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매출은 구글, 애플에서만? 이제 스팀 순위 주목해야
현재 어떤 게임사가 잘 나가고 있는지를 대략적으로 파악하려면 구글, 애플스토어 순위를 보면 됐지만, 앞으로는 밸브의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 순위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국내 게임사들이 대부분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보니, 구글, 애플스토어 순위만 봐도 대략적인 매출을 가늠할 수 있었지만, 국내 게임사들도 새로운 매출원 확보를 위해 PC 게임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PC 게임 시장은 구글과 애플로 분산되어 있는 모바일 게임 시장과 달리 스팀이 전 세계 사용자 1억 명 이상, 일일 최대 동시접속자 수가 3000만 명에 가까울 정도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EA, 유비소프트, MS, 블리자드 등 자체 스토어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 게임사들이 많지만, 스팀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무시할 수 없어 자사 대표 게임들을 스팀에도 같이 출시하고 있을 정도다.
그나마 언리얼 엔진으로 유명한 에픽게임즈가 ‘포트나이트’를 앞세워 스팀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기는 하나, 정기적으로 유명 게임들을 무료로 배포하는 강도 높은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약한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전까지 해외 대형 게임사들의 놀이터였던 스팀을 주목하게 된 것은 스팀에서 한국 게임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을 필두로, 넥슨, 네오위즈, 카카오게임즈 등 다수의 게임사들이 스팀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스팀 동시접속자 랭킹에서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PUBG 배틀그라운드’를 논외로 하더라도, 국내 인디 게임 최초로 100만장을 돌파한 네오위즈의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와 인기 리듬 액션 게임 ‘디제이맥스 리스펙트V’, 단기간에 100만을 돌파하고 해외 게임전문지에서도 극찬이 쏟아지고 있는 넥슨 민트로켓의 ‘데이브 더 다이버’, 최근 얼리액세스를 끝내고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동시접속자 2만 명 이상을 기록해 주목받고 있는 카카오게임즈의 ‘이터널 리턴’ 등 인상적인 성과를 내는 게임들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크래프톤의 경우 여전이 주력 매출원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긴 하지만 ‘PUBG 배틀그라운드’도 무료화 전환 이후 이용자가 4500만 명 이상으로 대폭 증가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PUBG 배틀그라운드’는 크래프톤의 전체 매출에서도 약 30% 를 차지하고 있다.
스팀은 주로 판매 초반에만 매출이 나오는 싱글 패키지 게임 위주라는 인식이 강한 편이지만, 최근에는 부분유료화 게임 비중도 높아졌으며, 시즌패스 등 추가 판매를 통해 장기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스팀에서 한국 이용자들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스팀 운영 초반에는 한국어를 지원하는 게임을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현재는 한국어를 지원하는 게임이 3만개를 넘어설 정도로 한국 이용자를 신경쓰는 게임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 시장에서 PC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26.8%로, 2021년 대비 15% 성장률을 보였으며, 게임 이용자의 플랫폼별 이용률에서도 54.2%를 기록하면서, 84.2%를 기록한 모바일 게임을 뒤쫓고 있다.
이는 PC온라인 게임과 합쳐진 데이터이기 때문에 스팀 이용자와 바로 연결되는 수치는 아니지만, PC로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이미 스팀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거나, 언제든 스팀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자체적인 데이터를 통해 사용자 수를 계산했을 때 한국은 전 세계 스팀 이용 국가 중 9~10위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고 하며, 스팀에 출시한 게임이 한국어를 지원했을 경우, 게임 판매량이 기존 대비 약 140% 늘어난다는 흥미로운 데이터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스팀의 영향력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기 때문에, 스팀에서 성과를 내면 게임사의 전체 매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데이브 더 다이브’가 국내 시장에만 출시됐다면 몇 만장 판매에 그쳤겠지만, 스팀을 통해 전 세계를 공략한 덕분에 1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참고로 누적 판매량 1억 6000만 장을 넘기며 전 세계를 평정한 락스타게임즈의 GTA5가 국내에서는 10만장 돌파로 주목을 받았다.
또한, 네오위즈의 ‘P의 거짓’,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 ‘워헤이븐’, ‘더 파이널스’ 등 각 게임사들이 총력을 기울인 야심작들이 줄줄이 스팀 출격을 앞두고 있는 만큼, 스팀에서 전 세계 유명 게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산 게임의 모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