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뜨거운 ‘유니티’ 사태, 게임 삭제부터 보이콧, 이제는 광고수익 중단까지?
여전히 ‘유니티’의 새로운 요금 정책 이슈가 뜨겁다. 게임사들은 게임 삭제와 보이콧, 광고 수익 중단까지 해가며 새로운 요금제에 대한 반발에 나섰다.
지난 12일 유니티는 자사의 블로그를 통해 새로운 요금제인 ‘유니티 런타임 요금’을 공개했다. ‘유니티’라는 엔진은 ‘유니티 에디터’와 ‘유니티 런타임’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중 ‘유니티 런타임’은 이용자의 기기에서 실행되는 프로그램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중 ‘유니티 런타임’에 비용을 부과하겠다는 뜻이니, 결론부터 쉽게 말하자면, 이용자가 게임을 다운로드할 때마다 비용을 부과하겠다는 것이 이번 요금제의 핵심이다.
이 ‘유니티 런타임 요금’은 기본적으로 나가는 엔진 구독료와는 별개로 취급되고, 소규모 개발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유니티 플러스/ 퍼스널’ 플랜 이용자의 경우 20만 달러(한화 약 2억 6천만 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면 다운로드 1회당 0.2 달러(한화 약 270원)의 금액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사용하는 ‘유니티 프로 / 엔터프라이즈’ 플랜의 경우에도 연매출 100만 달러(한화 약 13억 원), 다운로드 100만 회를 초과하면 추가 다운로드 한 건당 ‘유니티 프로’는 최대 0.15 달러(한화 약 200원), ‘유니티 엔터프라이즈’의 경우 최대 0.125 달러(한화 약 170원)를 내야 한다.
당연히 게임사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특히, 높은 접근성을 바탕으로 다수의 이용자에게 다운로드를 유도하고, 인 앱 광고로 수익을 얻는 경우가 많은 ‘하이퍼 캐주얼’ 장르 게임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유니티 런타임 요금’의 모호한 기준도 문제가 됐는데, 다운로드 수로 집계가 되는 ‘게임 최초 설치 데이터’를 제대로 수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유니티 측에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설치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배포되는 횟수를 정확하게 이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단순 개발 엔진인 ‘유니티’가 얼마나 정확하게 다운로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실제로 무책임한 유니티 요금 정책에 분노한 유명 로그라이크 액션 게임 ‘컬트 오브 더 램’의 경우 공식 트위터(X)에 “지금 ‘컬트 오브 더 램’을 구매하세요, (‘유니티 런타임 요금’ 정책 시행일인) 1월 1일에 삭제합니다”라고 게임 삭제 예고글까지 남겼다.
이 기세를 몰아 ‘슬레이 더 스파이어’의 개발사인 ‘메가크릿 게임즈’, ‘러스트’ 개발사인 ‘페이스펀치 스튜디오’도 유니티 ‘보이콧’을 선언했다.
메카크릿 게임즈는 “우리는 유니티로 2년 이상 신작을 개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신작 개발에 쏟아부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엔진으로 마이그레이션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공개 성명을 발표한 적이 없는데, 유니티가 그걸 해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페이스펀치 스튜디오의 대표인 ‘게리 뉴먼’도 “유니티 엔진에서 게임 ‘러스트’를 만드는 데 10년을 보냈다. 유니티는 유니티 엔진을 담당하는 최악의 회사다”, “신뢰가 사라졌다. ‘러스트 2’는 절대로 유니티 엔진으로 제작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게임사들의 반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광고 수익 중단의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국내 게임사인 ‘슈퍼센트’를 비롯한 다수의 게임 개발사들이 유니티 애즈를 비롯한 유니티 제공 광고 플랫폼의 사용 중단을 결정했다. 자사에게도 손해는 가지만, 유니티가 광고 플랫폼을 통해 얻는 수익을 끊어 강력한 가격정책의 반대 의지를 전한 것이다.
하이퍼 캐주얼 게임을 서비스하는 ‘슈퍼센트’의 공준식 대표는 “구체적인 수치 공개는 어렵지만 지난 8월 기준 실제 데이터로 계산한 결과 (유니티 런타임 요금 때문에) 최대 '순수익 50%'를 유니티에 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 마케팅 외 다른 비용은 제외하지 않았고, 운영비 및 각종 수수료를 제외하면 적자로 전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슈퍼센트’ 외에도 ‘아주르 게임즈’, ‘부두’, ‘호마’, ‘센트리 게임즈’, ‘세이게임즈’, ‘오리지널 게임즈’ 등이 광고 수익 중단 연대에 참여했고, 여전히 광고 수익 중단 움직임에 동참하는 게임사들이 늘어나는 중이다.
그렇다면 유니티는 왜 이런 요금 정책을 발표했을까? 유니티 측에서도 새로운 가격 정책을 발표했을 때 생기는 반감과 반발을 예상하지 못하진 않았을 것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유니티의 요금 정책 발표 이유 중 하나를 ‘대체 가능한 엔진이 많지 않다는 자신감’으로 꼽았다. 유니티의 런타임 요금제 발표 이후 ‘대체제’로 떠오르는 2D 개발 엔진 ‘코코스(Cocos2d)’와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가 유니티의 빈자리를 완전히 매울 수 없다는 분석이다.
관계자는 “타 엔진의 비해 유니티를 이용했을 때 게임 개발이 쉽다. 발달한 유니티의 에셋 스토어는 프로그래밍 비전공자도 쉽게 소스를 얻고 게임 제작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한다.”, “엔진의 언어도 유니티가 유리한 부분이 있는데, 언리얼 엔진은 C++을 사용하는 반면에 유니티는 C#을 이용한다. C#이 비교적 쉬운 언어라 접근성이 좋다. 소규모 게임사라면 더더욱이 당장 유니티를 포기하긴 어려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게임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장기적으로 흘러갈수록 유니티에서 이탈하는 개발자들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앞으로의 유니티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유니티는 오늘(18일) 트위터(X)를 통해 “런타임 요금 정책으로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 팀원, 커뮤니티, 고객 및 파트너의 의견을 듣고 대화하며 정책을 변경할 예정이다.”, “며칠 안에 업데이트를 공유하겠다.”라며 한 수 굽힌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요금 정책 ‘삭제’가 아닌 ‘변경’이라고 한 만큼, 아직까진 특정 분기점에서 추가 다운로드가 발생할 시 요금이 부가되는 기본적인 형태는 유지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