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가챠’ 제한, 다른 나라는?
최근 Ukie(영국의 게임 산업을 위한 비영리 무역 협회)가 영국 비디오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에 관한 11가지 산업 원칙’을 발표했다.
여기서 ‘확률형 아이템’이란 이용자가 현금으로 구매하거나 인 게임 재화로 획득하여 무작위로 특정 항목을 받을 수 있는 게임 시스템을 말한다. 이 시스템은 ‘가챠’라는 단어로도 잘 알려졌다.
Ukie 측은 ‘확률형 아이템에 관한 11가지 산업 원칙’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영국 정부가 마련한 규제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산업 원칙은 기술 작업 그룹(TWG)과 문화, 미디어 및 스포츠부(DCMS) 등과 함께 제작됐다.
협회는 이 원칙이 ‘미성년자 및 성인을 확률형 아이템으로부터 보호할 것’과 ‘안전한 게임 플레이를 지원하기 위해 확률형 아이템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는 중심 기준을 기반으로 설계됐다고 밝혔다.
11가지 산업 원칙 중 ‘확률형 아이템으로부터의 미성년자 및 성인 보호’와 관련된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기업은 부모와 간병인 또는 보호자의 동의나 인지 없이 18세 미만의 사람이 확률형 아이템 품목 획득을 제한할 수 있는 기술적 통제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이 원칙을 효과적으로 지키기 위해 기업은 모든 보호자 및 이용자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대한 인식 및 이해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게임 산업은 확률형 아이템을 접하는 모든 연령대를 보호하기 위한 전문가 패널을 구성해야 한다. 이 그룹은 정기적으로 만나 모범 사례를 개발 및 공유하고, 보다 나은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
해당 그룹은 필요한 경우에 관련 규제 기관 및 정책 입안자와 협력하고, 선수, 부모 및 보호자, 제3자 조직과 협의하는 역할도 겸한다.
이어서 11가지 산업 원칙에는 ‘안전한 게임 플레이를 지원하기 위한 확률형 아이템 관련 정보의 투명성 의무’와 관련된 원칙도 다수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모든 게임은 이용자가 구매 및 다운로드하기 전에 확률형 아이템의 존재 여부를 알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기업은 이 시스템에서 획득한 아이템의 무단 외부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IP 보호에도 신경 써야 한다.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도 중요하다. 기업은 이용자가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기 전에, 해당 시스템으로 얻을 수 있는 요소의 확률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이 확률에 대한 정보는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명확하고 간단해야 한다.
이 원칙들은 영국 정부 및 기타 관련 이해관계자가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적절한 시행 기간이 지난 12개월 뒤 원칙의 효과도 측정할 예정이다.
창조 산업 장관 존 위팅데일(John Whittingdale)은 “11가지 새로운 원칙안은 모든 이용자가 안전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큰 진전이다. 게임 회사들이 원칙을 이행하는 것을 보고 그 진행 상황을 면밀히 살필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확률형 아이템을 제한하는 움직임을 펼친 건 영국이 처음은 아니다. 20218년 벨기에의 게임도박 위원회는 확률형 아이템을 아예 도박으로 규정했다. 위원회는 “확률형 아이템은 돈과 중독성이 포함되어있는 시스템이다.”, “확률에 기대 반복적으로 결제하는 방식이 미성년자에게 특히 위험하기 때문에 도박으로 분류한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벨기에 법무장관은 성명서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을 포함한 게임이 이를 수정 및 제거하지 않을 시 사업자에게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최대 80만유로(약 10억8500만원)의 벌금형을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이모탈’,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는 벨기에에서 출시 거부됐고, ‘동물의숲: 포켓 캠프’와 ‘파이어 엠블렘 히어로즈’가 서비스 중단되기도 했다.
네덜란드도 6개 정당이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문을 발표하며 규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6개 정당은 네덜란드 의회의 상·하원 의석 과반을 차지해 향후 관련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네덜란드 의원들은 “확률형 아이템은 일종으로 도박으로, 어린이들에게까지 소비를 유도하기 때문에 규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전달 3일에는 네덜란드 경제기후정책부 미키 아드리안센스(Micky Adriaansens) 장관이 정부에게 관련 규제 응답을 받았다고 메일을 공개하며 눈길을 끌었다. 해당 메일에는 네덜란드 정부는 게임 내 구매에 대한 규정을 개선할 계획이 있으며, 여기에는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도 포함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스페인도 빠질 수 없다. 스페인은 작년 7월 18세 이하 미성년자가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규제 법안을 냈다. 해당 규제 법안에는 아이템의 가격을 게임 내 재화 대신 유로로 표기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관련해서 광고 규제도 신설됐는데,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게임의 광고는 오전 1시부터 5시까지만 허용된다. 해당 광고는 보상 획득 확률을 과장하거나 속여선 안 되고, 확률형 아이템 구매를 절제를 권장한다는 메시지를 필수 삽입해야 한다.
스페인 소비자부 장관 알베르토 가르손(Alberto Garzon)은 “확률형 아이템은 강박적인 소비를 유발하기 때문에 도박과 다름이 없다.”, “해당 시스템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이용자들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