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논란 커지는 AI 활용. 고인을 추억하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다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AI가 게임업계에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AI 일러스트를 활용해서 작업 시간을 단축시키는 곳도 많고, AI로 성우 녹음을 대체하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기대감만큼이나 반발도 심한 편이다. 신기술이기 때문에 관련 법안이 아직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인기 일러스트레이터의 화풍이나 현직 성우의 음성을 무단 도용하는 등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우 음성을 무단 도용해서 노골적인 성적 묘사가 나오는 성인 모드 제작에 활용하다 적발된 사례는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런 상황에서 시디프로젝트레드의 인기 게임 ‘사이버펑크2077’의 신규 확장팩 ‘팬텀 리버티’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폴란드어 추가 더빙에 AI가 활용된 것이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AI 성우가 활용된 캐릭터는 ‘사이버펑크2077’, 그리고 ‘팬텀리버티’에서 주인공 V의 개조를 담당하는 캐릭터인 ‘빅터 벡터’다. ‘빅터 벡터’의 폴란드어 담당 성우는 ‘스타워즈’ 오비완 케노비의 폴란드어 성우, ‘위쳐’ 시리즈 베스미어의 폴란드어 성우 등을 담당했던 원로 배우인 미워고스트 레체크다.
그는 ‘사이버펑크2077’ 본편 때 빅터 벡터의 성우를 맡아 녹음을 마쳤으나, 본편 출시된 이후인 2021년 12월 14일에 사망했다. 시디프로젝트레드는 유족의 동의를 받아 미워고스트 레체크의 목소리를 AI에 학습시켜 추가 대사를 녹음한 뒤 ‘팬텀 리버티’에 적용시켰다. 사망이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친숙했던 목소리가 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AI 기술 덕분에 고인을 다시 추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시디프로젝트레드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고인을 대체할 성우를 찾는 방안도 고려됐지만, 배우를 기리고자 AI 도입을 결정했으며, 유족들 역시 AI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이었다고 한다.
이번 ‘사이버펑크2077’뿐만 아니다. 미국의 메타버스 회사인 하이퍼리얼은 유명인들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아바타를 선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CJ, 펄어비스 등이 지분 투자를 진행해 관심을 모은 이 회사의 강점은 유명인들의 디지털 아바타를 만드는 것이다. 이 회사는 이제 고령이 된 폴 매카트니가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등장한 뮤직 비디오 ‘Find My Way’를 공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AI 기술 덕분에 유명인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여러 게임에서 컬래버레이션으로 등장해 관심을 모은 이소룡 캐릭터는 이소룡의 딸이 운영하고 있는 ‘브루스 리 패밀리 컴퍼니’와의 정식 제휴를 통해 출시됐다. 유족들과의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고인이 된 이소룡의 멋진 모습을 게임에서 부활시키면서, 팬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 사례다.
AI 기술이 좀 더 발전하고, 유족들과의 제대로 된 계약이 진행될 수 있다면, AI가 이제는 볼 수 없게된 유명인들을 다시 추억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자리잡게 될 수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