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TV 넘어 빔프로젝터도 ‘게이밍’ 시대, 엑스박스 인증 제품도 출시
게임은 기본적으로 경쟁을 기반으로 즐기는 유희의 일종이다. 남들보다 더 빠르게, 그리고 더 정확하게 움직이면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이른바 ‘게이밍 기어’라고 불리는 게임 특화 제품의 기본적인 콘셉트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게이밍 기어를 표방하는 제품은 하나같이 빠른 반응속도와 정확한 입출력 성능을 강조한다. 여기에 화려한 디자인까지 갖추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당초 게이밍 기어 시장은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과 같은 소형 주변기기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모니터, TV 등의 디스플레이 기기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최신 PC 및 게임 콘솔의 성능을 온전하게 이끌어낼 수 있는 고성능 디스플레이를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탓이다.
빔프로젝터로 즐기는 게임, 모니터나 TV와는 다른 매력
그리고 최근에는 모니터나 TV를 넘어, 디스플레이의 ‘끝판왕’으로 통하는 빔프로젝터로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이용자도 늘어나고 있다. 한때 빔프로젝터는 가정 보다는 기업이나 매장에서 주로 이용했으며, 설치나 관리가 번거로워 일부 전문가의 기기라는 인상이 강했다.
하지만 압도적인 대화면을 통해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잠재수요는 적지 않았다. 또한 최근 출시되는 신형 빔프로젝터 중에는 기존 제품에 비해 스크린과의 거리가 짧아도 100인치 이상의 대화면을 구현할 수 있는 단초점 빔프로젝터, 세미 단초점 빔프로젝터가 많아져 설치도 수월해졌다.
TV 역시 대화면 제품이 늘어나고 있지만, 85인치급 이상을 넘어서면 차지하는 공간이 만만치 않은데다 엘리베이터로 옮기기도 힘들어 차라리 빔프로젝터를 선택하는 것이 편할 수도 있다.
특히 엑스박스,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와 같은 게임 콘솔을 이용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경우, 키보드나 마우스가 아닌 게임 패드로 조작을 하게 된다. 책상 앞 의자 보다는 거실의 소파에서 편안히 앉아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니터 보다는 빔프로젝터와 같은 대화면 기기의 만족도가 훨씬 높다.
이와 더불어 소비전력이 낮고 수명이 반영구적이며, 기동 속도가 빠른 LED 광원 기반의 빔프로젝터가 늘어나면서 관리 편의성도 좋아졌다. 일반 램프 기반의 기존 빔프로젝터처럼 켜고 끄는데 오래 기다려야 하고, 주기적으로 비용을 들여 램프를 교체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이밍 디스플레이로 이용하기에 빔프로젝터는 약점이 분명히 있었다. 최근 출시되는 게이밍 모니터의 경우, 일반적인 60Hz 보다 월등히 높은 120Hz 이상의 높은 주사율(1초당 전환되는 이미지 수)을 지원한다. 화면 전환이 빠른 게임에서도 잔상이나 느려짐 없이 부드럽고 빠릿하게 움직이는 화면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대다수의 빔프로젝터는 60Hz까지만 지원한다.
또한 기존의 빔프로젝터 중 상당수가 기업용, 업무용 환경에서 이용할 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된 탓에 화면의 특성이 게임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밝기가 지나치게 높거나 명암비가 미흡해 오브젝트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거나 일부 색상이 왜곡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빔프로젝터 제조사들이 게임 환경에 특화된 ‘게이밍 빔프로젝터’를 본격적으로 출시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들 게이밍 빔프로젝터는 높은 주사율과 낮은 인풋렉(입력 지연), 그리고 높은 명암비 등을 바탕으로 게임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는 점을 강조한다.
다만 아직 게이밍 빔프로젝터 시장이 아직 성숙되지 않은 탓인지 다소 아쉬움도 있다. 최근 게이머들의 선호도가 높은 1440p(WQHD) 해상도에서 고주사율을 지원하지 않거나, 게임 콘솔이나 게이밍 PC를 연결했을 때 최적화된 설정을 맞추기 어려운 제품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100인치 이상의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 스크린으로부터 3~4m 이상의 긴 초점 거리를 요구하는 등, 공간이 한정된 가정에서 이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제품도 있었다.
한층 성숙된 게이밍 빔프로젝터 속속 등장, 엑스박스 인증 제품에 눈길
하지만 제조사들의 노하우가 쌓이면서 이런 단점을 극복한 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 7월 뷰소닉(ViewSonic)에서 선보인 게이밍 빔프로젝터 3종(X1-4K, X2-4K, BK660-4K)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제품은 1080p(FHD) 해상도에서 240Hz 주사율, 1440p 해상도에서 120Hz를 표시할 수 있으며, 4.2ms(1ms는 1/1000초)의 우수한 인풋렉을 구현했다.
위와 같은 공통점과 더불어, 다양한 소비자층을 공략하기 위한 모델 별 차이점도 뒀다. X1-4K는 다양한 가정에서 무난히 이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강조한 모델이며, X2-4K는 100인치 화면을 1.51m 거리에서 구현할 수 있는 단초점 투사 기능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X1-4K와 X2-4K는 수명이 반영구적이고 구동/종료 속도가 빠른 LED 광원을 탑재해 가정용 TV와 같은 감각으로 빔프로젝터를 이용하고자 하는 소비자를 노렸다. 반면, BK660-4K는 최대 4,600 안시루멘의 고광량 램프를 탑재해 300인치 이상의 초대형 화면이 필요한 넓은 공간, 혹은 주변의 빛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려운 밝은 낮 시간에서 제품을 활용하고자 하는 소비자층에게 적합하다.
특히 이들 3종은 게임 콘솔 업계의 큰 손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되었으며, 엑스박스 인증을 획득한 세계 최초의 게이밍 빔프로젝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덕분에 엑스박스 시리즈 X/S와 연결하면 자동으로 게임 모드가 자동 설정되는데, 이 상태에선 게임 개발자가 의도한 최적의 해상도 및 주사율, 색상 등을 손쉽게 체험할 수 있다. 물론 엑스박스 외에 플레이스테이션이나 PC, 셋톱박스 등의 다른 기기를 연결해도 이용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엑스박스와 함께 이용하면 좀 더 편하게 게이밍 환경을 최적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엑스박스 인증 게이밍 빔프로젝터 3종을 국내에 선보인 김성진 뷰소닉 인터내셔널 코리아 운영총괄 본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기업 및 공공시장 중심으로 빔프로젝터가 판매되었지만 최근 가정용 제품의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이번에 선보인 엑스박스 인증 빔프로젝터 3종을 시작으로 모니터나 TV에서는 맛볼 수 없는 빔프로젝터만의 매력을 게이머들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