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다’, ‘발더스’, 여기에 국산게임까지. 흥미진진해진 올해 GOTY 경쟁
올해 초만 하더라도 거의 굳혀졌다는 생각이 들게 했던 최다 GOTY(올해의 게임) 경쟁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 더 티어스 오브 킹덤’이 전작에서 더욱 업그레이드된 모험과 이용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상천외한 제작물들로 화제가 되면서, 한발 앞서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뒤이어 등장한 라리안 스튜디오의 ‘발더스게이트3’에 기대 이상의 호평이 쏟아지면서, 결과를 알 수 없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력한 수상 후보로 꼽혔던 베데스다의 ‘스타필드’가 나쁘지는 않지만 기대보다는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등 예상과 다른 결과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게임은 나와봐야 안다는 말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만들고 있다.
현시점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게임은 단연 ‘젤다의 전설 더 티어스 오브 킹덤’이다. 전작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그래픽 때문에 확장팩 같다는 평가도 일부 있었지만, 물체의 이동을 역재생할 수 있는 '리버레코', 장비에 물체를 붙일 수 있는 '스크래빌드', 물체끼리 붙이거나 떼어낼 수 있는 '울트라 핸드' 등을 통해 걸어다니는 이족 보행 로봇, 몬스터를 가두고 화형시킬 수 있는 이동형 감옥 등 기상천외한 발명품을 만들어내는 플레이가 완전히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는 평가다.
지난 2017년에 등장한 전작이 진정한 모험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GOTY를 석권한 것처럼, 이번 작품 역시 이후 등장할 많은 게임에 새로운 영감을 주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압도적인 점수를 받을만한 자격이 있다.
여기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라리안 스튜디오가 23년 만에 되살린 전설의 게임 ‘발더스게이트3’다.
이전에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 시리즈로 고전RPG의 감성을 완벽하게 구현하면서 개발력을 인정받은 라리안 스튜디오는 D&D 5판을 기준으로 한 수준 높은 턴제 전투, 174시간에 달하는 시네마틱 영상,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게임 전개 등 ‘발더스게이트’ 시리즈 팬들이 열광할만한 요소들로 가득한 결과물로, 비평가와 일반 이용자들에게 모두 열광하게 만들고 있다.
D&D 기반의 게임들은 D&D 룰을 이해하지 못한 초보자들에게 어려운 게임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으나, D&D룰을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난도를 조절해 대중적인 인기까지 얻은 것 덕분에 더욱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젤다의 전설 더 티어스 오브 킹덤’처럼 기술적인 진화를 보여줬다고는 볼 수 없으나, 서구권은 전통적으로 D&D 게임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GOTY를 선정하는 전문가들이 ‘발더스게이트’ 시리즈에 대한 강렬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현재 미국의 비평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는 ‘젤다의 전설 더 티어스 오브 킹덤’과 ‘발더스게이트3’가 96점으로 동점을 기록 중이다.
베데스다의 야심작 ‘스타필드’는 우주 게임의 끝판왕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평이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스팀에서는 판매 1위에 올랐고, 매우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는 하나, 먼저 공개된 몇몇 리뷰에서 여러 가지 단점을 지적받으면서 80대의 점수를 기록 중이다.
향후 더 많은 리뷰가 나오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긴 하나, 로딩으로 대체된 우주 여행, 각종 버그 등 단점에 대한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어, ‘젤다의 전설 더 티어스 오브 킹덤’, 그리고 ‘발더스게이트3’와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게임은 아니라는 반응을 얻고 있다.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처럼 이용자들이 제작한 모드로 더욱 업그레이드된 게임성을 선보일 가능성은 있으나, 그 전에 올해 GOTY 경쟁은 끝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분위기로는 ‘젤다의 전설 더 티어스 오브 킹덤’과 ‘발더스게이트3’의 맞대결 분위기이지만, 변수가 될만한 게임이 하나 더 있긴 하다. 올해 PS5 최고 기대작인 ‘마블 스파이더맨2’이다.
전통적으로 히어로 게임들은 GOTY 경쟁에서 다소 밀리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나, 전작인 ‘마블 스파이더맨’에서 거미줄을 타고 도시를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한 인섬니악게임즈가 PS5의 성능을 완벽하게 활용한 새로운 스파이더맨의 모습을 선보인다면 강력한 다크호스가 될 수도 있다. 지난해 마블과 소니가 손잡고 선보인 홈커밍 트릴로지의 최종장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이 역대 스파이더맨을 모두 등장시키는 깜짝 연출로 마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제칠 정도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는 것도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요소다.
이 외에 격투 게임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스트리트파이터6’, 공포 게임의 진화를 보여준 ‘바이오하자드RE:4’ 등은 최다 GOTY 수상 가능성은 낮아도, 1등 경쟁에 강력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국내 팬들에게는 국산 게임의 GOTY 수상 여부 역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한국 게임사들은 지난 2018년 배틀그라운드가 스팀 이용자가 뽑은 ‘GOTY’에 뽑힌 것이 처음일 정도로 GOTY와 인연이 없지만, 올해는 꽤 가능성 있는 게임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넥슨이 선보인 ‘데이브 더 다이브’는 메타크리틱에서 90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유지 중이며, 해외 유명 매체인 IGN에서 “이 게임의 유일한 단점은 ‘젤다의 전설 : 더 티어스 오브 킹덤’, ‘파이널 판타지16’, ‘디아블로4’ 같은 쟁쟁한 게임들과 같은 년도에 출시돼, GOTY에 오르기 힘들다는 것”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최다 GOTY 수상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몇 개 정도는 기대해볼만한 상황이다.
네오위즈가 오는 19일 출시 예정인 ‘P의 거짓’ 역시 GOTY 몇 개 정도는 기대해볼만 하다. 막연히 국산 게임이라서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2022년 게임스컴 3관왕, 2023년 스팀 게임 넥스트에서 ‘인기 출시 예정 제품’과 ‘가장 많이 찜한 출시 예정 게임’에서 각각 1위에, ‘일일 활성 체험판 플레이어 수’ 2위에 오르는 해외에서도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소울라이크 장르에서는 프롬소프트웨어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소울라이크 장르를 대표하는 흥행작 ‘블러드본’을 연상시키는 게임 플레이와 피노키오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매력적인 스토리가 힘을 내준다면 전 세계 소울라이크 팬의 지지를 받을 수도 있다.
지난해 최다 GOTY 경쟁은 '엘든링'의 압도적인 승리로 싱겁게 끝났지만, 올해 최다 GOTY 경쟁은 여러모로 역대급 재미를 느낄 수 있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