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한국과 전혀 다른 게임 풍경이 펼쳐진 도쿄 게임쇼 2023
지난 9월 21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도쿄 게임쇼(이하 TGS) 2023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TGS 2023은 참가 업체 770개, 전시 부스 2,684개, 출품 게임 수 1,762개로 역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했고, 또 수많은 메이저 일본 게임사에서 대단한 신작들의 발표를 벼르고 있었기에 국제적으로 주목받기에 충분했습니다. 여기서 어떤 점을 느꼈는지 지극히 개인적인 소감을 남겨봅니다.
에어컨 고장? 중국 차이나조이보다 더 더웠던 첫날
필자가 처음 TGS에 갔던 것은 1997년입니다. 지금부터 무려 26년 전이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7-8번 정도는 TGS에 다녀왔던 것 같은데요, 올해 TGS 2023 첫날은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유는 어마어마하게 더웠기 때문이죠. 에어컨이 고장이 난 것인지 아니면 주최 측에서 온도 설정을 잘못했는지는 몰라도, 차이나조이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찌는 공간에 습도를 보니 76%를 기록하고 있더군요. 그 와중에 수많은 덕후 관람객들이 몰려드니 죽을 맛이었습니다. 남코 부스에서 주는 '철권 8' 판다 모양의 손부채만 연신 저어댔고,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부스를 다닐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간에 홀을 넘어서는 야외 공간이 더 시원했는데요, 바깥 날씨가 31도~32도였는데 그 밖이 더 시원했다면 할 말 다 했죠? 중국도 아닌 일본에서 때아닌 더위와 싸워야 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습니다.
한국 게임쇼보다 더 조형물에 진심인 일본 게임사들
우선 동선이 널찍해서 좋았습니다. 부산 지스타의 가장 큰 약점이 공간이 협소하고 좁다는 것이죠. TGS 2023은 지스타와 비교해서 각 게임사들의 체험 공간도 넓었고 부스 간의 배치도 넉넉해서 서로 겹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각 게임사들의 거대 조형물들은 한국 지스타와는 차원이 다른 모습이었는데요, 일례로 반다이남코 부스의 '철권 8' 판다는 대단했습니다. 풍선이 아니라니?라고 생각하며 놀랐죠. 아마 제작비가 억대로 들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캡콤 부스의 거대한 드래곤이나 스퀘어에닉스 부스의 거대 슬라임이나 멋이 넘쳐흐르는 오토바이 등을 보면서 일본 게임사들이 훨씬 게임쇼에 신경을 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한국 지스타 게임쇼에 가면 별다르게 나눠주는 것도 없는데, 상대적으로 TGS 부스에서는 많은 굿즈를 나눠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일본 게임 시장은 중요하지, 노크하는 국내 게임사들
이번 TGS 2023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과 서울경제진흥원(이하 SBA)이 나란히 국내의 인디 게임사들을 데리고 부스를 출품했습니다. 한콘진은 25개사를, SBA는 10개사로 부스를 냈죠.
한콘진 부스는 게이밍기어 제품들 부스 근처에 포진되어 있었고, SBA 부스는 반대편 굿즈관 쪽에 소속되어 있었는데요 충분히 많은 관람객이 참관하고 가긴 했지만 다소 아쉬운 느낌이 없지 않았습니다.
일본 메이저 게임사들이 머물던 메인 관에 속하지는 못하더라도 오히려 일본의 인디 게임사들이 모였던 곳에 전략적으로 배치되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들었죠.
또 그라비티나 CFK, 네오위즈처럼 일본 퍼블리셔인 해피넷과 제휴해서 부스를 낸 곳도 눈에 띄었고, 신생 게임사면서도 자체 부스를 낸 디자드 같은 회사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디자드는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콘솔과 PC 플랫폼으로 대난투형 실시간 PVP 게임을 개발 중이었는데, 많은 관심을 받더군요. 'P의 거짓' 이후 또 글로벌로 주목받는 콘솔 게임사가 생길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한국 지스타 게임쇼와 달랐던 점
한국과 달리 일본은 콘솔 게임기 위주로 발전을 해왔죠. 그래서인지 메이저 부스의 경우는 대부분 신작 콘솔 게임에 대한 발표가 한창이었습니다. 반면에, 인디와 게임학과, 중소 게임사들로 넘어와보면 PC와 모바일 게임으로 조금씩 변해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죠.
지스타 게임쇼가 대부분 모바일이고 일부가 PC와 콘솔로 변해가는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는데요, 어차피 각 국가별로 태생이 완전히 달라도 '결국은 시장 흐름에 따라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 지스타와 다른 점이라면 코스프레를 한 이들이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 국내의 플레이엑스포나 지스타는 코스프레이어들의 장이라고 할 정도로 코스프레를 한 이들이 많은 반면에, TGS는 온전히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게임 그 자체에 온전히 집중하는 느낌이었죠.
또 각 게임사들이 국내보다 훨씬 다채로운 이벤트로 부스를 꾸몄다는 점도 주목할만합니다. 캡콤의 경우 '스트리트 파이터 6'에 현역 격투기 선수들을 불러와서 이벤트를 열기도 했고, '페르소나' 콘서트, '용과 같이' 섹시배우들 이벤트 등 조금 더 게임과 관련된 직관적인 이벤트를 진행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버추어 파이터' 팬으로 신작이 없었다는 점에 매우 씁쓸했습니다. 세가 부스가 아닌 곳에 유 스즈키 씨도 나왔다는데 얘기할 기회가 없어서 아쉽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