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 스포츠 FC는 혼성 얼티밋 팀에 위닝은...고민 깊어지는 축구 게임 팬
올여름 유럽 축구 이적 시장에서는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 선수가 나폴리를 떠나 독일 명문구단 FC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했고, 슛돌이 이강인 선수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구단 중 하나인 파리 생제르맹 FC(PSG)에 새 둥지를 텄다.
꿈의 무대인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하는 명문구단에 국가대표 선수들이 합류하면서 이번 유럽 축구에 관한 관심은 그 여느 때 못지않게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 열기는 자연스럽게 유럽 축구를 만날 수 있는 게임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피파 시리즈를 탈피하고 새로운 이름으로 돌아오는 'EA SPORTS FC 24(EA 스포츠 FC 24, 이하 FC 24)'나 여전히 많은 게이머에게 위닝일레븐으로 불리고 있는 코나미의 축구 게임 'eFootbal(e풋볼)' 시리즈가 그 주인공이다.
다만, 올해는 축구 게임 팬들을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 'FC 24'는 대표 콘텐츠인 얼티밋팀에 남녀 혼성팀을 만드는 현실감이 떨어지는 구성으로 팬들의 큰 반대를 사고 있고, 'e풋볼'은 라이선스나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 'FC 24'를 대체하기에 여전히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FC 24'는 이번 작품부터 대표 콘텐츠인 얼티밋 팀에 여성 축구 선수를 추가한다. 다만 문제는 여성 축구 선수를 활용한 전용 콘텐츠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얼티밋팀 콘텐츠에 여성 선수가 추가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카드 뽑기 방식으로 선수를 얻는 얼티밋 팀 특성상 이용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선수 카드를 뽑기가 더 힘들어졌다. 여성 카드가 추가되면서 원하는 카드를 뽑을 확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FC 24'의 여성 선수 카드 추가가 얼티밋 팀 카드팩을 더 팔기 위한 EA의 상술”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EA의 축구 게임 시리즈는 시리즈마다 발전을 거듭하면서 현실감 넘치는 축구 게임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게임을 더 현실감 있게 만들어주는 기술인 하이퍼 모션을 항상 홍보 이슈로 활용해 왔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에 여성 축구 선수들이 얼티밋 팀에 추가되면서, 적어도 얼티밋 팀 모드에서는 현실감이 대폭 떨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축구라는 스포츠는 특성상 가벼운 몸싸움부터 공중볼 다툼 등 남녀 선수의 신체적 차이가 분명하게 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여성 축구 최강자인 미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우리나라로 치면 중학생인 15세 이하 남성 유소년팀에 패배하는 등 신체적으로 쉽게 넘지 못하는 큰 벽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현실적인 요소와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성 선수들의 능력치가 남성 선수들과 같게 책정됐다. 여성 축구 리그의 수준을 남성 리그와 동일하게 둔 것이다.
게임 내에서 여자 축구 유명 선수인 첼시 FC 위밍의 샘 커가 현재 가장 인기가 많은 공격수 중 한 명인 PSG의 킬리안 음바페와 같은 평균 능력치 수치를 보여준다. 여성 레전드 선수들의 평균 능력치가 남성 레전드를 뛰어넘는 경우도 나온다.
기존처럼 별도로 모드로 진행하는 콘텐츠나 특별한 이벤트 매치라면 큰 상관이 없었겠지만, 게임의 핵심 모드인 얼티밋 팀 모드에서 현재와 같은 상황이 나온 것은 주는 의미가 남다르다. 물론 자신이 원하는 카드가 아니라면 안 쓰면 그만이겠지만, 게임의 특성상 여성 선수카드 여러모로 유리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아울러 개발진이 해당 이슈에 대해 얼티밋 팀 모드가 싫으면 다른 모드나 플레이하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현실감 넘치는 플레이는 뒤로하고 평등 등을 메시지로 삼아 이번 사태를 넘어가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이용자들이 계속해서 비난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코나미의 'e풋볼' 시리즈도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축구 게임 팬들의 고민을 더 깊게 만드는 요소다. 코나미의 축구 게임 '위닝일레븐' 시리즈는 왕년에는 EA의 축구 게임 시리즈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라이벌이었지만 현재 'e풋볼' 시리즈는 그 모습이 너무나 초라하다.
'e풋볼' 시리즈는 코나미가 콘솔 시장은 물론 모바일 게임 시장까지 공략하고자 한 타이틀로 지난 21년 9월 'e풋볼 2022'로 처음 출시됐다. 첫 출시 당시 EA의 축구 게임에 비해 부족한 라이선스는 물론 게임 자체가 모든 면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여줘 역대 최악의 축구 게임 중 하나가 됐다.
게임의 PC 버전은 미국의 비평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100점 만점에 고작 25점을 기록했고, 출시 첫날 스팀에서는 압도적 부정적(8%)을 달성하며 역대 최악의 스팀 게임 중 하나에 올랐을 정도다.
'e풋볼' 시리즈는 시즌제를 선언한 게임이기에 22년 8월 2.0 버전인 'e풋볼 2023'으로 업데이트가 됐으나 이미 완전히 기운 축구 게임 시장에서 반전을 만들어 내기는 부족했다. 그나마 개발진이 계속된 업데이트와 패치를 진행해가며 평가를 끌어올렸으나 23년 8월 기준으로 여전히 스팀 평가가 대체로 부정적(35%)에 그친다.
코나미는 올해 8월 중순에서 9월 사이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해 3.0 버전인 'e풋볼 2024'를 선보일 예정이다. 다양한 업데이트가 준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앞선 'e풋볼 2023' 사례처럼 시장의 분위기를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축구 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들이 고민이 깊어지고 가운데 다가오는 9월 팬들의 선택이 어떤 게임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