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중국 추월한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인도 게임 시장
최근 캡콤 츠지모토 하루히로 대표가 블롬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향후 10년 내에 인도 게임 시장이 중국 게임 시장을 추월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츠지모토 하루히로 대표는 “인도 게임 시장은 게임을 즐기는 대학생들의 경제 발전에 따라 5~10년 안에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인도의 인구는 이미 중국의 인구를 넘어섰다. 이를 고려하면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현재 전 세계 게임사들이 인도 게임 시장의 성장률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국내에서도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를 앞세워 인도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 2021년 e스포츠 스타트업 투자 등으로 18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으며, 앞으로 2~3년에 걸쳐 1977억원을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전 세계 게임업계가 인도 게임 시장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중국을 추월한 인구를 바탕으로 한 내수 시장의 엄청난 성장성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니코파트너스의 2023년 9월 인도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억 3400만 달러(한화 약 7000억 원), 이용자 수는 3억 4000만 명 정도다. 국내에 비해서는 아직 산업 규모가 작으나, 매년 늘어나는 인구를 바탕으로 엄청난 성장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세계적인 회계, 경영 컨설팅 업체 KPMG의 조사에 따르면 2016~2020년 인도 온라인 게임산업은 연간 280억~900억 루피(한화 약 4259억 원 ~ 1조3690억 원)씩 성장하며 연평균 성장률 34%를 기록했다. 중국 게임 시장이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시절을 연상하게 만드는 결과다.
니코파트너스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플랫폼을 통틀어 인도의 게이머 수는 2023년에 전년 대비 12.1% 증가한 4억4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오는 2027년에는 6억 4120만 명으로 5년간 10.1%의 CAGR(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전체 게이머의 96.8%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하는 모바일 우선 시장이기 때문에, 모바일 중심의 국내 게임사들에게 최적의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비디오 게임 시장도 2023년에 전년 대비 21.2% 성장한 8억 68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어, 2027년에는 16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의 경우 중국과의 분쟁 문제로 퇴출되기 전까지 누적 다운로드 1억을 돌파한 바 있으며, 최근 다시 서비스를 재개하면서 누적 다운로드 1억5000만을 돌파하고, 현재 앱 매출 1위 자리를 지키면서 국민 게임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또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는 인도 역사상 처음으로 대회가 TV로 생중계된 e스포츠 종목이 됐으며, 동시 시청자 수 2400만 명, 전체 시청자 수 2억 명을 기록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했다.
전 세계 게임업계가 인도 게임 시장이 몇 년 내로 중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하는 근거는 인도 게임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도 있지만, 반대로 중국 시장이 급격히 쇠퇴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게임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게임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중국의 게임 시장 총 매출은 2658억위안, 우리 돈으로 49조원으로 2021년 대비 10.3% 줄었다. 게임 이용자 수는 6억6400만명으로 전년대비 0.33% 감소했다. 중국 게임 시장의 성장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2008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강력한 게임 규제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9월 18세 미만 중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모든 게임의 플레이 시간을 금,토,일 3일 중 1시간만 허용하는 초대형 게임 규제를 시행했으며, 2021년 7월 이후 무려 7개월 동안이나 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인 '판호'를 발급해 주지 않았다.
해당 기간 동안 게임 산업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중국 최대 게임사인 텐센트는 2022년에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3%나 하락한 2357억 위안(약 44조 원)을 기록했다. 중소 게임사들은 더욱 피해가 커, 중국 내 게임 업체 약 1만 4천여 곳이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가 강화된 시기에 중국 대형 게임사들이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면, 중국 게임산업 전체 매출은 더 큰폭의 하락을 기록할 수도 있었다.
현재는 규제가 다소 완화되어, 내자 판호는 매달, 외자 판호는 몇 개월에 한번씩 발급되고 있다. 하지만, 언제 다시 또 규제가 강화될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한 상황이다. 최근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아시안게임도 중국 정부가 e스포츠 종목은 준결승, 결승만 중계하라고 제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왕자영요, 리그오브레전드 등 중국 내 이용자가 많은 인기가 많은 종목들인 만큼, 규제 정책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조치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렇듯 여전히 중국 게임 시장이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긴 하지만, 강력한 규제 정책이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이전 같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다시 보여주기는 힘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면 인도 게임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이용자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중국을 넘어서 세계 최다 인구 국가로 올라서면서 갈수록 성장률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물론, 극심한 빈부격차로 인해 실제 결제율이 낮은 편이라는 약점이 지적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인도 정부가 대도시를 중심으로 디지털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하면서 무선 인터넷 이용률이 한국보다 높아졌으며, 소비욕구가 강력한 젊은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긍정적인 부분이다. 현재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성장해 경제력을 보유하게 된다면, 더욱 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한령, 게임 규제 등으로 중국에서 오랜 기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국내 게임사들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인도에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