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MS에서 인정했다는 게이밍 프로젝터, 뷰소닉 X1-4K
디스플레이 기기의 미덕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큰 화면이나 높은 해상도(정밀도), 우수한 색감 등을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게임마니아에게 있어 우수한 디스플레이의 기준은 좀 다르다. 화면이 빠르게 전환되는 상황에서도 잔상이나 느려짐 없이 오브젝트를 표현할 수 있는 높은 주사율(1초당 전환되는 이미지 수), 사용자의 조작이 지연 없이 바로 화면에 반영되는 빠른 반응속도, 그리고 최신 게임 콘솔이나 PC의 성능을 온전하게 발휘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까지 갖춰야 게임마니아를 만족시킬 수 있다.
TV나 모니터는 물론, 빔 프로젝터(이하 프로젝터) 시장 역시 이런 흐름을 타고 있다. 최근 본격 출시되기 시작한 ‘게이밍 프로젝터’ 제품군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용자의 환경이 허락한다면 빠릿하고 또렷한 100인치급 이상의 대화면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게이밍 디스플레이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하다. 다만, 아직 게이밍 프로젝터 시장이 시작단계이다 보니 아직 상품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도 종종 보인다. 단지 화면만 클 뿐이지 일반 프로젝터와 별 차이가 없는 제품도 있는가 하면, ‘게이밍’이라는 점만 강조하다 보니 범용성이 미흡한 제품도 있었다.
한편, 이달 출시된 뷰소닉(ViewSonic)의 게이밍 프로젝터 3종(X1-4K, X2-4K, BK660-4K)은 게임 콘솔 업계의 ‘큰 손’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상품성을 높인 제품이다. 개발 과정 및 성능 검증 과정에서 MS와 밀접하게 협업했으며, 그 결과, 엑스박스 공식 인증(Designed for Xbox)이라는 타이틀을 단 세계 최초의 게이밍 프로젝터로 탄생했다. 3종 중에서도 주력 제품이 될 것으로 보이는 X1-4K를 살펴보며 제품의 가치를 가늠해보자.
엑스박스의 ‘DNA’ 느껴지는 디자인, 가정 환경에 특화된 스펙
뷰소닉 X1-4K 제품의 크기는 355x244x121mm, 무게는 3.6kg으로 일반적인 홈씨어터용 프로젝터에 준한다. 하지만 검정+녹색으로 구성된 외부 디자인 덕분에 엑스박스 시리즈의 ‘DNA’를 느낄 수 있다. 이런 컬러 구성의 프로젝터는 흔치 않기 때문에 개성적이기도 하다.
제품 전면의 렌즈를 통해 최대 3,840x2,160의 4K UHD급 해상도, 그리고 최대 2,150 안시루멘 밝기의 영상을 투사한다. 사무실용 프로젝터만 써본 사람이라면 생각보다 밝기 수치가 낮은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나 방송, 게임 콘텐츠 시청을 주로 하는 가정용 제품은 오히려 이 정도 밝기가 적당하다. 너무 밝으면 전반적인 컬러가 붕 뜨거나 제대로 된 검정색을 묘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X1-4K는 최대 300만 : 1의 높은 명암비를 발휘하는 제품이다.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을 구분하는 능력이 뛰어나 또렷한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이 역시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적당한 광량의 환경에서 최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래도 좀 더 밝은 화면을 원하는 사람, 낮에도 어느정도 제품을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 300인치 이상의 초대형 화면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최대 4,600 안시루멘의 제품인 BK660-4K를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리고 X1-4K는 일반 프로젝터와 달리 램프 교체를 위한 여닫이 커버가 달려있지 않다. 이는 이 제품이 일반 램프 광원이 아닌 LED 광원 기반의 제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X1-4K에 적용된 3세대 LED 기술은 6만여 시간의 광원 수명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램프 교체가 필요하지 않다. 또한 일반 램프 기반 프로젝터에 비해 부팅 속도(20초 전후)가 빠르기 때문에 TV에 가까운 감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다양한 환경에 대응 가능한 인터페이스 구성
본체 전면 상단의 커버를 열면 각종 조작 인터페이스를 이용할 수 있다. 렌즈의 초점을 조절하는 초점 링, 영상의 크기를 조절하는 줌 링 외에 렌즈의 상위 위치를 +10%까지 보정할 수 있는 렌즈 시프트 링도 달려있다.
그 외에 전원 및 메뉴 이동, 입력 소스 전환, 컬러 모드 전환 등의 주요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10개의 버튼도 달렸다. 대부분의 조작은 동봉된 무선 리모컨으로 하겠지만 가끔은 이렇게 본체에 달린 버튼을 이용해야 할 때도 있다.
동봉된 무선 리모컨은 편의성이 높다. 내장 센서 덕분에 버튼을 누르지 않고 들어올리기만 해도 각 버튼의 위치를 알려주는 내부 조명에 불이 들어오므로 어두운 곳에서 유용하다. 그리고 일반적인 적외선 신호 외에 블루투스 신호에도 대응하므로, 본체의 위치나 방향에 상관없이 원활한 조작을 기대할 수 있다.
전용 리모컨이 아닌 스마트폰을 리모컨처럼 이용해 X1-4K를 제어하는 것도 가능하다. 프로젝터와 같은 와이파이에 연결된 스마트폰에 뷰소닉 ‘vCastSender’ 앱을 설치하면 된다. 리모컨이 보이지 않을 때, 스마트폰 특유의 터치스크린 조작을 하고 싶을 때 유용하다.
제품 바닥에는 천장 설치를 위한 나사 구멍, 그리고 책상 위에 프로젝터를 두고 쓸 때 3단계로 상하 투사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스탠드가 달려 있다. 이렇게 스탠드를 세워서 화면을 투사하면 화면이 사다리꼴 모양으로 찌그러질 수도 있는데, 이 때를 대비해 화면을 보정하는 키스톤 기능도 지원한다. 일부 프로젝터는 상하 키스톤만 지원하거나 아예 키스톤을 지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X1-4K는 상하좌우 모든 방향에서 -40도까지 키스톤 보정이 가능해 편리하다. 덕분에 스크린의 약간 측면에서 투사를 하더라도 화면을 보정할 수 있다.
게이머들의 선호도 높은 1440p/120Hz 모드 지원
본체 후면의 연결 인터페이스는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해 무난하게 구성했다. 외부기기 연결용 HDMI 포트는 2개가 있는데 4K(3,840x2,160) 해상도에서 최대 60Hz, 1440p(2,560x1,440) 해상도에서 최대 120Hz, 1080p(1,920x1,080) 해상도에서 최대 240Hz의 높은 주사율을 기대할 수 있는 HDMI 2.0 규격이다.
특히 요즘 게이머들이 많이 이용하는 1440p 해상도에서 120Hz의 높은 주사율을 지원한다는 점은 다른 프로젝터와 구분되는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1440p에서 120Hz 주사율은 엑스박스 시리즈 S/X나 PC에서만 정식 지원하며, 플레이스테이션5와 같은 일부 기기에선 지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 두자.
그리고 뷰소닉 X1-4K의 HDMI 2번 포트의 경우, 엑스박스 콘솔과 연결하면 화면의 색감과 감마 값, 명암비를 게임 플레이에 최적화된 ‘게임’ 모드로 화면 모드가 자동 전환된다. 그리고 인풋렉(입력 지연)이 4.2ms(1ms는 1/1000초)로 향상되어 초고속 입력이 가능한 ‘울트라패스트 인풋(UltraFast Input)’ 기능을 활성화할 것이냐고 묻는 메시지가 출력된다. 엑스박스 공식인증 게이밍 프로젝터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기능이다.
참고로 게임 모드를 활성화하면 어두운 곳이 다소 밝아진다. 때문에 화면 전반에서 전달하는 정보량이 많아져 각종 오브젝트를 좀 더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울트라패스트 인풋 모드를 활성화하면 입력 신호의 빠른 전송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일부 부가기능(키스톤 보정, 줌, 오버스캔 등)이 비활성화되므로 참고하자.
모바일 기기와의 연결성도 충실한 편
최근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USB 타입-C 포트도 갖추고 있다. 이 포트 역시 영상/음성 입력 기능을 지원한다. USB 타입-C포트로 영상/음성 출력을 할 수 있는 DP ALT 모드를 탑재한 PC, 혹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의 모바일 기기를 연결해서 화면을 띄우고자 할 때 특히 유용할 것이다.
그리고 일부 기기의 제어를 위해 연결하는 RS232 포트, 외부 오디오 연결용 음성 출력 포트, 그리고 외부기기를 위한 전원 공급 전용(5V/1A) USB 포트 및 서비스 기사용 USB 포트가 1개씩 달려 있다.
그 외에 내부적으로는 와이파이 및 블루투스 기능도 품었다. 모바일 기기의 화면과 음성을 무선 미러링해서 큰 화면으로 띄우고자 할 때, 뷰소닉 X1-4K를 블루투스 스피커처럼 이용하고자 할 때 이용할 수 있으며, 블루투스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무선 연결해 조용히 콘텐츠를 감상하고자 할 때도 유용하다.
2.5미터 거리에서 100인치 화면 구현 가능
뷰소닉 X1-4K의 성능을 체험하기 위해 엑스박스 시리즈X를 본체에 연결하고 각종 콘텐츠를 구동해봤다. 일반적인 프로젝터는 100인치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 스크린과의 거리가 3미터 정도는 되어야 하지만 뷰소닉 X1-4K의 경우는 2.5미터 정도의 거리에서도 100인치 화면을 무리 없이 투사한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사양이다.
참고로 더 좁은 공간에서 화면을 투사하고자 한다면 시리즈 제품인 뷰소닉 X2-4K의 구매도 고려할 만하다. X2-4K는 X1-4K와 대부분의 사양이 유사하지만, 1.5미터 거리에서 100인치 화면을 투사 가능한 단초점 프로젝터라 공간 활용성이 더 높다.
고주사율에 익숙해진 게이머, ‘역체감’ 확실
뷰소닉 X1-4K에 연결된 엑스박스 시리즈X의 설정 메뉴에서 화면 해상도를 1440p로 맞추니 주사율이 120Hz로 자동 설정되는 것을 확인했다. 게임에 따라 4K/60Hz 모드가 더 적합한 경우도 있겠지만 화면 전환이 빠른 FPS나 레이싱, 액션 게임을 할 때는 1440p/120Hz의 만족도가 더 높다는 것이 게이머들 사이의 중론이다.
게임 모드 및 울트라패스트 인풋 모드를 활성화한 상태에서 엑스박스 시리즈X로 ‘포르자 호라이즌5’, ‘기어스5’,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의 게임을 플레이해봤다. 높은 주사율 덕분인지 물 흐르듯 부드럽게 움직이는 화면이 인상적이다. 특히 FPS/TPS 게임에서 시점을 빠르게 변경할 때 외곽에 위치한 오브젝트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1440p/120Hz 모드 상태에선 이런 우려를 상당부분 덜 수 있었다.
1440p/120Hz로 플레이 하다 4K/60Hz로 전환해 같은 게임을 플레이해보기도 했다. 느리게 움직이는 화면에선 좀 더 정교한 이미지를 볼 수 있는 점이 좋았지만, 화면 전환이 빨라지니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잔상이 심하게 느껴졌다.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디스플레이 기기가 60Hz까지만 지원하기 때문에 예전에는 아무 생각없이 쓰곤 했는데, 120Hz 이상의 고주사율에 익숙해지면 60Hz 모드로 돌아가긴 힘들 것 같다. 이른바 ‘역체감’이 확실하다.
다소 제한적인 자체 스마트 기능, OTT 박스로 보완
게이밍 프로젝터를 지향하는 제품이긴 하지만 그 외의 콘텐츠를 즐길 때도 만족도가 높다. 참고로 X1-4K는 자체적으로 앱을 구동할 수 있는 스마트 기능을 탑재하고 있지만 선호도가 높은 일부 앱(유튜브, 넷플릭스등)을 미지원하기 때문에 스마트 기능의 활용도가 다소 제한적이다.
대신 뷰소닉에서 X1-4K, X2-4K, BK660-4K 구매자에게 OTT 박스인 ‘호메스틱 동글 G’를 함께 증정하는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프로젝터에 달면 유튜브,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외에도 티빙, 왓차, 구글플레이를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만족도 높은 다이나믹 블랙 모드, 하만카돈 스피커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의 영상 콘텐츠를 이용할 때는 해상도는 4K, 화면 모드는 ‘TV’나 ‘영화’ 모드로 전환해 이용하는 것이 무난하다. 과장 없이 차분한 색감, 깊은 디테일을 느낄 수 있다. 화면 전반의 표현력을 향상시키는 HDR 기능도 지원하므로 이를 지원하는 콘텐츠가 있다면 이용해 볼만 하다.
X1-4K의 영상 관련 부가 기능 중 특히 활용도가 높은 건 ‘다이나믹 블랙’ 모드다. 이는 광원을 정밀하게 제어해 진한 블랙을 표현할 수 있는 기능인데, 화질 외에 전력 효율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각종 콘텐츠를 구동하면서 기대 이상으로 좋은 사운드를 들을 수 있었다. X1-4K에 탑재된 스피커는 유명 오디오 브랜드인 하만카돈의 기술이 적용된 6W x 2 구성의 스테레오 스피커다. 출력이 상당히 큰 편이고, 음량을 크게 높여도 찢어지는 느낌 없이 깔끔한 소리를 들려주므로 별도의 외부 오디오 연결 없이도 무난하게 이용할 수 있다.
본격 개화한 게이밍 프로젝터 시장, 다크호스 등장?
뷰소닉 X1-4K는 최근 프로젝터 시장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제품이다. 한때 프로젝터는 기업에서 주로 이용하는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고, 제품의 특성 역시 그러했다. 하지만 뷰소닉 X1-4K는 일반 소비자, 그 중에서도 게이머를 위해 최적화된 기능(1440p/120Hz, 4.2ms 등)을 제공하며, 게임 외의 다양한 4K 멀티미디어 콘텐츠에서도 높은 만족도를 기대할 수 있다. 내장된 스마트 기능이 다소 미흡한 것이 옥에 티인데, 사은품으로 증정하는 OTT 박스를 활용한다면 이를 보완 가능할 것 같다. 일반 프로젝터 대비 짧은 거리에서 큰 화면을 구현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MS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개발되고 엑스박스 공식 인증까지 받은 최초의 게이밍 프로젝터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구매 후기를 작성한 소비자에게 엑스박스 게임패스 3개월치를 증정하는 행사를 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2023년 8월 온라인 판매가 기준, 뷰소닉 X1-4K는 199만원에 팔리고 있다. LED 광원을 갖춘 4K급 프로젝터로서는 가격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