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해외 콘솔 시장 도전 중인 한국 게임의 명과 암
[게임동아가 창간 19주년을 기념해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게임업계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현재 게임 시장부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 받고 있는 콘솔 게임 시장부터 디지털 휴먼, 메타버스와 NFT, 인공지능 등 여러 방면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게임사들의 모습을 조명합니다.]
전 세계를 괴롭히던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완화된 상태이지만, 게임업계는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라는 새로운 도전을 맞이한 상황이다. 실내 생활이 대폭 늘어났던 코로나19 특수 덕분에 치솟았던 주가가 전성기 대비 절반 이하로 하락했으며, 매출 역시 경기 침체로 인해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새로운 매출원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많은 게임사들이 한정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콘솔 시장을 겨냥한 신작들을 준비 중이다. 이전까지는 국내를 비롯해 아시아권을 주로 겨냥한 MMORPG 계열의 모바일 게임이 주력 매출원이었지만, 서구권에서는 한국 스타일의 MMORPG가 잘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서구권은 한국 게임의 주력 수입원인 P2W(페이투윈),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반감이 굉장히 심하기 때문에, 이미 널리 퍼진 한국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익숙한 PC 및 콘솔 게임 시장 도전이 필수적인 과제로 떠올랐다.
때문에, 넥슨, 네오위즈,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 엔픽셀 등 국내 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형 게임사들 대부분이 차기작으로 해외 콘솔 시장을 노린 게임을 선택한 상황이다.
넥슨은 ‘데이브 더 다이브’를 필두로, 루트 슈터 장르인 ‘퍼스트 디센던트’, 차세대 슈팅 게임 ‘베일드 익스퍼트’, 중세 PVP 게임 ‘워헤이븐’ 등을 준비 중이며, 네오위즈는 ‘P-거짓’, 펄어비스는 ‘붉은사막’, 엔씨소프트는 ‘쓰론앤리버티’, 엑스엘게임즈는 ‘아키에이지2’, 엔픽셀의 ‘크로노 오디세이’ 등 다수의 게임이 준비되고 있다.
기존의 PC온라인 게임과 마찬가지로 다수의 이용자들이 함께 게임을 즐기는 멀티플레이 기반 게임들 위주이지만, ‘데이브 더 다이브’처럼 아예 싱글 플레이 게임으로 등장하는 신작들도 있는 것이 인상적인 부분이며, 모바일까지 포함한 멀티플랫폼 전략이었다가 모바일을 빼고 콘솔에만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크로노 오디세이’ 같은 게임들이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 같은 도전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이전까지 매출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보니, ‘리니지’ 등 인기 게임과 비슷한 아류작들을 주로 개발하는 경향을 보여, 신작이 나와도 거기서 거기라는 비판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성과를 내고 있는 ‘데이브 더 다이브’는 판매량만 높은 것이 아니라 스팀에서 굉장히 받기 힘든 ‘압도적인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게임성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 많은 이들이 ‘넥슨의 변신’이라며 놀라워하고 있다. 해외 유명 매체인 IGN에서는 이 게임의 유일한 단점을 ‘젤다의 전설 : 더 티어스 오브 킹덤’, ‘파이널 판타지16’, ‘디아블로4’ 같은 쟁쟁한 게임들과 같은 년도에 출시돼, GOTY에 오르기 힘들다는 것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또한, 네오위즈가 오는 9월 출시를 예고한 소울라이크 신작 ‘P-거짓’도 2022년 게임스컴 3관왕, 2023년 스팀 게임 넥스트에서 ‘인기 출시 예정 제품’과 ‘가장 많이 찜한 출시 예정 게임’에서 각각 1위에, ‘일일 활성 체험판 플레이어 수’ 2위에 오르면서 주목을 받았으며, 자체 개발 게임은 아니지만 인디 게임 퍼블리싱작 ‘스컬’도 국내 인디 게임 최초로 100만장 판매를 돌파하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한번 판매하면 끝인 싱글 플레이 기반 게임인 만큼, 기존 온라인, 모바일 게임처럼 지속적이고, 막대한 수익을 약속할 수 있는 게임들은 아니다. 하지만, 해외 이용자들에게 참신한 시도를 하는 게임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준 것은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의 브랜딩 가치가 있으며, 이는 차기작을 발표할 때마다 더 큰 마케팅 효과로 돌아오게 된다.
물론, 국내 게임사들이 콘솔 도전이 마냥 희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동안은 플랫폼도 다르고, 이용자 성향도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쟁을 피할 수 있었지만, 콘솔 진출을 선언한 이상 닌텐도, 소니, MS 등 해외 유명 게임사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개발한 AAA급 게임들과 직접적인 대결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단 무료로 즐겨볼 수 있는 온라인, 모바일 게임과 달리 패키지 방식으로 판매되는 콘솔 게임은 이용자 초기 부담이 크기 때문에, 운이 나쁘면 대작과 발매 시기가 겹쳐 외면 당할 수도 있고, 초반 반응이 긍정적이지 않으면 쓰레기 게임으로 낙인이 찍혀서 아무것도 못해보고 묻혀버릴 가능성도 있다. 기본적인 시스템을 완성해서 출시한 뒤 이용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후반부 콘텐츠를 서서히 추가해가는 모바일, 온라인 게임의 개발과는 전혀 다른 호흡이다.
또한, 이미 해외 대형 게임사들의 AAA급 게임에 익숙해져 눈높이가 올라가 있는 콘솔 이용자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2800억 이상이 투입된 GTA5 같은 사례들은 논외로 한다고 하더라도, PS5, XBOX 시리즈 X 등 차세대 게임기의 성능에 맞춰 4K 해상도, 60프레임으로 움직임이는 수준 높은 그래픽을 가진 게임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개발비가 투입되어야 한다.
올해 초 전 세계적으로 조롱거리가 된 스퀘어에닉스의 ‘포스포큰’처럼 1000억 이상의 개발비가 투입된 대작도 게임성이 기대에 못미치면 개발 스튜디오가 폐쇄될 정도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게임사 입장에서는 엄청난 위험 부담을 안고 도전을 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싱글 플레이 게임 위주였던 콘솔 시장도 지속적인 수익원 확보를 위해 멀티플레이, 추가 DLC, 배틀패스 등을 강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국내 게임사들이 자신있어 하는 멀티플레이 요소에 특화된 장르까지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배틀그라운드’, ‘검은사막’ 등 콘솔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게임들도 있고, 해외 콘솔 이용자들도 추가 콘텐츠 결제에 익숙해지고 있어, 일단 궤도에 오르기만 하면 지속적인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는 분위기다.
사실 국내 게임사들은 온라인 게임 시대가 시작된 이후부터는 다수의 이용자들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모바일 게임의 막대한 매출에 취해서 국내 매출 규모가 크지 않은 콘솔 게임을 등한시 한 것이 사실이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형 게임사들이 콘솔 시장을 외면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콘솔 게임 개발 경험을 가진 개발자도 많지 않아, 간혹 가뭄에 콩 나듯 나왔던 신작들도 수준 이하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늦게나마 필요성을 깨닫고, 변화하는 분위기가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배틀그라운드’, ‘데이브 더 다이브’처럼 성과를 거둔 게임들이 증명했듯이, 개발력이야 이미 충분하니 방향만 제대로 잡으면 되는 문제다. 예전이었으면 국산 게임이 GOTY(올해의 게임)을 노릴 것이라고 하면 웃음거리가 됐겠지만, 이제는 기대감을 가지고 응원을 해야될 시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