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메타버스 전망, 크래프톤의 ‘오버데어’는 다를 수 있을까?
게임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았던 메타버스 사업이 점점 더 암울해지는 분위기다.
여전히 메타버스 사업에 도전하는 게임사들이 많기는 하지만, 구글 트렌드 데이터를 기준으로, 메타버스 검색량이 지난해 100(최대치 100, 숫자가 클수록 관심도가 높다)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다 올해 초에는 최저 18로 관심이 싸늘하게 식었으며, 현재 공개된 메타버스들도 이용자가 대폭 감소하면서 수익성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컴투버스를 운영 중인 컴투스와 카카오게임즈의 메타버스 사업을 맡고 있는 넵튠 자회사 컬러버스는 수익성 악화로 인해 해당 사업 인원의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이며,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을 주도하던 메타마저 주력 사업을 AI로 변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뜨겁게 불타올랐던 메타버스 열기가, 코로나19 사태 종료와 함께 싸늘하게 식은 느낌이다.
이런 와중에 크래프톤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로 유명한 네이버제트와 손을 잡고 만드는 새로운 메타버스 플랫폼 ‘오버데어’가 연말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현재 메타버스 시장 분위기만 보면 쉽지 않은 도전으로 보이지만, 이미 ‘제페토’를 성공시킨 경험을 가진 네이버제트와 ‘배틀그라운드’로 전 세계 배틀로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크래프톤이 손을 잡고 만든 결과물은 기존과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현재 메타버스 사업이 기대에 못미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중에 가장 핵심은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연결해서 새로운 재미를 선보이겠다는 목표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용자들이 함께 하는 새로운 놀이, 가상 콘서트,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쇼핑몰 등 다양한 목표들이 제시됐지만, 직접 현실에서 경험하는 것보다 못한 결과물에 대한 실망감만 커지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메타버스들이 경제 시스템 구축을 위해 블록체인을 선택했지만, 코인 가치 폭락으로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못하다. 가상 현실에서 경제활동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존 온라인 게임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는데,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메타버스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영화 레디플레이어원의 오아시스와 비교해보면, 현재 메타버스들은 많은 이용자들을 모아놓고 몇가지 미니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든 3D 커뮤니티 수준에 불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래프톤과 네이버제트가 준비한 ‘오버데어’는 이런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콘텐츠 창작자에 초점을 맞췄다. '오버데어'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이용자가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하고, 블록체인과 NFT(대체불가능토큰) 기술을 활용해 자유롭게 창작물을 거래할 수 있는 C2E(Create to Earn, 창작으로 돈 벌기) 시스템을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생성형 AI와 언리얼 5 엔진을 채택해 이용자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손쉽게 제작할 수 있으며, 이용자들은 게임 제작 외에도 아바타 커스터마이징, 채팅 등 다양한 소셜 활동도 할 수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사가 만들어둔 콘텐츠를 이용자들이 즐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이 직접 소비자이자 창작자가 되어, 남들이 만든 콘텐츠를 즐기면서 돈을 쓰고, 반대로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남들이 즐길 때마다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결과물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크래프톤이 프로그램 및 창작 도구와 시스템 개발을 맡고, 네이버제트가 서비스 기획과 파트너십 확보를 담당하는 구조로 볼 때, 현재 네이버제트가 운영 중인 ‘제페토’에서 게임 분야, 특히 다양한 모드 개발 자유도가 더 높아진 형태가 기대되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에서 일어나는 모든 거래를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산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을 적용해 거래와 정산의 투명성을 높였으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NFT 라이센싱을 위한 블록체인 메인넷으로 ‘세틀러스(Settlus)’를 채택했다.
‘세틀러스’는 크리에이터가 만든 NFT 형태의 IP를 웹2.0 플랫폼에서 라이센싱하는 것에 집중하며, 크리에이터의 수익은 미국의 서클(Circle)이 개발한 USDC를 통해 정산할 수 있다.
현재 블록체인, NFT가 모두 거품이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이 역시 신뢰가 가지 않은 이들이 많겠지만, 이 같은 방식으로 성공을 거두고, 현재까지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사례가 하나 있다. 미국 메타버스 대표 주자로 인정받고 있는 ‘로블록스’다.
‘로블록스’는 각진 외모의 캐릭터들과 단순한 그래픽 때문에 유치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하루 이용자가 6600만 명에 달하며, 2023년 1분기에 6억5530달러(한화 약 8000억)에 달하는 매출을 올릴 정도로 성공한 게임이다.
‘로블록스’가 이처럼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이유는 이용자들이 ‘로블록스’가 제공하는 자유로운 창작 시스템을 활용해 다양한 재미를 선사하는 새로운 모드가 끝없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의 발표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로블록스’ 내에 게시된 새로운 게임이나 메타버스 공간은 총 580만 개로, 하루 평균 1만5천 개가 생겨났다. 이 중 100만 시간 이상의 참여 시간을 달성한 것은 약 2천500개, 1억 시간 이상을 달성한 것은 48개에 달한다고 한다.
개발사 혼자서는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콘텐츠 생산량이지만, 다수의 창작자들이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하고, 그를 통해 ‘로블록스’ 창작활동에 집중할 수 있을만큼의 충분한 수익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할 때 저작권 허락없이 제작된 모드 등 문제점이 발견되기도 했지만, 다수의 창작자들이 제대로 활약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줬을 때 얼마나 놀라운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메타버스가 다시 부활하기 위해서 좀 더 현실적인 그래픽, 그리고 비싸고, 불편한 디바이스의 개선 및 대중화, 블록체인 활성화 등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하프라이프 알렉스’가 시장에서 외면받던 VR에 새로운 미래를 보여줬던 것처럼,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용자들이 열광할 수 있는 콘텐츠다. 크래프톤과 제페토가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창작자들이 제대로 놀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