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의 정책을 소국이 따라야?" 확률조작 논란 픽셀히어로, 답변도 무성의
최근 픽셀 히어로의 확률 조작 논란으로 커뮤니티가 뜨겁게 불타고 있다. 픽셀 히어로는 6월 7일 유조이게임즈가 출시한 게임으로, 도트 그래픽의 영웅을 토대로 모험을 즐기는 방치형 턴제 RPG다.
이번 논란의 중심은 픽셀 히어로의 ‘희망 소환’ 뽑기다. 이 뽑기는 특정 영웅(유닛) 리스트 중 하나를 골라 획득할 수 있는 형태다. 게임을 많이 한 이용자라면 흔히 쓰이는 단어인 ‘선별 소환’을 상상하면 쉽다.
인 게임 내 ‘희망 소환’에서 선택한 영웅을 획득한 확률은 1.1%라고 명시되어 있고, 120번 뽑기를 진행한 이용자는 확정적으로 그 영웅을 얻을 수 있다.
얼핏 보기엔 확률이 좀 낮긴 해도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뽑기를 조금만 해서는 절대 선택 영웅을 먹을 수 없도록 ‘락(Lock, 특정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얻을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을 걸어두고, ‘1.1%’라는 확률에도 말장난을 쳤다면 어떨까.
8월 1일, 한 이용자가 ‘희망 소환’ 관련 의혹 글을 올렸다. 뽑기를 약 31번 돌렸을 때 (확정적으로 영웅을 얻을 수 있는 목표치가 120~99회가 남았을 때) 선택한 영웅이 나올 확률이 ‘0%’로 의심된다는 글이었다.
영웅이 너무 안 나온다는 푸념이라기엔 확실한 구간이 명시된 글에 하나 둘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의혹글을 올린 이용자는 100개의 계정으로 1460번 뽑기를 진행하면서 확률을 실험했으나, 초반에는 절대로 선택 영웅이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의혹이 이슈가 되자 한 운영자는 “영웅 확률은 1.1%가 맞습니다.”, “모험가님께서 말씀해 주신 범위(120~99회) 또한 확률은 1.1%로 동일합니다.”라고 의혹 게시물에 댓글을 달았다.
이에 이용자는 실험 진행 상황을 기록한 영상까지 다수 공개하며 의혹을 증명했다. 공개된 영상에서는 1.1%보다 확률이 낮은 ‘1성 장비(0.6%)’와 ‘6성 일반 영령(0.2%)’, ‘2만 다이아(0.1%)’도 나왔지만, 선택 영웅만큼은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증거 영상과 경험을 바탕으로 의혹이 사실이라 느낀 이용자들은 거세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듯 운영자는 8월 2일 ‘영웅 등장 이벤트 영웅 출현 확률 안내’ 공지글을 올리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공지를 올린 운영자는 ‘희망 소환’의 영웅 뽑기 확률은 천장(확정적으로 영웅을 뽑을 수 있는 수치)에 가까워질수록 증가하는 형태고, 이를 전체 확률로 계산해서 평균을 구했을 때 ‘1.1%’일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서 운영자는 확률 시스템을 세세하게 공지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며, 전 구간(1회~119회)의 영웅 뽑기 확률을 1.1%로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구간의 ‘락’에 관한 설명은 없었다.
공지에도 이용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전 의혹 글에 댓글을 남긴 운영자와의 확률 설명도 다르고, 초반에 선택 영웅이 나오지 않는 현상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없는 반쪽짜리 공지라는 의견이 커뮤니티를 지배했다. 심지어 보상안으로 선택 영웅을 바로 얻을 수 있도록 해주는 '아델의 조각' 아이템을 모두에게 제공하며 화를 돋웠다.
반응이 영 가라앉지 않자, 운영자는 ‘영웅 등장 이벤트에 대한 부가 설명 안내’라는 추가 공지글과 함께 후한 보상을 미끼로 이용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운영자는 “픽셀 히어로 운영팀은 초심을 잃지 않고 한국 서버를 이용하는 모든 모험가님들이 더 즐겁고 원활하게 게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모든 이용자에게 ‘빛과 어둠 영웅 선택권’, ‘종족 수정 5개’, ‘의상 조각 20개를’ 제공했다.
여기서 ‘빛과 어둠 영웅 선택권’은 게임 내 가장 희귀한 속성의 영웅을 마음대로 선택해서 얻을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이미 운영에 대한 신뢰를 잃은 이용자들과 뽑기를 적게 시도한 사람과 많이 시도한 사람의 차등 없는 보상 제공에 실망한 이용자들이 너도나도 게임 내 아이템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픽셀 히어로를 서비스하는 유조이게임즈는 2020년에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 강령(이하 강령)’를 미준수한 게임사다. 강령은 확률형 아이템 결과물에 대해 개별 확률을 공개하고, 확률 정보 표시 위치를 이용자와 식별이 용이한 인 게임 내에 안내하도록 하는 규제안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확률을 정확하고 세세하게 공지하지 않는 것은 사기나 다름없다.”, “다만 유조이게임즈가 중국 게임사인만큼 처벌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