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인공지능은 과연 게임사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까?
[게임동아가 창간 19주년을 기념해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게임업계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현재 게임 시장부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콘솔 게임 시장, 디지털 휴먼, 메타버스와 NFT, 인공지능 등 여러 방면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게임사들의 모습을 조명합니다.]
지난 4월 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이색적인 주제의 포럼이 개최됐다. '인공지능(AI)이 바꾸는 게임 생태계'라는 주제로 열린 이 포럼에서는 크래프톤과 너디스타 등 다양한 게임사들의 개발자들과 게임학부 교수들이 게임 개발에 대한 AI 연구 결과와 함께 미래 전망을 내놓았다.
결과적으로 포럼에서 답하는 이 전문가들의 분석은 'AI가 게임에 도입되기엔 시기상조다'라는 기존의 인식을 송두리째 바꾸기에 충분했다. '이미 AI의 도입으로 각 게임사들의 개발 프로세스에도 엄청난 변화가 시작됐다'라는 게 전문가들의 답변이었다.
일례로 '엑소스 히어로즈' 개발진이 대거 합류하며 설립된 너디스타의 정병익 PD는 이날 포럼에서 "AI는 무한의 라이브러리 같은 개념"이라며 "그 에셋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연구해야 할 시점이지 써야 하냐 말아야 하냐를 판단할 시점은 지났다."라고 설명했다.
정병익 PD는 "인간이 근육 노동으로부터 해방됐다고 생각한다.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답이다"라며 이미 게임 개발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쓰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성준식 크래프톤 딥러닝본부 응용실장도 비슷한 반응을 내놨다. 성실장은 "대전 게임이든 MMORPG든 인공지능이 개발에 크게 기여할 부분이 있다"라고 주장하며 "'배틀그라운드'를 예로 들면, 인간과 AI 캐릭터가 한 팀을 이뤘을 때 AI가 고도화될수록 인간과 AI 캐릭터 사이에서 우위가 바뀔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더불어 강신진 홍익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아예 특정 장르가 아니라 모든 장르의 게임 개발에서 AI가 도입될 것이라 예측하기도 했다.
이렇게 전문가들이 게임 개발에 AI 도입이 필수 불가결하다고 주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다양한 AI 디자인툴과 챗GPT 등을 활용한 결과물이 상업적 이용까지 가능할 만큼 완성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디자인 분야뿐만 아니라 프로그래밍 분야에서도 게임 개발에 도입시키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아직까지 AI가 원하는 것을 바로 프로그래밍 처리하지는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단타 식으로 간단하게 명령해서 결과를 도출시키면 바로바로 답이 나오기 때문에 노가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장점으로 거론된다.
나아가 '성우'나 'BGM'(BackGround Music, 배경음악) 분야도 AI에 위협받고 있다. 이미 시중에는 AI를 활용하여, 월 7~8만 원만 내면 30명의 AI 성우를 사용할 수 있는 성우 서비스가 있다.
또 키워드에 맞게 BGM을 생성해 주는 AI 기술 기반의 서비스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외주를 알아볼 필요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형국이다.
때문에 불과 지난해 초만 해도 게임 개발에 AI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개발사들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 AI가 고도화되고, 실제 게임 리소스로 사용이 가능할 정도의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하자 각 개발사들이 AI 도입에 진지해지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으로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 이하 엔씨(NC)는 지난 5월에 두 차례에 걸쳐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스테이블 디퓨전 통합 설치본 배포' 관련 공지사항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전달한 바 있다. 전 직원 누구나 AI에 대한 접근을 장려한다는 취지로, AI 연구원이 아닌 일반 직원들에게까지 AI 이용을 확대하고 나선 것이다.
스테이블 디퓨전은 텍스트를 입력하면 다양한 화풍의 이미지를 생성 및 수정하는 AI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하루 이용자 수가 1천만 명에 달한다. 단, 최소한 그래픽 카드가 램 12G 이상을 갖춰야 하는 것이 허들이다.
김택진 엔씨(NC) 대표 또한 AI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수년 째 강조하고 있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도 김 대표는 "AI라는 기술적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는 회사 생존의 문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넥슨 또한 AI 전문 조직 인텔리전스랩스를 중심으로 AI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에 착수했으며, 넥슨게임즈에 별도의 AI TF팀이 생성되는 등 발 빠른 활동에 나서고 있다. 또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에서도 최근 AI를 활용한 전문 조직이 세팅되어 신작 개발에 착수한 상황이다.
이러한 대형 게임사들 뿐만 아니라 인디 게임사들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보통 시중에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외주를 맡길 경우 50~100만 원의 비용과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AI에게 맡기면 지포스 3060 12GB 정도의 성능을 내는 그래픽 카드만 있으면 하루 정도만에 그럴듯한 결과물을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를 거듭하던 한 인디 게임사 대표는 "아직 AI를 다루기가 쉽지는 않지만 숙련될 경우 충격적일 정도의 매리트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공지능을 다루는 법을 가르치는 학원도 생겨나고 있다. SBS 게임 아카데미는 시험적으로 신설한 인공지능 게임 개발 과정이 예상을 넘는 인기를 보이자 정규 과정으로 편성했다. 최근 한 게임 커뮤니티에 광고를 한 게임그래픽 학원도 AI 콘셉트 디자인 등의 커리큘럼이 포함된 모습을 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충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서는 '충남 생성형 AI 디지털 아트 대전'이라는 공모전도 개최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AI의 도입은 저작권 문제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AI가 광범위한 학습을 통해 결과물을 조합해 내놓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에 자유롭지 않다는 의견이 대두된다.
실제로 PC 서비스 플랫폼 스팀에서도 AI 제작 작품에 대해서 저작권에 대한 우려를 바탕으로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AI에 학습을 시킬수록 회사 자산이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AI 도입을 망설이는 게임 개발사들도 적지 않으며, 개발자들이나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AI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은 것도 과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분도 빠른 시간 내에 해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각 게임사들이 자사 이미지나 설정 등만을 활용해 AI를 딥러닝 시킨다면 저작권 문제와 무관해질 수 있고, 인트라넷을 통해서만 활용하면 외부 유출에 대한 걱정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AI 거부감에 대한 부분도 시간이 해결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AI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에 대해 정병익 너디스타 PD는 "아직도 주변에서 인공지능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좋은 게임 개발을 위해 인공지능의 긍정적인 면을 우선해서 보고 기술에 대한 저변 확대를 해나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