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게임에 몰입하는 이유는 ‘피드백’ 좋아하는 인간의 특성”

우리가 게임에 몰입해 즐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경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은 사람들이 게임에 몰입해 즐기는 것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행위 자체의 재미가 아니라, 몰입할 수 있는 피드백을 받기 때문이며 이는 자신이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을 좋아하는 인간만의 특성이라고 이야기했다.

김경일 이사장 초청 강연
김경일 이사장 초청 강연

김경일 이사장은 금일(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자리한 위치한 오렌지플래닛에서 진행된 한국게임미디어협회 초청 강연회에서 ‘게임은 피드백 과학이다 - 마음의 갭(Gap)을 채워가는 피드백'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경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은 유명 인지심리학자로 아주대학교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으며, 다양한 방송 출연과 다수의 저서를 출간한 바 있다.

김 이사장은 인지심지학 관점에서 게임을 피드백 사이언스라고 부른다고 이야기를 꺼내며, 과거 본인의 경험을 살려 사람이 게임에 몰입해 빠지는 이유가 게임이라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피드백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어린 시절 ‘스페이스 인베이더’라는 게임에 푹 뼈져 살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게임기의 레버와 버튼의 수리를 위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가게가 잠시 문을 닫았고, 김 이사장은 그 시간을 가게 앞에서 기다린 뒤 누구보다 먼저 ‘스페스 인베이더’를 즐기러 갔다고 한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약 30초 만에 게임을 관뒀다고 한다.

김경일 이사장 초청 강연
김경일 이사장 초청 강연

수리한 레버가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게임의 다른 것은 다 제대로 동작했지만, 딱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점수가 오르지 않았다. 김 이사장은 점수라는 피드백이 돌아오지 않자 게임에서 흥미를 잃게 된 것이다.

김 이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사람 뇌의 보상중추가 그 자체로 좋아하는 것은 식욕과 성욕 정도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와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낼 때 그 자체를 뇌가 좋아하는 것이다. 이는 다른 동물도 똑같으며, 사람은 약 3천 년 전부터 돈을 받는 것 정도가 추가됐다고 한다. 사람의 뇌에서 행위 그 자체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이게 전부라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게임에 몰입해 즐길 수 있는 이유는 피드백을 통해 자신이 만들어 낸 변화를 확인할 수 있고, 변화를 좋아하는 인간 고유의 특성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세상의 중심이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의 주체성 때문에 내가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면 세상에 그것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독특한 특성이 피드백을 통해 엄청난 몰입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 설명했다.

다만, 인지심리학 관점에서 피드백은 어떤 평가가 들어가지 않는 것이 피드백이다. “참 잘했어”와 같은 평가가 곁들여진 피드백이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 낸 상황에 대해 변화를 평가 없이 보여주는 것이 피드백이다. 게임의 점수나 경쟁에서 순위 등이 대표적일 수 있겠다. 같은 피드백을 줘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몰입할 수 있는 모습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고 한다.

김경일 이사장 초청 강연
김경일 이사장 초청 강연

김 이사장은 이러한 게임적 피드백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더 성실하게 만들고 있으며, 주체성이 높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겠냐고 설명을 덧붙였다.

아울러 김 이사장은 사람들이 게임을 접하고 계속해서 게임을 즐기게 만드는 요소로 공정성을 꼽았다. 더 많이 플레이한 사람이 조금 플레이한 사람보다 잘하는 것이 기본적인 게임의 특성이라는 것이다. 더 적게 플레이한 사람이 이길 수 있는 게임이라면 이는 재능의 차이 때문이며, 재능의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게임은 크게 히트하기 힘들다고 봤다.

다양한 종목이 마련된 올림픽에서 종목이 추가되고 빠지는 것이 이러한 공정함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5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면 올림픽에서 재능으로 승부하는 육상 종목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고 봤으며, 우리 아이들이 농구와 같은 운동보다 게임을 더 즐기는 이유도 공정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게임의 또 다른 특성으로, 계획하지 않은 플레이도 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사람이 계획해서 얻은 득점이 80%, 계획하지 않은 우연한 플레이로 얻을 수 있는 득점이 20%라면 이는 게임으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계획하지 않은 우연한 플레이가 더 95% 정도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면 이는 도박이라는 이야기다.

아울러 김 이사장은 강연을 마치며, 우리나라를 게임적 사회로 만들고 싶은 이유도 설명했다. 인구가 줄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게임적 피드백을 통해 그 사람이 어떤 것에 몰입해 즐길 수 있는지 정확하게 분석하고, 해당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인구 감소 시대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 금일 초청강연회를 진행한 한국게임미디어협회는 한국 게임산업의 올바른 성장과 건전한 게임문화 확산에 이바지하려는 목적으로 각종 강연회 및 토론회, 점프업G, 게임 오브 지스타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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