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P게임즈 힐마 베이가르 페투르손 대표 "블록체인이 비즈니스 모델 혁신 불러올 것"

'이브 온라인'으로 잘 알려진 CCP게임즈 힐마 베이가르 페투르손 대표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9월 5일과 6일 양일간 서울 신라호텔에서 진행된 블록체인 행사 '코리아블록체인위크2023(이하 KBW 2023)' 메인 콘퍼런스 '임팩트(IMPACT)' 패널 참가를 위해 한국을 찾았고, 현장에서 블록체인에 대한 깊이 있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임팩트(IMPACT)' 현장에서 힐마 대표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그와 대담을 통해 힐마 대표가 이번 KBW에서 이야기한 블록체인에 대한 전문적인 시각과 전망, 그리고 현재 준비 중인 블록체인 게임 프로젝트에 대한 힌트, 마지막으로 큰 축제를 앞둔 '이브 온라인'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CCP게임즈 힐마 베이가르 페투르손 대표
CCP게임즈 힐마 베이가르 페투르손 대표

"저는 블록체인이 게임 비즈니스 모델에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고 봅니다. 게임에 엄청나게 기여를 하는 플레이들이 상당함에도 기존에는 이들을 비즈니스 모델 안으로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블록체인을 통해 이런 이용자들을 더 포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봅니다."

힐마 대표는 블록체인이 수익화의 혁신보다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 내다봤다. 현재 시장에서는 많은 게이머와 이용자들이 게임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 당장 CCP의 대표 게임인 '이브 온라인'만 봐도 별도의 서드파티 웹사이트를 운영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게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어떠한 비즈니스 모델로 게임사와 엮이지는 않는다.

힐마 대표는 블록체인을 가미한 게임들을 만들면, 이렇게 게임에 기여를 하는 이용자들을 비즈니스 모델 안으로 끌어올 수 있다고 봤다. 블록체인을 도입하지 않았지만, 이용자와 수익을 나누는 '포트나이트'의 크리에이터 프로그램, '로블록스'에 게임을 만들어서 제공하는 형태, '마인크래프트'의 프라이빗 서버 등이 비슷한 방향성을 가진 모습이라 설명했다.

아울러 블록체인을 가미해 단순히 수익을 나누기만 하려는 것이 아니다. 더 확장된 생태계를 꿈꾼다. 힐마 대표는 MMO를 하나의 작은 국가 빗대어 설명을 이었다.

CCP게임즈 힐마 베이가르 페투르손 대표
CCP게임즈 힐마 베이가르 페투르손 대표

예를 들어 아이슬란드라는 나라는 작은 나라이지만, 자국 통화를 이용해서 국민과 민간 부문, 기업 부문은 물론 국가 간의 이해관계까지 일치시켜 나가고 있다. 여러 이해관계의 일치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자국 통화가 굉장히 좋은 수단이 된다.

그리고 이처럼 자국 통화가 자국을 넘어 국제무대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슬란드가 대외 교역이 적은 폐쇄형 경제에서 개방형 경제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여러 국가와 교역이 많아지면서 아이슬란드의 통화가 국제무대에서 가치를 가졌다는 것이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MMO 게임들은 자신만의 화폐를 가지고 있고, 이는 하나의 폐쇄형 경제다. 블록체인을 통해 생태계가 더 확장되면 자기 게임을 넘어선 영역에서도 가치를 가칠 수 있는 통화가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힐마 대표는 이를 위해 블록체인 환경을 강력하게 구축해서 선보이고, 이것이 게임 비즈니스의 혁신을 이끌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이브 온라인'이 아닌 별도의 신규 프로젝트에 준비하고 있습니다. 암호명 '어웨이크닝'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어떤 특정한 게임을 만든다는 차원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생태계 자체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CCP게임즈는 현재 서비스 중인 '이브 온라인'에 블록체인을 더할 계획은 아니다. '이브 온라인'은 이미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비스를 이어왔고, 20년간 운영돼 오던 모델을 급진적으로 바꾸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브 온라인'을 통해 거둔 수익은 '이브 온라인'에 다시 재투자되어야 하는 철학도 있었다.

이에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별도의 자금 유치가 필요했고, CCP게임즈는 암호명 '어웨이크닝'으로 부르는 게임 개발을 위해 4천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CCP게임즈가 '이브 온라인'을 개발 및 서비스하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다양한 개선 요소들을 새 게임에서 자유롭게 펼칠 예정이다.

a16z의 앤드리슨 호로비츠 주로도 이뤄진 CCP게임즈에 대한 투자
a16z의 앤드리슨 호로비츠 주로도 이뤄진 CCP게임즈에 대한 투자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2015년부터 관심을 두고 지켜봐 왔던 힐마 대표는 자산의 가치를 체인에 저장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이후 게임 아이템의 가치도 온체인에 저장할 수 있는 기술들이 나왔고, CCP게임즈가 신작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가능성을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드디어 생겼다며 큰 기쁨을 표현하기도 했다.

인터뷰 막바지에는 다가오는 '이브 온라인'의 팬 페스트와 한국의 게이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등을 들을 수 있었다.

"이번 팬 페스트에서는 이용자들의 이름이 담긴 2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비, 새로운 확장팩 등이 공개되고, '이브 온라인'의 향후 10년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올 것입니다. 중대한 발표가 몇 가지 더 있지만, 팬 페스트를 기대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한국의 게이머들은 정말 멋진 게이머들이며, 저희가 준비 중인 게임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지금 당장 '이브 온라인'을 즐겨보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이후 등장할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가장 좋은 준비는 '이브 온라인'을 플레이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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