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게 더 작게. 소규모 프로젝트 강화하는 게임사들
국내 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형 게임사들의 기조가 ‘작게 더 작게’를 외치는 분위기로 바뀌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시장의 흐름을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이전까지는 해외 대작 게임들과 경쟁할 수 있는 회사의 새로운 기둥을 만들기 위해 많은 개발인원이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에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대형 프로젝트보다는 소규모 인원으로 새로운 시도를 담아, 대형 게임사의 신작이라기 보다는 인디 게임에 가까운 신작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넥슨은 인디 게임 브랜드 민트로켓에서 ‘데이브 더 다이버’를 성공시킨데 이어, 서울을 배경으로 한 좀비 아포칼립스 서바이벌 장르 ‘낙원’과 탑뷰 시점의 팀 대전 액션 게임 ‘TB’ 등 다양한 신작을 예고한 상태이며, 크래프톤도 최근 심리전을 담은 전략 디펜스 장르로 관심을 모은 라이징윙스의 ‘디펜스 더비’, 서부시대 총잡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5민랩의 ‘킬 더 크로우즈’ 등 독립스튜디오 중심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신작들을 선보이는 중이다.
크래프톤은 신작 제안을 희망하는 구성원 누구나 팀을 꾸려 도전할 수 있는 ‘더 크리에이티브(The Creative)’ 제도를 신설하고, 신작 개발을 위한 창업을 목표로 하는 구성원에게도 게임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통해 초기 창업 비용을 지원하는 등 작지만 참신한 게임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물론 회사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대형 프로젝트도 같이 진행되고 있기는 하나, 대형 게임에 모든 전력을 집중하기보다는, 실패 리스크가 적은 소규모 프로젝트를 늘려 회사의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변화는 게임 하나가 실패했을 때 감수해야 할 충격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기대작 중 하나였던 ‘포스포큰’의 개발사 루미너스프로덕션은 게임 실패로 인해 결국 폐쇄됐으며, 올해 최악의 게임으로 꼽히고 있는 ‘반지의 제왕 골룸’의 개발스튜디오 역시 폐쇄됐다.
크래프톤의 주요 스튜디오인 스트라이킹디스턴스 스튜디오도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실적 부진으로 인해 최근 32명을 감원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엄청나게 늘어난 마케팅 비용 역시 인건비 이상의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은 경쟁이 치열한 모바일 게임에 주력하고 있다보니 마케팅 비용 부담이 예전보다 훨씬 커졌으며, 특히 국내 진출을 노리는 중국 게임사의 마케팅 물량 공세가 더해지다보니, 게임을 일반인에게 알리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반면에 스팀 출시를 목표로 하는 소규모 프로젝트들은 스팀 넥스트 페스트 등 인디 게임을 장려하는 스팀의 정책 덕분에 많은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아도 자주 노출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신작이 모바일 게임 시장만큼 많지 않아 입소문을 타면 순식간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스팀 얼리액세스 기간 동안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민트로켓의 ‘데이브 더 다이버’가 정식 출시 후 입소문을 타면서 순식간에 전 세계 판매량 100만장을 돌파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네오위즈를 통해 출시된 사우스포게임즈의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 역시 별다른 마케팅없이 입소문만으로 국내 인디 게임 최초로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하며 관심을 모았다. 100만 장이라는 판매량도 멋지지만, 전세계 인디 게임 시장에 네오위즈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는 것이 더욱 큰 성과다.
물론, ‘데이브 더 다이버’처럼 큰 성과를 거둔 프로젝트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잊혀진 게임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많은 인건비를 지출하고 있는 게임사 입장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은 도전에 계속 투자할 이유도 없다.
다만, 국내 게임 업계에 한 획을 그은 ‘프리스타일’ ‘서든어택’ 등의 게임들도 초반에는 소규모 개발팀에서 시작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런 시도 중에 하나가 또 다른 글로벌 IP를 탄생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