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더 강렬하고, 더 파격적이다" 파판 시리즈의 새로운 전환점 '파이널판타지16'
올해 초 출시된 'HD 픽셀 리마스터 시리즈'부터 '파이널판타지 7'의 2번째 리메이크 작품 '리버스'까지 파이널판타지로 재미를 쏠쏠하게 보고 있는 스퀘어에닉스가 이번엔 파이널판타지 신작을 출시했다.
바로 22일 출시된 시리즈의 최신작 '파이널판타지 16'(이하 '파판 16')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 작품은 수많은 파판 시리즈 중에서도 유난히 개발 과정부터 큰 관심을 받은 작품이었다. 파격적인 시도로 명성이 높은 요시다 나오키 PD의 지휘 속에 타카이 히로시를 포함한 파판 14의 개발진이 대거 참여한데다 ‘데빌메이크라이5’의 전투 디자인에 참여한 스즈키 료타와 왕좌의 게임 작가진이 스토리에 참여하는 등 이전의 시리즈와 결이 다른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를 받았기 때문.
여기에 출시 전 배포된 2시간 분량의 데모 버전은 화려한 액션과 강렬한 소환수 액션 그리고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스토리라인까지 수준급의 게임성을 유감없이 보여줘 이용자들에게 호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실제로 즐겨본 '파판16'은 '마물을 상대로 승리하는 용사'라는 이전까지의 파판의 형태에서 벗어나 더 파격적이고, 더 강렬한 성인풍의 게임으로 제작되어 가히 '시리즈의 전환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퀄리티와 변화를 보여준 모습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수려한 그래픽이었다. ‘파판16’은 개발 단계부터 ‘PS5’를 베이스로 개발된 작품으로, 게임 내 그래픽 옵션과 퍼포먼스가 PS5를 중심으로 구현되어 있다.
이에 게임 내 스토리 컷신과 거대한 소환수의 등장 그리고 대규모 병력이 격돌하는 장면 등에서 프레임 드랍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액션 연출에서도 프레임을 꾸준히 유지하여 상당히 쾌적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다.
다만 전반적으로 어두운 게임 밝기는 논란이 되기 충분했는데, 밝기를 최대로 높이지 않는 이상 밤에 진행되는 미션은 사물은 물론, 적들의 위치도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물론, 이 부분은 HDR 기능으로 해결될 수 있다곤 하지만, HDR 기능이 없는 TV나 모니터에서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왜 이처럼 음영을 짙게 설정해 놨는지 조금 의문이었다.
액션은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한 느낌이었다. 이번 ‘파판16’의 전투 시스템은 전작인 파판15에서 영향을 받아 근접 공격과 원거리 공격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으며, 주인공 클라이브가 다양한 속성의 도미넌트 스킬을 시전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더욱이 스킬 콤보가 상당히 복잡했던 전작에 비해 스킬 커맨드는 동일하게 두되 여러 버튼으로 항목을 바꾸어가며 스킬을 시전할 수 있으며, 동료까지 직접 지시를 내릴 수 있어 적응만 된다면 여느 스타일리시한 액션 게임 못지않은 화끈한 액션을 펼칠 수 있다.
특히,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주인공 클라이브가 사용할 수 있는 도미넌트 스킬이 점차 증가하는데, 이 스킬 모두 고유의 모션과 속성 대미지를 지니고 있어 보스전이나 일반 필드 전투 등 상황에 따라 이 스킬을 조합하여 대미지를 높일 수 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한 가지 재미있는 부분은 액션과 전투 연출이 온라인게임인 ‘파판14’와 상당한 유사점을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게임 내에서는 보스나 필드 몬스터의 스킬이 발동될 때 스킬 이름이 표시되는 연출이 마치 레이드 보스의 등장처럼 연출되는 등 ‘파판14’를 플레이한 이들이라면 익숙함을 느낄 요소가 곳곳에 등장한다. 이는 파판14 개발진이 대거 투입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측되는데, 폰트나 UI까지 비슷한 부분이 곳곳에 있어 이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거대한 소환수 간의 전투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파판16의 본편에서는 데모 버전에서 보여준 소환수 전투를 넘어 실제로 소환수를 조종하여 상대를 때려눕히는 ‘괴수 대결전’과 같은 보스전이 등장한다.
스포일러인지라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소환수 대전은 게임에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며, 공중, 근접, 원거리 등 소환수의 특징에 따라 스킬과 전투 패턴이 모두 달라 “소환수끼리 또 언제 붙나”라고 기다릴 정도로 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새롭게 구성된 전투 시스템과 박진감 넘치는 소환수 대전 그리고 지루할 틈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액션 플레이까지 수작이라고 평가받을 부분이 가득한 ‘파판 16’이지만, 이 시스템을 더욱 빛나게 하는 요소가 또 있다. 바로 웃음기를 쫙뺀 진중하고 어둡기 그지없는 스토리다.
‘파판16’은 각지에 흩어진 '마더 크리스탈'에서 흘러나오는 '에테르'를 기반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 발리스제아 대륙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마더 크리스탈'은 현실 세계의 거대한 '유전'으로, '에테르'는 '석유'로 치환될 수 있으며, 이 '마더 크리스탈'이 내뿜는 '에테르'가 줄어들자 이 자원을 두고 5개의 왕국과 1개의 자치령이 전쟁을 벌이는 현실과 유사한 상황이 펼쳐진다.
국가별로 등장하는 도미넌트의 존재도 매우 흥미롭다. 최소 30미터부터 최대 몇백 미터에 달하는 소환수로 변할 수 있는 도미넌트는 엄청난 위력으로 전장을 뒤흔들어 일종의 핵병기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이들 도미넌트는 국가별 취급도 천차만별로 다르며, 어느 지역에서는 왕가의 혈통을 인정하는 수단이 되고, 어느 국가에서는 괴물로 취급당하며 노예와 같은 삶을 사는 등 저마다의 위치와 인식이 모두 다르다.
왕좌의 게임 작가진이 참여한 만큼 캐릭터들의 설정과 기구함도 범상치 않다. 먼저 주인공 '클라이브 로즈필드'는 로자리아 공국의 장손이지만, ‘피닉스’의 선택을 받지 못해 서자 취급을 받는 인물이다. 더욱이 왕국이 멸문한 뒤 동생의 복수를 위해 최하층민까지 내려갔으나 모종의 사건으로 진실에 다가서는데, 주인공의 새로운 능력이 밝혀지는 순간부터 상황이 급변하여 스토리가 예측 불허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여기에 게임 내 캐릭터들 역시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지니고 있으며, 서로의 이상, 목표, 이념으로 부딪히는 복잡하고 정치적인 관계로 얽혀 있어 마치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보는 듯한 구성으로 그려져 흥미를 더한다.
특히, 이름과 성우까지 있는 캐릭터가 갑자기 날아온 도끼에 당하거나, 중요 인물이 조연에게 뜬금없이 사망하는 등 왕좌의 게임 특유의 ‘등장인물이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분위기가 게임 속에서 그대로 풍겨 컷신에 위치만 이상하게 나와도 “설마?” 하는 심정으로 스토리에 몰입하게 될 정도였다.
이 스토리는 40여 개의 챕터를 지나며 더욱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며, 마지막 장으로 흘러갈수록 이 세계를 뒤덮고 있는 ‘마더 크리스탈’의 정체와 각 인물들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져 최근 게임에서 맛볼 수 없었던 진한 여운을 남기는 것도 이 게임의 특징 중 하나였다.
이처럼 파판16은 30대에 가까운 주인공이라는 파격적(?)인 소재와 웃음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진중하고 흥미진진한 스토리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전투 시스템까지 2023년 올해의 게임에 선정돼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수작인 것이 분명했다.
특히, 이전까지 높아야 15세 등급 수준이었던 파판 시리즈 최초의 성인 등급 작품인 만큼 과감하고, 파격적인 연출까지 더해지며, 이제 새로운 길을 걸어갈 파판 신작이라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