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럴 거면 독수리 슛도 넣어줘라! 'EA 스포츠 FC 24'
"이럴 거면 독수리 슛도 넣어줘라!"
이는 'EA 스포츠 FC 24'를 처음 접하고 기자에게 든 생각이다. 독수리 슛은 90년대 SBS에서 방영한 애니메이션 '축구왕 슛돌이'에 나오는 주인공의 필살 슛이다. 축구 경기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드롭슛과 유사하지만, 하늘 높이 올라가 독수리처럼 빠르게 골대로 빨려 들어가는 말도 안 되는 슛이다.
기자가 이렇게 느낀 이유는 단순히 출시 이전부터 논란이 된 남녀 혼성 얼티밋 팀 때문만이 아니다. 게임 자체가 굉장히 현실 감각이 뛰어난 판타지 축구 게임 같다. FIFA라는 이름을 떼고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 'EA 스포츠 FC 24'는 현실성을 살리면서 현실성이 더 떨어진 이상한 게임이 됐다.
아래 리뷰는 PC 버전이 기준이다.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 게임은 PC(Personal Computer)로 즐겨야 제맛이다.
1993년 FIFA 94(피파 94)로 등장한 이후 영원히 피파라는 이름으로 함께 할 것 같았던 EA의 축구 게임이 피파와의 동거를 끝내고 새로운 이름으로 돌아왔다. 'EA 스포츠 FC 24(이하 FC 24)가 그 주인공이다.
FC 24로 새 출발을 시작한 EA는 다양한 변화 요소를 FC24에 담아냈다. 일단 가볍게 게임을 몇 번 즐겨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은 선수들의 동작이나 움직임이 한층 정교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동작이 전편에도 있었나 싶었던 모습이 나온다.
이렇게 정교한 표현은 하이퍼 모션 V 기술이 큰일을 했다. EA는 하이퍼 모션 기술을 활용해 180경기가 넘는 남녀 프로 축구 경기의 데이터를 활용해 실제 경기를 모습을 게임에 구현했다. 이에 팀이 전체적으로 한층 사실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선수들의 독특한 달리기 동작까지 살아 있다.
매년 변화 포인트가 적다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막상 전 시리즈를 다시 해보면 역으로 느껴지는 체감이 상당하다.
비주얼적으로도 선수들의 외형과 움직임을 더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 체감은 그렇지는 못하지만, 강화된 프로스트 바이트 엔진과 사피엔캐릭터 테크놀로지 기술을 활용해 수치상으로 기존보다 10배 더 정교하게 구현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PC 버전의 최적화도 훌륭한 수준이다. 전작인 '피파23'은 플레이스테이션5나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에 도입된 새로운 버전의 피파가 처음 PC에서 구현된 것으로 론칭 당시에 부족한 최적화로 많은 지적을 받았었다.
여기에 많은 선수의 체력을 한 번에 보여주는 연출이나 팀의 슛 상황을 보여주는 연출 등을 더해 플레이 이외의 재미도 살렸다. 별거 아닌 요소지만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다.
게임 플레이에도 큰 변화가 있다. 그동안 EA 축구 게임 시리즈에 등장했던 선수들은 숫자로 보이는 능력치 외에도 특성들을 갖추고 있었다. 선수들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서 중거리 슛이 더 강력하거나 드리블을 더 빠르게 하는 등의 특성들이 존재했다. 능력이 같다면 좋은 특성이 달린 선수가 좋은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이번에는 이 선수들의 특성을 '플레이 스타일'이라는 이름으로 한층 강조했다. 선수들은 득점, 패스, 수비, 볼제어, 피지컬, 골피킹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플레이 스타일' 특성을 갖는다. 특히, 선수가 유독 뛰어난 부분이 있다면 +가 붙으며 금색으로 표시된다. 예를 들어 손흥민 선수는 '감아차기'에 +가 붙고 홀란드는 아크로바틱에 +가 붙는다.
그리고 게임이 가지는 문제도 여기에 있다. '플레이 스타일'이 가지는 이점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좋다. 패스나 크로스에 좋은 '플레이 스타일'을 가진 선수는 전성기 지단이나 베컴은 우스울 정도의 패스와 크로스를 매 경기 뽑아낸다. 게임이니까 이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너무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하이퍼 모션 기술 등을 활용해 선수들의 동작이나 움직임은 사실적으로 변했지만, 판타지 축구 게임을 즐기는 것 같다는 느낌이 여기서 온다. 기자도 손흥민 선수를 활용해 내내 감아차기만 시도하기도 했고, 특정 '플레이 스타일'을 그 부분만 파고그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출시 전부터 논란이 된 얼티밋 팀은 잘 아는 것처럼 남녀 혼성팀이 가능한 형태로 준비했다. 또 남자와 여자 축구 리그 수준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능력치를 책정했고, 오버롤이 90을 넘기도 하는 뛰어난 능력치를 가진 여자 선수들이 등장한다.
이런 뛰어난 능력치에 선수들을 사기처럼 만들어주는 '플레이 스타일'까지 갖추니 키가 중요한 포지션이 아니라면 여자 선수라고 해서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게다가 이번 작품은 드리블이 좀 강조된 느낌으로 남자 선수에 비해 키가 작은 여자 선수들도 공격이나 중원에서는 크게 불리할 게 없다. 여자 선수가 남자 선수를 몸으로 밀어내고 돌파하는 모습도 나온다.
얼티밋 팀은 남자 선수와 여자 선수가 같이 뛰면서 자선 축구 경기처럼 변해 버렸지만, 이 부분만 포기하면 기존의 얼티밋 팀 못지않은 재미를 선사한다. 많은 이용자도 이미 능력치가 좋은 선수를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진 모습이다. 경매장에서는 여자 선수들의 카드도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남자와 여자 선수와 혼성팀은 이미 시스템이 추가된 만큼 앞으로도 이 부분은 덜어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적어도 별도의 팀을 운영하는 형태로 변화하거나 카드팩이라고 분리되는 형태가 된다면 더 많은 이용자를 만족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돈 때문에 선수 카드 획득 확률을 낮춘다는 소리는 덜 들을 테니 말이다.
아울러 이번 얼티밋 팀에서는 선수 카드를 진화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됐다. 진화는 특정 범위의 능력을 가진 선수를 선택해 능력을 올리는 시스템이다. 당연히 재화도 든다. 계속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한정된 기회만 제공한다. 다만 진화로 또 다른 수익의 맛을 본 EA가 이를 어떤 식으로 발전시켜 나갈지는 EA만 알고 있을 것이다.
남녀 혼성 팀이라는 큰 변화의 틀 때문에 가려질 수 있으나 선수 커리어 모드도 선수 육성 방식에 변화가 생겨 한층 육성의 재미도 풍부해졌으며, 발롱도르도 추가돼 명예를 누릴 수 있다. 감독 커리어에도 변화가 이뤄져 한층 더 많은 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 외에도 FC 24는 멀티 플레이 모드에서 크로스 플랫폼 플레이를 지원해 상대적으로 적은 PC 이용자들도 더 많은 이용자와 멀티 플레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FC 24'가 재미없는 축구 게임이라는 것은 아니다. 축구 게임 최고봉의 자리에 올려있는 시리즈 특유의 재미는 여전히 살아 있다. 한 경기 한 경기로 보면 게임 플레이의 재미는 상당한 편이다.
다만 지금까지 현실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 온 것들이 이번 작품에서 애매해진 만큼 다음 작품에서는 좋은 방향으로 변화해 돌아오길 바라며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