슈터의 조합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으며, 멍청한 AI와 부실한 스토리텔링, 각종 버그들이 총제적인 문제를 일으키면서, 나름 흥미롭다는 반응을 얻었던 뱀파이어 소재까지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특히 캐릭터가 계단을 내려가는 애니메이션은 전 세계에서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레드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하나의 엄청난 작품이 등장했다.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유명 IP ‘반지의 제왕’을 소재로 만든 ‘반지의 제왕 골룸’이다.
독특한 인디 게임을 많이 선보여 주목을 받고 있는 데달릭 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한 이 게임은 프로도, 레골라스, 아라곤 등 ‘반지의 제왕’의 전통적인 주인공이 아니라, 대표적인 발암 캐릭터인 ‘골룸’이 주인공이다.
주인공만큼이나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호감을 느끼는 이들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선택한 덕분에 발매전부터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더니, 나온 결과물은 ‘포스포큰’이 선녀로 보일 정도라는 반응을 얻고 있다.
2023년에 나온 게임이라는 것이 의심될 정도로 조잡한 그래픽, 답답한 조작감, 지루한 게임 플레이, 각종 버그 등 거의 모든 부분이 문제이기 때문에 패치로 나아질 가능성도 안보인다는 평가다.
물론, 역사상 최악의 게임을 얘기하면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리는 빅 릭스가 등장했던 2003년에 ‘스타워즈 구 공화국의 기사단’, ‘젤다의 전설 바람의 택트’, ‘GTA 바이스 시티’ 같은 명작들도 등장했던 것처럼 갓겜과 똥겜은 항상 공존할 수 밖에 없다.
다만, 거창한 마케팅으로 기대감을 잔뜩 올려둔 뒤 말도 안되는 결과물으로 배신을 때리는 게임들이 늘어나면서, 점점 더 사전예약으로 구매하는 것이 두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멀티 플랫폼이 기본되어 있는 상황이다보니 발매일 맞추기에 급급해, 제대로 테스트도 안한 버그 투성이 게임들을 일단 출시부터 하고, 나중에 고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게임사들이 늘고 있다는 점도 걱정스럽다. 과거와 달리 문제가 생기면 긴급 패치로 바로 수정할 수 있는 세상이긴 하지만, 한번 무너진 신뢰는 회복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자금이 들어간다.
결과는 결국 판매량이 말해주겠지만,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는 게임을 무책임하게 출시하는 게임사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