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드 하나 바꿨을 뿐인데. 게임 전성기로 이끈 ‘신의 한수’
넵튠의 자회사 님블뉴런이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와 공동 서비스 중인 PC 온라인 생존 배틀 아레나 게임 ‘이터널 리턴’의 최근 기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2020년 10월 처음 얼리액세스 서비스를 시작한 이 게임은, 초반 폭발적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2년 9개월동안 방황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지난 7월 정식 서비스로 전환한 이후 스팀 동시접속자 400% 상승이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하면서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대규모 업데이트나 이벤트 등으로 이용자가 급상승하는 경우는 이전에도 많이 있었으나, ‘이터널 리턴’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7월 20일 스팀 국내 인기 순위 1위에 올랐고, 한 달 이상 지난 시점인 9월 1일 기준으로도 1위를 유지할 정도로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만 부분이다.
스팀 플랫폼 데이터 통계 사이트인 ‘스팀DB(steamDB)’에 따르면, ‘이터널 리턴’은 정식 서비스 시작 당일에 스팀 동시 접속자 2만 명을 돌파하며 개발사가 정식 출시 전 밝힌 초기 목표를 달성했으며, PC방 통계 사이트인 ‘게임트릭스’, ‘더로그’에서도 이전 대비 높은 순위 상승을 보이면서 장기 흥행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지난 2021년에도 MS와의 제휴를 통해 윈도우 스토어 입점하고, 게임패스에도 들어가는 등 많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이터널 리턴’이 이번에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인 이유은 정식 서비스 전환과 함께 선보인 ‘스쿼드 모드’가 ‘신의 한수’가 됐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솔로’, ‘듀얼’ 모드 중심이다보니, 장르에 대한 사전 지식이 부족한 초보자들이 아무것도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이 게임의 가장 큰 진입 장벽이었다. 하지만, ‘스쿼드 모드’를 기본으로 채택하면서 팀플레이를 통해 초보자들이 자연스럽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게 됐으며,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캐릭터 조합을 찾는 전략적인 재미가 늘어났다는 평가다.
또한, 최대 참여 인원을 18명에서 24명으로 늘리고, 지역 크기도 15% 키우면서 초반 성장의 시간을 더 제공하고, 진행상황에 맞는 조언을 해주는 ‘오퍼레이터 나쟈’, 전면 개편된 ‘튜토리얼 시스템’, 음식 제작 과정을 간소환 ‘모닥불 시스템’ 등 이용자 편의를 강화한 것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단지 모드 하나 달라진 것만으로 이런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전에도 모드 변화로 단숨에 글로벌 대세 게임으로 등극한 게임이 있다. 배틀로얄 장르를 대표하는 게임인 ‘포트나이트’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12년 처음 등장한 ‘포트나이트’는 원래 낮에는 요새를 만들 재료를 모으고, 밤이 되면 요새를 건설해서 몰려오는 좀비들을 막아내는 일종의 디펜스 게임 형태의 샌드 박스 PVE 게임이었다. 나름 독특한 소재가 인상적이긴 했으나,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PUBG 배틀그라운드’가 몰고온 배틀로얄 열풍에 합류하기 위해 추가한 배틀로얄 모드 덕분에 글로벌 대세 게임으로 거듭났다. 아시아권에서는 ‘PUBG 배틀그라운드’가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했지만, 서구권에서는 ‘포트나이트’가 ‘PUBG 배틀그라운드’를 제치는 모습을 보일 정도였다.
에픽게임즈는 이후 ‘포트나이트’의 시작이었던 ‘세이브 더 월드’ 모드 대신 ‘배틀로얄’ 모드를 중심으로 게임을 완전히 개편했으며, 이후 게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핵심 시스템인 ‘건설’을 제외한 ‘빌드 제로’ 모드까지 선보일 정도로 완전한 ‘배틀로얄’ 게임으로 자리잡았다.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빠르게 반영한 과감한 선택이 만든 결과다.
국내 FPS 장르를 대표하는 장수 게임 ‘서든어택’ 역시 모드 추가를 통해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한 덕분에 서비스 18주년을 맞이한 지금도 대세 게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초창기만 하더라도 당시 FPS 게임의 기본이었던 ‘데스 매치’와 ‘폭파 미션’ 위주로 운영되던 게임이었지만, 이후 좀비 모드, 공룡 모드, 마치 핵을 써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갓 모드, ‘배틀로얄’의 재미를 담은 생존 모드 등 다양한 모드를 시기 적절하게 추가하면서 여전히 대세 게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포트나이트’나 ‘서든어택’의 사례와 달리 ‘이터널 리턴’은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앞으로도 계속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긴 하다. 2년 9개월 동안의 고생 끝에 드디어 기회를 잡은 ‘이터널 리턴’이 그토록 바라던 글로벌 흥행 게임으로 완전히 자리잡을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