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롤드컵] "어차피 우승팀은 한 팀" LCK의 마지막 희망으로 떠오른 T1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진행 중인 '2023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2023 롤드컵) 8강전서 T1이 LCK 팀 중 유일하게 생존하며, 마지막 희망으로 떠올랐다.
지난 2일부터 진행된 '2023 롤드컵' 8강전은 국내 팬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8강부터 LCK 모든 팀이 중국 LPL 팀과 맞붙으며, 치열한 한중 대결을 예고했기 때문.
하지만 이 한중 대결에서 잇따라 LCK 팀들의 패배 소식이 이어지며, 한국에서 열리는 롤드컵에서 LCK가 유난히 약세를 보인 '롤드컵 한국 개최 징크스'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사기도 했다.
가장 큰 충격을 준 경기는 BLG(빌리빌리 게이밍)와 젠지의 경기였다. LCK 스프링과 서머 연속 우승을 기록하며, 1번 시드로 진출한 젠지와 LPL 3번 시드로 진출한 BLG의 대결은 젠지의 승리가 점쳐졌던 것이 사실.
하지만 1세트부터 상대의 노련한 벤픽에 말린 젠지는 무기력하게 패배를 기록했고, 2세트마저 내주며, 탈락 직전의 위기에 빠졌다.
3~4세트 승리를 따내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린 젠지였지만, 마지막 5세트에서 또다시 상대의 벤픽에 말리며 불안한 조합으로 출발했다. 특유의 빠른 발을 활용한 게릴라 전술로 살얼음판 같은 경기를 해쳐나갔던 젠지는 23분경 드래곤 지역 한타에서 패배한 것을 시작으로, 상대에게 밀리기 시작. 32분 경 미드 지역 한타에서 패배하며, 그대로 넥서스가 파괴당하고 말았다.
LCK 1번 시드의 믿을 수 없는 8강 탈락이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이번 패배로 젠지는 2023 롤드컵의 첫 패배가 탈락으로 이어졌으며, 2023 롤드컵 결승전은 LPL 팀 간의 대결 혹은 한중 대결로 펼쳐지게 되었다.
LCK의 패배 소식은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4일 LPL 최강 징동 게이밍과 만난 KT는 1세트 승리를 따내며, 만만찮은 패기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2~3세트 연속 패배를 당한 이후 4세트 회심의 저격픽으로 징동 게이밍을 상대로 벤픽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지만, '카나비' 서진혁과 '룰러' 박재혁 그리고 탑라이너 '369' 바이자하오를 앞세운 징동의 실력에 눌리며, 유난히 힘들었던 롤드컵의 여정을 8강에서 마무리하게 되었다.
LCK 팀들의 잇따른 패배로 팬들의 시선은 마지막 생존자 T1에게 쏠렸다. 만약 T1까지 패배하면, 롤드컵은 LPL 팀의 우승으로 끝나는 상황. 그러나 롤드컵 다전제 경기에서 LPL 팀을 상대로 단 한 번의 패배도 겪지 않은 T1은 달랐다.
5일 LPL 2번 시드 LNG를 만난 T1은 백중세를 예상했던 전문가들의 예측과 달리 상대를 완벽하게 분쇄하는 극강의 경기력으로 승리를 기록하며, LCK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1세트 ‘제우스’ 최우제의 사망으로 게임을 시작했지만, ‘페이커’ 이상혁의 오리아나가 미드를 철저히 봉쇄하면서 바텀과 미드 주도권을 가져간 T1은 LNG의 챔피언을 하나씩 잡아냈고, 23분경 드래곤 싸움에서 상대 전원을 처치하는 ‘에이스’를 띄우며, 경기를 26분 만에 끝냈다.
2세트 역시 승리한 T1은 마지막 3세트 ‘제우스’ 최우제의 제이스가 그야말로 번개를 쏘는 듯한 맹활약으로 LNG를 거세게 압박하며 승기를 잡았다. 한때 LNG의 챔피언과 7레벨 차이를 낼 정도로 엄청난 성장세를 보여준 제이스의 활약 속에 LNG는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고, 한번 속도를 낸 T1은 그대로 상대 진영으로 진격. 26분 만에 경기를 끝냈다.
평소 경기가 끝난 후에도 감정 표현이 거의 없었던 ‘페이커’ 이상혁의 입꼬리가 올라갈 정도의 깔끔하고 완벽한 승리였다. T1의 이 압도적인 경기력은 이틀 연속 들려온 패배 소식에 침울했던 LCK 팬들을 열광시켰고, 경기가 열린 사직실내체육관 그야말로 콘서트장과 같은 열기로 가득했다.
만만치 않았던 LPL 2번 시드 LNG를 압도적인 실력으로 꺾은 T1은 오는 12일 LPL 최강 징동 게이밍과 결승 진출을 건 한판 대결을 펼친다. 객관적인 전력은 징동이 우위에 있지만, 롤드컵에서 LPL 팀을 상대로 다전제 전승을 기록하며, ‘대중국전 결전 병기’라는 T1의 기세가 만만치 않은 상황.
사실상 ‘2023 롤드컵 결승’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 경기에서 T1이 LCK 마지막 생존자의 위엄을 보여줄지 아니면 징동이 LPL 최대의 적수인 T1을 꺾고 롤드컵 결승을 LPL 내전으로 이끌지 많은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