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6색만 썼다고? 'BIC 2023'에서 느꼈던 레트로 PC 게임의 감성
지난 25일, 국내 최대 인디 게임 축제인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 2023(이하 BIC 2023)의 오프라인 전시가 막을 올렸다.
올해 BIC 2023은 역대 최대 규모로 부산 벡스코 1전시장을 가득 메웠으며, 총 203개의 글로벌 인디 게임들이 전시됐다. 인디를 강조한 게임 축제인 만큼 BIC 2023에서는 평소에 거의 볼 수 없었던 특이한 게임들도 모습을 드러냈는데, 특히 80~90년대 레트로 PC 게임의 그래픽 감성을 가진 게임들이 눈길을 끌었다.
8비트 에뮬 게임같은 감성 '에무-롬'
주변 환경을 탐험하는 게임 에무-롬은 핀란드 게임사 '보브웨어'에서 개발한 게임이다. 과거 8비트 컴퓨터인 MSX나 패미콤 수준의 색상만 활용해서 개발한 이 게임은 도트로 구성된 그래픽과 함께 구현된 레트로 게임성으로 많은 관람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에무-롬'은 무기도 레벨업도 없이 여러가지 정보를 탐색해서 주변 환경을 변화시키고 여러 세상의 생물들과 친구가 되는 것이 목적인 게임이다. 쫄깃거리는 도트 캐릭터의 움직임과 감성적인 BGM으로 레트로 게임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게임 중 하나였다.
'EGA가 PC 게임의 근본이죠', 타임 투 라이브를 선보인 WTFMAN
모노 허큘리스 모니터에서 VGA(총 천연색 640X480 해상도)로 넘어가기 전 시절, 국내 PC 게임은 EGA(Enhanced Graphic Adaptor) 그래픽 카드의 단계를 거쳤었다. 640X200 정도의 해상도를 가진 EGA 모드는 총 16색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번 BIC 2023 '타임 투 라이브' 부스에서는 이러한 EGA 그래픽의 게임을 찾아볼 수 있었다.
개발자인 WTFMAN은 지난해에도 BIC 2022에 출전해 '보이스'라는 PC 패키지를 출시한 적 있는 개발자로, 올해는 EGA 그래픽에 그 시절의 게임성을 가진 스토리 시뮬레이션 게임 '타임 투라이브'를 선보였다. 이 게임은 올해 말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개발자인 WTFMAN은 내년 BIC 2024에서 PC 패키지 출시를 기대한다는 말을 전했다.
그시절 허큘리스 그래픽을 재현, '월면기지 람다'
과거 80년대 PC 그래픽을 '일부러' 구현한 게임도 BIC 2023에서 찾을 수 있었다. 천둥여우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월면기지 람다'는 1인칭 어드벤처 게임으로, 80년대 허큘리스의 감성을 그대로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냉동수면 상태에서 깨어난 주인공이 혼란 속에서도 생존을 위해 기지를 탐색하는 스토리를 가진 이 게임은 단색이어서 더 몰입적이고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내어 관람객들에게 충격을 줬다.
참신한 형태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 '모노 웨이브'
검은색 바탕에 톡톡 튀는 단색의 그래픽. 흡사 낙서해놓은 듯한 캐릭터들이 음악에 맞춰 동작을 취하는 이 게임은 보자마자 '그래 이런 게 인디 게임이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특한 그래픽 풍을 보여줬다.
서강대 학생들이 모여 개발한 이 게임은 기쁨, 슬픔, 분노, 두려움 등 총 4개의 감정을 활용해 다양한 장애물을 해결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으로, 과거 MSX 게임 '우사'를 떠올리는 컨셉을 가지고 있다.
서강대 학생들은 이 게임에 대해 '다양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살리기 위해 이러한 그래픽 풍을 가지게 됐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