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쳐 평가 바꾼 게임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옛말이 있다. 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서는 손을 써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말이다. 죽은 뒤에 약을 쓴다는 '사후약방문'도 비슷한 의미로, 때늦은 대처의 어리석음을 일컫는 말들이다.
하지만 때늦은 대처가 항상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게임 시장에서는 이용자들이 떠난 후 다양한 패치와 개선을 통해 게임을 발전시켜 다시금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하는 모습이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모습이 헬로게임즈가 지난 2016년 출시한 '노맨즈스카이'다. 이 게임은 광활한 우주를 탐색하는 재미를 그려낸 게임으로, 출시 전 게이머들에게 큰 기대를 받아왔다. 게임은 맵의 크기가 하나의 은하를 담아냈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거대했고, 이용자들이 만날 수 있는 항성계의 수는 이론상 조 단위를 뛰어넘어 경 단위 수준으로 올라가는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했다.
이용자들은 이러한 광활한 우주를 우주 안쪽부터 행성의 지표면까지 로딩 화면이나 제한이 없는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고, 무한에 가까운 우주여행을 통해 자신만의 운영을 써 내려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2016년 게임이 출시되자 게임에는 혹평이 쏟아졌다. 헬로게임즈가 밝혀왔던 콘텐츠가 대부분 구현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출시 전 정보가 공개된 전함이나 멀티플레이 등은 게임에 존재하지 않았다. 여기에 너무나도 허무한 엔딩 등 게이머들이 실망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게임에 있었다. 게임은 스팀에서 압도적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많은 이용자가 실망했고 떠났지만, 개발사인 헬로게임즈는 게임을 계속해서 개선할 것이라 약속했고, 2017년부터 대규모 업데이트를 매년 진행했다. 특히, 2018년 선보인 'NEXT' 업데이를 기점으로 게임에 큰 변화가 찾아왔고, 이용자들이 사실상 다른 게임이 됐다는 평가를 내릴 정도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헬로게임즈는 23년 현재까지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스팀의 이용자 평가도 대체로 긍정적 수준까지 올라왔다. 아울러 최근 출시된 베데스다의 우주 게임인 '스타필드'의 실망감이 반영되며 반대로 '노맨즈스카이'가 주목받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을 정도로 대표적인 게임 개선 사례가 됐다.
CD 프로젝트 레드의 '사이버펑크 2077'도 론칭 초기 엉망이었던 평가를 계속된 개선을 통해 끌어올린 사례다. 이 게임은 2077년 권력, 사치와 신체 개조에 집착하는 거대 도시인 '나이트 시티'에서 벌어지는 오픈 월드 게임이다. 이용자는 용병 V가 되어 해킹이나 총기, 사이버웨어를 활용한 신체 개조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문재를 해결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다.
CD 프로젝트 레드의 전작인 '위쳐3: 와일드 헌트'의 전 세계적인 흥행으로, '사이버펑크 2077'에는 어마어마한 기대가 몰렸고, 추후 보고서를 통해 출시 전 예약 구매가 800만 장 가량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치다. 2020년 연말 게임이 출시된 시점에는 스팀의 서버가 순간으로 다운되기도 했을 정도로 많은 이용자가 몰렸고, 첫날 동시접속자 수는 100만 명을 넘었다.
하지만 출시 이후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없었던 PS4 등 콘솔 버전의 심각한 최적화 문제와 그나마 나았던 PC 버전도 각종 버그로 홍역을 치렀다. 세 번이나 발매를 연기하며 큰 기대를 받아온 게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결국 기대에 미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 게임은 폴란드 정부에서도 투자한 게임으로, 폴란드 정부 기관이 개입해 패치 상황을 모니터링 하겠다는 전무후무한 사태를 맞이했을 정도다.
이후 CD 프로젝트 레드는 계속해서 게임을 개선해 왔다. 22년 2월 선보인 1.5 패치를 통해 PS5와 같은 차세대 기기를 지원하고 게임이 많은 부분에서 나아졌다. 이후에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사이버펑크: 엣지러너'가 호평을 받으면서 비슷한 시점에 공개한 1.6패치를 통해 기존보다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CD 프로젝트 레드는 이에 그치지 않고 오는 9월 21일 '사이버펑크 2077'의 대규모 업데이트인 2.0 패치를 통해 다양한 변화를 공개하고, 26일에는 대규모 확장팩인 '팬텀 리버티'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번에는 이용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산 게임 중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지난 7월 20일 정식 출시되며 인기를 모으고 있는 PC 게임 '이터널 리턴'이 그 주인공이다. '이터널 리턴'은 넵튠의 자회사 님블뉴런에 개발한 쿼터뷰 시점의 배틀로얄 장르 게임이다. 기존 배틀로얄 게임 '블랙서바이벌'의 파밍 방식과 게임 플레이 방식을 따오면서 MOBA 장르의 조작 방식을 도입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게임은 2020년 10월 얼리 액세스에 돌입했고,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스트리머들을 통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아이템 파밍 루트를 짜고 아이템을 제작해 경쟁하는 재미가 이용자들을 '이터널 리턴'으로 끌어들였다. 20년 11월 기준 5만 명을 넘어서는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했고, 이후 카카오게임즈와 함께하면서 1만 명에 가까운 동시접속자 수준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게임의 지속적인 밸런스 문제로 인해 이용자들이 불만을 가졌고, 스킬 증폭 관련 패치로 이용자들이 폭발해 게임이 거의 무너지는 수준에 들어갔다. 한때 5만 명을 넘었던 동시접속자 수는 10분의 1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이에 개발사는 긴급 간담회 등을 통해 정식 출시 버전에서 게임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솔로와 듀오 모드를 일시 삭제하고 스쿼드만으로 운영해 초보 게이머들이 게임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했으며, 스쿼드의 인원을 6팀 18명이 아닌 8팀 24명으로 늘렸다. 또 지역 크기도 15% 키웠고, 초반 성장의 시간을 더 제공하고, 진행 상황에 맞는 조언을 해주는 '오퍼레이터 나쟈', 전면 개편된 '튜토리얼 시스템', 음식 제작 과정을 간소환 '모닥불 시스템' 등을 담았다.
대대적인 개선과 이용자들의 불안 속에 7월 정식 출시에 돌입한 '이터널 리턴'은 정식 출시 이후 스팀 동시접속자 400% 상승이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으며, 9월 최대 동시접속자 수 34,000명을 기록하는 등 긍정적인 평가 속에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